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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에 설계사가 없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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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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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08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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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국내 굴지의 보험회사 본사 건물을 보고 우스갯소리로 ‘설계사들이 세워준 건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보험업계의 성장은 설계사를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길거리에서 보험 하나만 가입해 달라며 사탕이 달린 유인물을 나눠주거나 사무실 곳곳을 돌던 이른바 ‘보험아줌마’들 말이다.

보험은 소비자들이 직접 찾기 보다는 상품을 고객에게 밀어 넣기 때문에 ‘푸시(push)산업’이라고 한다. 사고나 질병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필요성을 느끼기 어려운 상품의 특성상 회사가 소비자를 찾아다녀야 해서다. 이 때문에 유능한 설계사 확보는 보험사의 영업에 결정적 변수였다. 설계사 조직의 규모가 매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한 것이다. 보험사들은 신입 설계사 육성에 사활을 거는 한편 타사의 '에이스 설계사'를 '모셔 오는' 일에도 사력을 다했다.

이렇듯 설계사를 빼고 논할 수 없던 보험업계에 설계사 조직을 본사에서 떼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에 이어 한화생명이 ‘빅3’ 대형사 중 처음으로 2만명의 설계사 조직을 자회사로 분리하는 작업을 추진중이다. 판매는 자회사가 맡고 본사는 상품개발 등 지원업무로 이원화하는 게 핵심이다. 바야흐로 ‘설계사가 없는’ 보험회사 시대를 열겠다는 것이다.

이같은 ‘제판분리(제조와 판매분리)’는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장점은 영업경쟁력 강화와 비용절감이다. 전속 설계사는 한 회사의 상품밖에 팔지 못하지만 판매전문회사로 소속이 바뀌면 다른 보험사의 상품도 팔 수 있다.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가 있다. 통상 인건비가 상당한 정규직 영업관리 인력이 판매전문회사 소속 계약직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비용절감 효과도 있다.

그러나 반대일 수도 있다. 판매 자회사가 모회사의 매출을 유지하면서 다른 상품도 팔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한화생명의 경우 기존에 2만명의 설계사가 한화생명의 상품만 팔았다면 판매 자회사에서는 한화생명뿐 아니라 모든 보험사의 상품을 판다. 다른 회사 상품을 판매한 만큼 줄어든 한화생명의 신계약 매출을 채우기 위해서는 외형과 내실이 모두 크게 확대돼야 한다.

이런 실험이 실패했을 때 전속 설계사 조직을 원상복구 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다. 자회사 형태로 영업조직을 분리하는 것은 정교한 과정이 필요한 작업이지만 2만명이 넘는 전속 설계사 채널을 다시 구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빅3의 경우 안정화된 설계사 조직이 영업의 핵심이기 때문에 그동안 제판분리를 시도하지 못했으며, 새로운 판매 자회사가 기존 GA중 하나로 전락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한화생명은 대한생명 시절부터 75년간 다져놓은 영업채널이 물거품이 될 수 있다.

제판분리를 위해서는 두 가지 작업이 필요하다. 하나는 정규직 영업관리 인력을 계약직으로 전환해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메리츠화재의 경우 5~6년 전 대규모 구조조정 후 GA로 전환했고, 미래에셋생명도 수년간 GA로 전환한 뒤 판매채널을 분리했다. 한화생명은 경영진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했음에도 고용 안정성 등을 이유로 노조가 강력히 반대해 메리츠화재와 미래에셋생명과는 상황이 다르다.

다른 하나는 규모를 키우는 것인데 전반적으로 업황이 부진한 가운데 최근에는 코로나19(COVID-19) 영향까지 겹쳐 대면 영업이 위축됐다. 중소 GA의 인력을 흡수할 수 있지만 관리가 제대로 안 될 경우 불완전판매 등 크고 작은 잡음만 생길 수 있다.

전례 없는 도전이지만 한화생명은 주사위를 던졌다. 제판분리 시도가 설계사와 보험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결과를 가져오려면 기존의 자회사형 GA와 같은 모습으로는 한계가 있다. 조직을 분리하는 것 이상의 차별화된 판매전문회사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는지 여부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이다.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머니투데이 금융부 차장 전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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