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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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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태범 기자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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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12.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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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IMF 위기로 회사가 부도나며 실직했던 40대 샐러리맨이 미개척지였던 바이오산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창업 21년 만에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오그룹을 일궜고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이어 국내 부자 순위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이야기다.

K-바이오의 새역사를 쓴 서정진 회장이 공언대로 31일 은퇴하고 그룹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별도의 퇴임식은 없다. 내년 3월 정기주총에서 후임이 정해지면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무보수 명예회장으로만 남을 예정이다.

서 회장의 용퇴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을 의미한다. 내년 원격의료 스타트업을 설립해 창업가로 돌아간다. 뚝심 하나로 꿈을 현실로 만든 서 회장의 은퇴 후 행보가 여전히 주목받는 이유다.



샐러리맨에서 바이오 창업가 변신


서 회장은 1983년 삼성전기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한국생산성본부로 자리를 옮겨 대우자동차를 컨설팅하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눈에 들어 대우자동차 기획재무 고문을 맡았다. 1985년 만 32세 때였다.

서 회장의 황금기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IMF 외환위기로 대우그룹이 부도났고 대우자동차는 1998년 워크아웃을 신청해 잘 나가던 대기업 임원이던 그는 하루아침에 백수로 전락했다.

같은 신세가 된 대우자동차 기획실 직원 10여명과 함께 2000년 벤처기업 ‘넥솔’을 창업했다. 사업 아이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없었고 사람들만 있었다. 매일 회의를 했지만 주요 안건은 점심메뉴, 저녁을 먹고 귀가할 지였다고 한다.

서 회장은 사업 아이템을 얻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첨단산업이 몰려있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해 당시 세계 1위 바이오기업인 ‘제넨텍’을 찾았으나 문전박대당했다. 그는 ‘내가 경쟁상대가 되겠다’고 다짐하며 바이오산업을 미친 듯이 공부했다.

서 회장은 넥솔 창업 1년 뒤 에이즈백신 제조기술을 가진 미국 벡스젠과 기술제휴 계약을 맺는데 성공했다. 합병을 거듭하며 2002년 셀트리온이 탄생했다. 하지만 사채까지 끌어다 운영경비에 보태야 했을 정도로 당시 회사 사정은 좋지 않았다.



'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부도 위기극복…뚝심으로 기술력 입증


서 회장은 2003년 투자금을 끌어모아 인천 송도에 5만 리터 규모의 생산 공장을 짓기 시작했다. 그런데 완공을 1년 앞둔 2004년 에이즈 백신 임상3상이 실패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부도를 막기 위해 명동 사채업계를 돌며 신체 포기각서도 썼다.

더 이상 갈 곳이 없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했다. 가족들에게 유언을 남기고 차를 몰고 강으로 향했다. 그러다 건너편에서 돌진해오는 트럭에 부딪힐 뻔하자 정신이 번쩍 들었고 죽을 각오로 열심히 일해보자는 결심이 섰다.

이후 풀리지 않던 일들이 하나둘씩 해결되기 시작했다. 2005년 3월 공장을 완공하고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쿼브(BMS)와 위탁생산(CMO) 계약을 했다. 영업이익이 매출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알짜사업이었다. 공장은 2년 뒤 아시아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글로벌 수준의 생산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얘기다. 셀트리온은 2007년 매출 635억원에서 2009년 1411억원으로 치솟으며 고성장 기업으로 급부상했다.

CMO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자 회사를 팔라는 제의가 들어왔다. 서 회장은 ‘안정적인 CMO 사업으로 돈을 버는 대신 우리만의 바이오시밀러를 개발해보자’고 결단했다. 2009년 BMS의 CMO를 중단하고 바이오시밀러로 방향을 틀었다.


'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램시마로 성공 가도…시총 82조 그룹 우뚝


2009년 중견제약사인 한서제약을 인수해 셀트리온제약을 출범시켰다. 연구개발 인프라를 다졌고 독자 제품을 개발에 박차를 가해 2012년 세계 최초의 항체 바이오시밀러 ‘램시마’ 개발에 성공했다. 4년 뒤에는 FDA 허가 관문도 통과했다.

램시마는 미국과 유럽에서 ‘대박’을 쳤다. 이후 허쥬마·트룩시마 등 바이오시밀러 주력제품 3대장의 성공을 기반으로 셀트리온은 국내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동안 서 회장은 공매도 공격과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사기꾼 아니냐’는 수모를 겪어왔다. 하지만 ‘쪽팔리게 살지 말자’는 신조로 묵묵히 바이오산업 성장에 기여했다. 그는 “남에게 피해를 주면 사기꾼, 이익을 주면 사업가”라며 실적으로 자신을 증명해냈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급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도 급등했다. 30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의 시가총액은 82조원에 육박한다.



바이오시밀러에서 케미칼의약품까지 영토확장


2002년 셀트리온 설립 당시 종합제약사로 거듭나겠다던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의 꿈은 현실이 됐다. 서 회장은 회사를 떠나지만 글로벌 톱티어(Top Tier) 제약·바이오회사를 향한 셀트리온의 질주는 계속될 전망이다.

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 (135,000원 상승2400 1.8%)·셀트리온제약 (160,400원 상승4400 2.8%) 3형제를 합한 시가총액은 30일 기준 82조원에 달한다. 셀트리온은 지난해 사상 첫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올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이 이미 지난해 전체 매출을 넘어선 상태다.

셀트리온은 2024년에는 케미컬 의약품 사업에서만 매출 1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글로벌 제약사 다케다제약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18개 제품군에 대한 권리자산을 인수했다.

이번 인수는 셀트리온의 첫 번째 대형 인수·합병(M&A)이다. 그동안 다국적 제약사들의 과점으로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 치료제가 이번 인수를 계기로 국산화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18개 제품군에는 ‘네시나’와 ‘액토스’(당뇨병 치료제) ‘이달비’(고혈압 치료제) 등 전문의약품과 ‘화이투벤’(감기약)처럼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일반의약품이 포함돼 있다. 다양한 케미컬 의약품을 확보해 케미컬 후발주자의 약점을 극복한다는 전략이다.

'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미국·유럽서 선전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군


셀트리온이 자체 개발한 △램시마(성분명 ‘인플릭시맙’)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 항체 바이오시밀러(복제약) 3종은 그동안 오리지널 의약품이 독점해 온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판도를 흔들었다.

‘트룩시마’(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의 바이오시밀러)는 미국 출시 11개월 만인 올 9월 처방시장 점유율 20.4%를 달성했다. 지난 10월 미국 최대 사보험사인 유나이티드헬스케어에 우선처방의약품으로 등재돼 점유율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허쥬마’(유방암·위암 치료제 ‘허셉틴’의 바이오시밀러)는 유럽시장 점유율은 다소 하락했지만 일본에서는 ‘트라스투주맙’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유방암 3주요법 허가 이후 1년 만인 올 3분기에 시장점유율 39%를 치지했다.

‘램시마SC’의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병원을 찾아가 정맥주사(IV)를 맞아야 했던 ‘램시마’를 환자들이 집에서 직접 주사할 수 있도록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바꾼 것이다. 미국에서 신약으로 인정받아 2022년 허가를 목표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지난 7월에는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염증성 장질환으로 적응증 확대를 허가받았다. 램시마SC는 코로나19(COVID-19) 감염 우려 없이 집에서 자가투여가 가능한 점 등이 처방 확대를 이끌어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장 점검에서 서정진 회장으로부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2.22.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인천=뉴시스] 이종철 기자 = 정세균 국무총리가 22일 오후 인천 연수구 셀트리온 2공장에서 진행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현장 점검에서 서정진 회장으로부터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설명을 듣고 있다. 2020.12.22. (공동취재사진) photo@newsis.com




신성장동력 확보, 3사 합병 ‘시너지’ 기대감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휴미라’의 바이오시밀러 ‘CT-P17’도 내년 유럽 출시가 가시화됐다. ‘CT-P17’은 유럽시장에서 처음 선보이는 ‘휴미라’의 고농도 제형이다. 약물 투여량은 절반으로 줄인 대신 통증을 유발하는 시트르산염을 제거해 차별화했다.

기존 휴미라 바이오시밀러가 대부분 오래된 제형인 저농도로 개발됐다는 점에 착안해 시장성을 더욱 확보하고자 새로운 제형으로 개발했다. 내년 상반기 EMA의 승인을 획득한 후 유럽에서 직접 판매할 계획이다.

코로나19 항체치료제 ‘CT-P59’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승인이 떨어지면 내년에는 해외 국가에서 승인과 판매를 추진한다. 해외판매 수익률은 다른 바이오시밀러보다 낮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 3사 합병은 투명한 매출구조 확립과 일감 몰아주기 논란 해소로 그간 발목 잡았던 저평가 요소를 제거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합병 이후 글로벌 빅파마와 본격 경쟁할 수 있는 규모를 갖춘 제약바이오 기업으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서울'에서 '셀트리온 이야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0.6.23/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 스타트업 페어 '넥스트라이즈 2020,서울'에서 '셀트리온 이야기, 포스트코로나 시대의 위기와 기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2020.6.23/뉴스1




19년 전 인천 송도에 과감한 선투자


#.서정진 셀트리온 (309,500원 상승1500 0.5%) 회장은 2001년 바이오산업 중심지인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다니며 현장 체험을 하는 과정에서 간염 백신 개발로 노벨 의학상을 수상한 석학을 만났다. 생명공학과 바이오산업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들은 서 회장은 머지않아 블록버스터 바이오의약품의 특허 만기가 계속 이어진다는 사실을 간파했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성장을 예견한 시점이었다.

#. 2001년 인천 신공항 개항을 계기로 송도 개발이 본격적으로 이뤄지자 이듬해 2월 서 회장은 세계적인 생명공학기업 제넨텍의 자회사 벡스젠과 함께 송도 바이오단지 조성 계약을 체결한다. 해외기업의 투자유치에 적극적이었던 정부 정책을 활용하는 것이 대규모 시설을 갖추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벡스젠의 기술과 KT&G의 자본을 활용해 5만리터 규모의 제1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19년 전 서 회장이 송도에 뿌린 씨앗은 이미 결실을 맺는 단계까지 진입했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3분기만에 1조3504조원의 매출과 5474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100년 기업이 즐비한 국내 제약사를 훌쩍 뛰어넘는 실적이다. 연말까지 매출 1조7000억원, 영업이익 7000억원을 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셀트리온이 단기간 급성장한 배경은 세계 바이오시장의 흐름과 수요예측을 통한 과감한 선투자가 이뤄졌기 때문이란 평가다. 셀트리온에 따르면 당시 인천시의 바이오지원정책에 따라 제한된 면적만 활용하면 무상 사용이 가능했지만 서 회장은 보다 멀리 내다보고 9만2958㎡의 땅을 매입했다고 한다. 바이오기업의 첫 송도 투자였다. 이런 판단은 이후 셀트리온이 생산공장을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한번 결정하면 성공할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서 회장의 승부사적 기질도 영향을 미쳤다. 첫 번째로 들여온 기술인 벡스젠의 에이즈 백신이 임상 3상 실패로 끝났음에도 사채까지 써가며 기어코 생산공장을 2005년 완공한 것은 서 회장의 의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셀트리온이 송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자 국내 최대규모 그룹사인 삼성도 뛰어들었다. 2012년 삼성전자는 삼성바이오파크 조성을 선언한 후 곧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송도에 설립한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매출 1조원을 넘보는 국내 빅7 바이오제약기업으로 성장했다.

추가 투자도 이어지고 있다. 셀트리온은 5000억원을 투입해 3공장과 연구센터를,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조원을 들여 4공장과 R&D(연구개발)센터 등을 짓는다. 특히 셀트리온은 2030년까지 20만리터 규모의 4공장과 복합 바이오타운 건설 계획도 있다.

'82조' 바이오신화 서정진 회장, 21년 전처럼 벤처로 새출발



국내외 자본유입 잇따라…K바이오 메카로 거듭


국내 전통 제약사도 송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대표적인 회사가 동아쏘시오그룹이다. 그룹 전문의약품 기업인 동아ST는 1000억원을 투입하는 생산시설을 지난달 착공했다. 그룹 연구개발을 주도하는 바이오텍 연구소도 내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송도가 K바이오의 메카로 자리잡으면서 외국 바이오기업의 투자도 뒤따른다. 최근에는 독일의 싸토리우스가 1억달러(1200억원) 규모의 설비투자를 결정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의약품 생산에 필요한 원부자재 공급을 위한 투자 결정이다.

과감한 투자는 고용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지난달 송도 연세대 국제캠퍼스에서 발표한 바이오헬스산업 사업화 촉진 및 기술역량강화전략에 따르면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 관련 기업의 2023년까지 투자규모는 10조원이다. 이를 이행할 경우 연평균 생산이 20%씩 늘고 9300명의 신규 고용창출을 기대하고 있다.

인천시는 2030년까지 3조6000억원을 투입해 바이오기업 700개를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1만5000명의 바이오 전문인력을 포함해 17만명의 일자리 창출이 이뤄질 것이란 설명이다.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조감도
셀트리온 글로벌생명공학연구센터 조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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