40년 철제 휠 만들던 바퀴장이가 농사로 사업 시작한 사연

코리아팜의 트롤리 컨베이어 농법은 자동차 철제휠 업체 코리아휠의 도장라인에서 쓰이던 컨베이어벨트에서 영감을 얻었다. /사진=코리아팜

"40년 동안 굴러가는 건 다 만들었어요. 자동차, 트레일러부터 경운기 바퀴까지 만들다보니 자연스레 농사에 대한 이해가 생겼죠. 공장 텃밭에서 10년 전부터 배추며 무 농사를 지어 지인들 김장거리도 줬습니다."


최훈 코리아팜 대표(68)는 온실에 컨베이어벨트를 설치해 공간 효율을 극대화하고 경제성을 높이는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의 창시자다. 그는 자동차 철제휠을 만드는 데 40년을 바쳤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1981년 현지에서 조그만 업체로 시작해 2002년에는 국내업체 코리아휠 대표로 취임했다. 코리아휠은 국내외 완성차업체를 상대로 지난해 매출 1400억원을 거둔 알짜 중소기업이다.

바퀴 공장을 40년간 지켜온 최 대표가 사업으로서의 농업에 눈을 뜬 건 2년 전이다. 코리아휠이 철제휠 분야에서 국내 1위를 꾸준히 유지했지만, 외연 확대에 한계가 느껴졌다. 그는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면서 농업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코리아휠 공장의 도장 라인에서 돌고있던 컨베이어벨트였다. 차바퀴 대신 화분을 올려서 온실 공간 위아래를 꽉꽉 채워보자는 아이디어가 번뜩 떠올랐다. 치열한 학습과 준비를 마친 뒤 지난해 7월 농업법인 코리아팜을 설립했다.

사실 컨베이어벨트는 전혀 새로울 게 없는 기술이다. 다만 아무도 농업에 이를 접목하는 시도를 하지 못했다. 최 대표는 코리아휠 공장에서 철제휠 반제품을 아래쪽부터 자동으로 들어올렸다 내려놓는 설비를 보여주며 '골프존' 얘기를 꺼냈다.

최훈 코리아팜 대표가 트롤리 컨베이어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코리아팜

"이 장치도 어느 공장에나 다 있거든요. 저도 수십년을 써왔습니다. 그런데 이 위에 골프공을 올린다는 생각은 아무도 못했어요. 그 생각을 처음 한 게 김영찬 골프존 회장입니다. 마찬가지로 컨베이어벨트도 어느 공장에나 있지만, 여기에 작물을 매달아 돌려보자는 생각을 아무도 안한 거죠."


다행히 40여년 철제휠 업체에서 확보한 최적 효율의 컨베이어벨트 시스템이 농장에서도 잘 먹혔다. 수십톤 쇳덩어리를 매달던 컨베이어벨트는 훨씬 가벼운 화분을 나르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몰래 시스템을 도용하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국내외 31건의 특허출원으로 이를 원천봉쇄했다.

최 대표는 코리아팜 스마트팜 시스템을 통해 이루고 싶은 두 가지 목표를 꺼냈다. 우선 관행 농법에 익숙한 농사꾼들을 '디지털 강소농업인'으로 만들어 편하고 건강한 농업을 영위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다음은 부농의 양산, 국산 농산물 가격경쟁력 제고를 통해 자연스레 한국을 농업강국의 반열에 올려놓겠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우리 농민들이 코리아팜 설비로 건강한 먹거리를 만들어 아이들도 건강하게 키우고, 이 농산물을 가공해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만들어 팔면 좋겠다"며 "조만간 개개인에게 필요한 작물을 맞춤형으로 키우고, 생육 전 과정 관찰부터 드론 배송까지 이어지는 시대가 올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저는 평생 농민이 아닌 농업의 아웃사이더였기에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한 스마트팜 아이디어를 낼 수 있었다"며 "또 다른 농업 혁신 역시 생각치도 못했던 곳에서 튀어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