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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Citius, Altius, Forti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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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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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0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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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이대호 성균관대 인터렉션사이언스학과 교수
근대 올림픽 경기의 창시자인 쿠베르탱이 제안한 올림픽의 모토(motto)이다. 창시된지 100년을 훌쩍 넘은 올림픽이지만, 여전히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외의 다른 무엇이 필요한지 잘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의 IT 산업과, 이와 융합되고 있는 다양한 분야들, 그리고 그 근간에 자리잡고 있는 데이터 기술들을 보면 올림픽의 모토같다는 생각이 든다. 각 국가와 기업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데이터를 전송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저장하며, 조금이라도 더 높은 품질의 분석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것이 가능하게 하는 것이 5G, 클라우드 컴퓨팅, 머신러닝과 딥러닝 등이다. 지금 세계는 비트의 기술을 통해 원자의 세계를 혁신하고 지배하려고 경쟁하고 있으며, 우리 정부 역시 DNA(Data, Network, Artificial Intelligence)라는 이름으로 이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의 승리는 단순히 조금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빨리 확보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율주행자동차 산업에서, 핀테크 산업에서, 인공지능 의료 분야에서 조금 더 높은 품질의 데이터 분석 결과에 기반하여 산업을 선점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부가가치를 가져다 주게 될 것이다. 더 빨리 데이터를 전송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저장하며, 조금이라도 더 높은 품질의 분석 결과를 도출하는 것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산업의 특성에 따라 그 영향이 작을 수도 있고, 클 수도 있다. 심지어 어떤 산업의 경우 이로 인하여 시작조차 불가능한 산업도 있을 수 있다.

대표적 산업이 로봇 산업이다. 단순반복 업무만을 처리하던 기존의 로봇에서 최근의 로봇은 혁신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로봇은 작동 부분만 있고 컨트롤 부분은 원격에 두는 것이 여러가지 면에서 유리하다. 즉 뇌와 몸을 분리하는 것인데, 뇌가 같이 있으면 몸만 있는 경우보다 걷거나 하는 등의 움직임에 제한을 받게 된다. 정교한 작동이 필요해 큰 뇌를 장착해야 되는 경우라면 작동에 더 제약을 받게 된다. 로봇이 균형을 잡고 이동이나 작동하기 어렵고 넘어지면 비싼 뇌 부분까지 파손되어 손해도 크다. 그래서 해답으로 등장한 것이 일명 뇌 없는 로봇(Brainless Robot)이다. 뇌에 해당하는 기능을 클라우드(Cloud)에 두고, 초저지연 통신을 통해 로봇에게 전달하여 로봇의 움직을 제어한다.

즉, 클라우드가 로봇의 두뇌를, 초저지연 통신은 로봇의 신경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기존의 로봇들은 하드웨어의 성능이 로봇의 경쟁력을 결정하였다면, 뇌 없는 로봇의 경쟁력은 (기존의 로봇이 가지고 있는 하드웨어적 우수성과 함께) 더 많은 데이터를 더 잘 분석하여 더 빨리 전달하는 것이 결정하게 될 것은 자명한 일이다. 이때 “더 빨리” 부분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을 특징으로 하는 통신기술로 최근 주목 받고 있는 5G이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9년 4월에 세계 최초로 5G를 개통하였으며, 우리나라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5G는 그 품질과 속도, 안정성 등 모든 면에서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한다.

그러나 (기간)통신사업자들이 제공하는 5G는 전국 모든 국민들을 대상으로 설계되었기 때문에 전국의 모든 곳으로 데이터를 전할 수 있는 장점은 있으나 특정 상황에서는 오히려 최적의 속도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수업을 듣고 있던 한 학생이 옆에 있는 친구와 저 몰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카카오톡을 보냈다면, 이 카카오톡 메시지는 바로 옆에 있는 친구에게 갈 메시지임에도 불구하고 멀리 떨어져있는 통신사의 기지국과 서버를 거치는 긴 여행을 한 뒤에야 옆에 있는 친구에게 전달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을 뇌 없는 로봇에 적용해 본다면, 로봇의 신경은 건물 안에서 몸에게 바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몸 밖으로 나가 전국 일주를 한 바퀴 한 뒤에야 다시 뇌에게 명령을 전달하는 꼴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미국, 독일, 일본, 영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기업이 자신의 부지나 건물 내에서 5G 기술을 이용하여 무선망을 구성할 수 있도록 “로컬 5G” 제도를 도입하여 적용하고 있다. 로컬 5G는 사용자의 이용 패턴에 최적화되어 있는 지금의 5G와는 달리 기업이 제약없이 원하는 형태로 5G망을 변경하고 최적화할 수 있으며, 기업 안에서만 통신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신의 속도나 보안 측면에서 더 우수하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해외 주요국들은 3.7GHz나 28GHz 대역 등을 미리 로컬 5G를 위해 할당해 두고, 수요기업들이 5G망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5G의 강점이 최대화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미국의 구글, 아마존, 독일의 지멘스, 보쉬, 일본의 히타치, 파나소닉 등은 로컬5G를 통해 로봇은 물론 스마트팩토리, 스마트시티, 원격의료 등의 개발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수요가 있는 기업에 맞춰 장비, SI 등의 관련 산업체들까지 생태계를 갖추어 나가고 있다.

최근 기사를 보니 국내도 기업의 수요가 없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와 세종텔레콤, 그리고 여러 기업들이 로컬 5G에 대한 도입 대비를 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에이치에프알이라는 로컬5G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중견기업도 있다. 정부의 지원까지 받은 업체인데 국내는 아직 로컬5G가 되지 않아 생산한 장비를 국내가 아닌 일본 NEC사에만 수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최초 5G 상용화도 중요하지만, 로컬5G도 같이 세계최초로 준비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지금 글로벌 IT기업들은 더 빨리 데이터를 전송하고, 더 많은 데이터를 확보∙저장하며, 더 높은 품질의 분석 결과를 도출하기 위하여 기업이 가진 모든 역량을 쏟아붓고 있으며, 이것은 앞으로 단순히 IT산업의 경쟁력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국가의 자동차, 의료, 조선, 금융, 건설 등 모든 분야에서 품질의 차이를 발생시킬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 IT기업들 역시 이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으나, 정부의 제도 역시 해외 주요국들에 뒤쳐지지 않도록 발맞추어 나아갈 필요가 있다. 로컬 5G와 함께 더 빨리, 더 높이, 더 멀리 도약하는 IT 강국 코리아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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