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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보다 양' 금배지 입법…가결수 보면 진짜 열의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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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효송 기자
  •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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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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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입법공장' 국회의 민낯]



건당 15분 검토만 해도 6000시간…"입법영향평가 필요"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해외 의회 살펴보니

'질보다 양' 금배지 입법…가결수 보면 진짜 열의가 보인다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총 2만 4000여개의 법안을 건당 15분씩 검토하면 6000시간. 1년 300일, 매일 4시간씩 법안 검토를 해도 5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무차별적인 '입법폭격'에 제대로된 법안 만들기와 평가가 되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문제를 막기 위해 법률을 발의 전·후로 꼼꼼하게 들여다 보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체계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의원입법의 비중이 높은 미국은 복잡한 법안 심사 단계를 거친다. 그 과정에서 입법조사처(CRS), 의회예산처(CBO), 정부책임처(GAO) 등 다층적 심의과정에서 심도 있는 분석이 진행된다. 사실상 규제영향평가가 복잡한 과정 속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5월 발간한 '입법영향분석을 통한 더 좋은 법률 만들기'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 영국, 프랑스, 등 대표적 선진국들은 입법영향연구 등을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럽연합의 영향평가 제도는 2003년 도입됐다. 대상은 법률안, 일정 규모 이상의 재정 사업이나 우리나라의 시행령에 해당하는 위임규정과 시행규정 등이다.

특히 독일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다수 국가들은 2000년대 부터 '사전입법영향평가 분석제도'를 도입해 법안을 발의하기 전 법률 제·개정의 잠재적 영향을 미리 분석하고 있다. 이 제도를 도입하게 되면 사전 분석 결과를 법률안과 함께 제출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입법은 사전영향평가를 받지만 의원입법은 사전평가 대상이 아니다.

우리도 20대 국회에서 문희상 전 국회의장 등이 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 한 바 있다. 민주당은 21대 국회에 들어 당론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국회법(국회법 개정안)'을 통해 다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제정법률안, 개정안 등의 법률안에 대해서는 입법영향분석서를 제출하도록 했다. 그러나 국회 내에서 소위와 상임위 등을 거쳐 숙려되는 만큼 영향 분석은 과하다는 측면과 함께, 개별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한다는 의견에 부딪혀 그동안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박상훈 국회미래연구원 거버넌스그룹장은 "법률을 만드는 일은 신중하고 아껴쓰는 게 선진국의 기본적 태도"라며 "꼭 필요한 법안을 충분한 사전 조정을 거쳐 입법 해야만 가치가 있고 법의 권위도 살아난다"고 강조했다.

이내영 고려대학교 교수는 "선진국 의회에서 하는 입법 영향평가는 기존 법률과 충돌 가능성, 예상되는 효과를 고려한다"며 "의원입법에 대해 지적하고 검토하는 전문 기관이 필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와 법제실 등에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형식적 요건이 아닌 내용을 검토하는 전문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유효송 기자



"'발의 수 아닌 가결에 초점, 의원 역량 평가 개선해야"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 사진제공=김범수 교수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 / 사진제공=김범수 교수

"법안 발의 증가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증폭됐다는 게 문제다. 평가 방식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국회의원들이 부정적 법안 발의 대신 정책입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김범수 연세대 디지털사회과학센터 연구교수는 최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의 입법 발의 행태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과잉입법 자체를 비판하기 보다는 부정적 요소를 줄이기 위한 보완에 집중해야 한다는 얘기다.

◇"발의 수 기준 정량평가가 '과잉' 만들어"

김 교수는 최근 국회의 법안 발의가 늘어나는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의원입법엔 '다양화된 사회 수요에 대한 입법 대응'으로서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의원들의 법안 발의는 특정 정책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표명하는 공식 절차로서의 성격이 강하다"며 "사회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된다는 점에서 법안 발의 증가는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줄이려는 노력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대표적 사례가 '용어 조정 법안'이다. '당해→해당', '근로→노동' 등 표현을 수정하는 법안으로, 하나의 용어를 수정하면서 개정안 50건을 발의하는 효과를 얻게 된다. 같은 법을 조항별로 쪼개 1건씩 발의하는 '분리법안', 일몰기한 연장 등 '수치·대상 조정 법안'도 있다.

언론, 시민단체, 국회 등에서 '법안 발의 수'를 의원들의 입법역량 평가의 기준으로 삼다보니 '필요 이상'의 법안이 발의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용어나 대상 조정 법안에도 의미가 있다. 잘못된 법안이라곤 할 수 없다"면서도 "법안 발의 수를 기준으로 입법역량을 평가하려 하니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의 수 기준 정량평가가 동기를 부여하고 여기에 국회의 법제지원시스템이 결합되면서 과잉이 만들어졌다"고 진단했다.

◇ "발의 아닌 가결에 초점…제대로 된 법안 만들 것"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박병석 국회의장이 14일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대북전단금지법 개정안)에 대한 무제한토론(필리버스터) 종결 동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2020.12.14/뉴스1

김 교수는 이같은 법안 대신 의원들이 정책입법에 집중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국회사무처 정책 연구 용역으로 '제20대 국회 의원입법 동향 및 의원입법의 질적 향상 방안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개선안을 마련했다.

먼저 입법역량을 평가할때 법안 발의수 중심의 정량평가 방식에서 벗어나 정성평가를 결합하는 안을 제시했다. 정량평가시엔 발의수 대신 가결수와 가결률을 지표로 삼고, 정성평가는 전문가 집단 평가(델파이 기법)를 통해 △의견수렴 정도 △변경 조항 수 △발의안과 가결법안의 일치성 △기존 제도와의 차이 △대상 범위 등 제도변화의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평가하는 방식이다.

김 교수는 "핵심은 가결 수 만으로도 법안 발의 노력이 충분히 평가되는 만큼 발의 수를 평가 기준에서 제외하는 것"이라며 "발의 수 기준 평가가 사라지면 굳이 시간을 내서 많은 법안을 발의하는 게 아니라 가결을 염두에 두고 제대로 된 법안을 성안하려 노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 '투트랙' 법안 심의…의원들도 해방"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2020.11.27/뉴스1
(서울=뉴스1) 성동훈 기자 =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개의하고 있다. 2020.11.27/뉴스1

상임위원회의 법안 심의를 '투트랙'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용어 수정이나 일몰기한 연장 법안을 제정법안이나 개정 조항이 많은 법안과 분리해 주기적으로 상임위에서 별도 트랙으로 심의하는 내용이다. 김 교수는 "해당 법안은 법제실 등과 논의해 상임위 차원에서 별도의 위원회안으로 심의한다면 의원들은 검토만 하면 되고 법안을 발의할 필요가 없게 된다"며 "의원들 입장에서도 발의 수에서 해방돼 정책 법안에 집중할 수 있게 돼 더 좋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김 교수는 과잉입법에 대한 논의가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으로 흘러가선 안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그는 "용어 조정 등 약간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법안 발의 자체를 규제하려다 입법부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며 "법안 발의는 자유로운 입법권의 영역으로 남기되 모든 게 발의 중심으로 돼 있는 시스템을 자연스럽게 바꿔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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