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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사망사고를 줄이는 길[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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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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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 추진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에 대한 단상

과잉입법이 진행 중인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재고돼야 한다. 산업현장에서 목숨을 걸고 일하는 근로자들의 생명을 더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서라도 더 신중한 논의가 필요하다.

여야는 연초 정치적 갈등을 푸는 방편으로 일명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오는 8일 국회에서 신속히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하늘 아래 귀하지 않은 생명이 어디 있으며, 사람의 목숨을 살리겠다는 데 반대할 이가 누가 있겠는가.

다만, 전세계 어디에도 없는 강력한 입법을 통해 모두가 걱정하는 산업재해를 줄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사고는 부지불식간에 일어나고, 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안전관리 시스템의 완성과 현장에서의 철저한 실행과 관리·감독이 중요하다.

사망사고 이후 사후약방문식으로 강한 처벌을 하는 것이 아니라,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예방이 중심이 돼야 한다는 얘기다. 노동계는 경영자에게 '징역형'이라는 겁을 주면 경각심을 갖고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다.

자고이래로 처벌이 엄할수록 그 처벌을 피하는 기술만 더 는다. 엄벌주의로 살인사건이 사라진 나라는 없다. 고의적인 살인도 그럴진대, 과실로 인한 사망사고에 대한 엄벌의 효과는 미지수다.

이번 입법안의 핵심쟁점은 사고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징역형의 엄벌을 처해 산재사고를 막자는 것이다.

노동계(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안)에서 주장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5조(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①항은 이렇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이 제3조의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에 비해 정부안은 사망사고시 유기징역형의 하한선을 '2년 이상'으로 낮췄다가 이번 국회 논의 과정에서는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을 적용하기로 했다. 어떤 것이든 법을 위반한 산재사망사고가 날 경우 경영자가 1년 이상의 실형을 살도록 한 강력한 처벌조항이 들어있다.

이 기업처벌법에 있는 안전조치나 보건조치, 처벌 조항은 이미 기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있는 내용이다. 산안법 제38조(안전조치)와 제39조(보건조치), 제63조(도급인의 안전조치 및 보건조치) 등으로 입법화돼 있다.

이를 지키지 않아 사망사고를 냈을 경우 제167조(벌칙)에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강력한 규정이 이미 있다. 이 형량은 형법 제268조 업무상 과실치사상죄(5년 이하의 금고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보다 중형이다.

법조계에선 과실치사범인 산안법 위반사범이 고의범과 같은 중형을 받는 것은 형벌의 균형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또 직접 사고 원인의 당사자가 아닌 원청 경영자를 처벌하는 것은 '자기의 고의·과실에 의한 행위에 대하여만 책임을 진다'는 '과실책임주의 원칙에도 벗어난다는 주장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계는 사고 사업주에게 법원이 솜방망이 처벌을 해 산업재해가 줄어들지 않는다며 이보다 더 강한 처벌조항을 넣은 기업처벌법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산재사고 문제는 '기업살인법'이나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반기업정서를 무기로 한 프로파간다로 기업에 대한 적개심을 불러일으켜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사고는 함께 풀어갈 숙제다.

전체 산재 사망사고의 86.1%(지난해 9월까지 기준)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면, 강한 법을 만들어 '경영자를 잡아넣는 것'(?)에 앞서 대기업과 함께 중소 영세사업장에서의 사고의 근본원인을 점검하고 그 해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혼자 일하다가 사고가 난 많은 희생자들에서 알 수 있듯이 2인 1조의 안전 관리인원을 쓸 수 없는 영세사업장이라면, 정부나 지자체에서 비용을 들여서라도 관리인원을 파견하든지 하는 시스템을 우선 갖춰야 한다.

어느 죽음이 안타깝지 않고, 슬프지 않겠는가. 모든 최고경영자들은 자신들의 사업장에서 직원들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에게 사고가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사고는 원치 않는 시간에 별안간 찾아온다.

열악한 시스템 개선 없이 경영책임자를 유기징역에 처하거나 해당 기업에 엄한 벌금을 내린다고 사고가 쉽게 줄진 않는다는 것은 2008년 시행된 영국의 기업과실처벌법이 잘 보여주고 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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