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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의 영웅 '아산'이 그리운 시대[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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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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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변란 때마다 새 정권은 서민 위안용으로 혹은 정권의 약점을 은폐하기 위해 기업인을 부정축재와 탈세범으로 몰았다. 이들이 줄줄이 끌려 들어가는 모습을 신문과 텔레비전에 대대적으로 보여 국민 시각을 오도했고 이런 되풀이가 몇차례 있고 난 후 기업인들은 다 같이 ‘악(惡)’이 되어버렸다.”

오는 3월 21일 타계 20주기를 맞는 아산(峨山)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1998년 3월 펴낸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나의 살아온 이야기’에 언급한 말이다.

광복 이후 이승만 정권, 4.19 이후 허정 과도정부나, 장면 정부, 5.16 후의 박정희 정권, 12.12 이후 전두환·노태우 군사정권에 이은 김영삼 문민정부까지 겪은 그의 경험에서 나온 말이다.

아산은 1938년 시작한 첫 사업인 쌀가게 경일상회를 시작으로 60여년간 사업을 해오면서 다양한 성공을 거뒀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이 이 같은 부정축재의 오명을 쓴 것이라고 했다.

2006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가 선정한 ‘아시아의 영웅’으로 꼽히기도 한 아산은 일부 문제가 있는 기업도 있었지만 대다수 기업은 ‘애민애족’의 기업가 정신으로 오직 잘살아보자는 일념으로 일해왔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재산도 쌀 가게 할 때까지만이고, 그 이후 이룬 것은 사회의 몫인데도 정치권은 기업가들을 탐욕스럽고 부도덕한 존재로 만들어버렸다고 아쉬워했다.

아산의 이런 아쉬움은 그가 타계한 지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한국 최대 기업의 총수는 정권교체 시기에 연루된 죄목으로 5년째 재판이 진행 중으로 오는 18일 운명의 파기환송심 최종 선고만을 앞두고 있다.

IT(정보기술) 혁명에 이어 AI(인공지능)와 빅데이터가 모든 것을 바꾸는 세상에서도 여전하다. 이제 아산의 시대에 벌어졌던 이 같은 일은 더 이상 없어져야 한다.

한국 재계는 창업자의 시대와 창업 동지적 관계에 있었던 창업 2세의 시대를 이미 지나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해방 이후 한국 사회에서 기업의 제일 큰 과제가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 것이었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춰 배고픔을 어느 정도 벗어난 지금은 새로운 가치를 열어야 하는 시점이다.

창업가문의 후손이든 전문경영인이든 기업 이윤을 추구하는 과정에서도 단순히 영업적 가치에만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사회와 지배구조 등 ESG 경영에도 앞선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이 새로운 시대정신이다.

이 같은 시대정신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 기업을 앞에서 이끄는 리더들의 기업가정신이다. 짧은 시기 급성장한 한국 기업들은 성장기에 따라 주지 못했던 일부 문제를 바로잡고 새로운 도약에 무던히 애를 쓰고 있다.

기업가정신을 제대로 잘 발현할 수 있도록 기업가들이 악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존중받고, 적폐로 몰리는 것이 아니라 시민들의 파트너로서 자부심을 갖고 기업을 운영하게 응원해야 한다. 마냥 악으로 치부하고 적대적·투쟁적 관계로는 어떤 발전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없다.

요즘 기업가들은 전쟁과 폐허의 가난한 나라에서 싸웠던 그들의 선대들과 달리 글로벌 스탠다드를 배웠고, 이를 실현할 충분한 자질을 갖췄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나 정의선 현대차 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등 한국 대표 기업의 총수들이 코로나19의 엄중한 시기에 앞장서 대한민국 1인당 GNP(국민총생산) 5만달러 시대를 열도록 격려해야 한다.

소처럼 우직하게 일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던 아산의 시대는 갔지만, 실패에 좌절하지 않고 항상 긍정적인 생각으로 반드시 목표를 이루고야 말았던 아산을 비롯한 많은 선배 기업가들의 정신이 이들 후대 기업인들에게 남아 있기 때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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