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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연탄봉사와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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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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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1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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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연탄봉사와 ESG
2021년이 시작하자 엄청난 추위가 찾아왔다. 매년 겨울이 되면 찾아오는 익숙한 풍경이 있다. 새로 장만한 듯한, 똑같은 옷을 맞춰입은 대기업 직원이 쭉 늘어서서 연탄을 나르는 모습이다. 회색빛 낡은 집과 좁은 골목, 까만색 연탄이 만들어내는 빈곤의 모습과 화려한 색상의 방한복이 만들어내는 대조적인 색감은 묘한 느낌을 준다. 회사 차원에서 빈곤층을 돕는다는 이런 캠페인은 가만 생각해보면 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타당하지 않다. 진정으로 돕고 싶다면 가스보일러로 교체해주고 연료비를 지원하거나 단열 시공을 해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동원되는 직원들의 시간당 인건비, 그리고 행사를 위해 구매한 의류비용 등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차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왜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업들에 사회적으로 기여하라는 압력이 커지기 때문일 것이다. 사회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역할과 비중이 확대됨에 따라 기업에 대한 기대는 점점 확대되고 이에 따라 CSR(사회공헌활동) CSV(공유가치창출) 등 다양한 개념이 생겨났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들이 기업 경영 전반에 녹아들기보다 ‘착한 기업’이라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으로 오해되면서 연탄봉사와 같은 천편일률적인 행사가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본질은 사라지고 겉모습만 남은 대표 사례라 할 수 있다.
 
기업의 최대 과제는 생존과 이윤창출이다. 문제는 기업이 사회의 가치에 반하는 행동을 통해 갈등을 유발하고 사회에 피해를 주곤 했다는 점이다. 기업은 전통적으로 사회의 변화 요구에 부정적이며 소극적으로 대처해왔다. 지금은 당연한 노동자의 권리보호, 독점과 담합 금지 등은 기업의 활동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 것이다. 특정 국가에서 기업의 활동이 주로 이루어질 때는 기업활동에 대한 평가는 국가별, 지역별로 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세계화 추세의 지속, 그리고 대규모 자본의 국제적 투자추세가 확산함에 따라 기업은 전지구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공통적인 기준을 따를 것을 요구받게 됐다. 전세계적 활동에 따른 전세계적 책임이라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최근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는 개념은 기업에 요구되는 책임을 각기 다른 공간의 범주에서 구체화하는 것이다. 지배구조(G)는 기업이라는 단위에서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평등한 의사결정을 의미하는 것이고, 사회(S)는 고용평등, 인권 및 노동을 통해 해당 기업이 활동을 영위하는 사업장 및 사회와의 관계를 합리적으로 형성해나가는 것을 가리킨다. 환경(E)은 환경기준 준수를 넘어 온실가스 저감을 포함해 기업 경영의 영향이 미치는 범주를 전지구적으로 고려하도록 하는 것이다. 낯설게 보이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동안 해왔고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ESG 측면에서 보면 기업의 연탄봉사는 잘못된 행위다.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하는 고체연료인 연탄을 제공하는 것은 환경적 측면(E)에서 잘못된 행위고 직원들의 의사에 반해 그러한 행위에 동원하는 것은 사회적 측면(S)에서 적절하지 않다. 관행적으로 해온 활동을 원점에서 재검토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ESG의 본질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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