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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현대車의 동거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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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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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2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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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

애플카 / 사진제공=애플허브 인스타
애플카 / 사진제공=애플허브 인스타
현대자동차가 미국 애플이 추진하는 애플카 생산 협력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주가가 단기 급등했다. 오는 2024년을 목표로 추진되는 애플카와 관련한 협력이 현대자동차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의 패러다임 시프트(대변혁)의 시기에 협력은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말한다. 단 협력의 형태가 스마트폰 체제에서의 애플&폭스콘 형태(ODM)냐, 구글&삼성전자 형태(OS 구매)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라는 진단이다.

◇제국의 몰락="로마의 몰락은 부족함 때문이 아니라 번성에서 왔다." 많은 역사학자들의 평가다. 몰락은 번성으로 인해 기존에 지킬 것이 생기면서 새로운 변화를 무시하고 이에 적응하지 못한 진화론적 결과라는 게 이런 역사학자들의 해석이다.

산업계도 마찬가지다. 세계 1위 기업의 몰락은 변화를 애써 무시한 결과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바뀌거나 PC와 통신 기능이 결합하는 등 대전환기에는 기존 강자의 강점이 무용지물이 되는 시기다. 시장의 판이 바뀌기 때문이다.

노키아6210s /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노키아6210s / 사진제공=머니투데이 DB

기존 강자들은 변화를 거부하기 일쑤다. 조직 내 헤게모니를 쥔 기존 사업부가 신설된 미래 사업부의 발목을 잡는다. 이유는 외부와의 경쟁이 아니라 조직 내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세계 최대 휴대폰 업체였던 스웨덴의 노키아다. 2008년 한 때 전세계 휴대폰 시장의 41% 가량을 차지했던 노키아는 기존 피쳐폰 수익성의 환상에 빠져 다가오는 무선인터넷 시대의 스마트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경우다.

애플이 '스마트폰'을 2007년 출시하면서 영원할 것 같던 노키아 제국은 일순간 무너지고 말았다. 휴대폰의 모토롤라도 필름의 코닥도, TV 제왕 소니도 마찬가지다. 디지털로의 패러다임 시프트에 제때 대응하지 못해 '제국의 몰락'을 경험했다.

◇자동차 시장의 역사적 전환기=IT업체의 급격한 변화와 달리 자동차 시장은 내연기관 엔진을 심장으로 해 130여년 동안 기계적 구동원리에 의해 움직여 왔다.

1886년에 독일의 칼 벤츠가 만든 세계 최초의 차 ‘페이턴트 모터바겐 (Patent Motorwagen)’ 이후 135년간 자동차는 기계장치(mechanical equipment)였다. 여기에 일부 전자적 기능이 덧붙여질 뿐이었다.
벤츠 전기차 '더 뉴 EQC' 모습.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벤츠 전기차 '더 뉴 EQC' 모습. /사진제공=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하지만 최근 자동차가 기계장치에서 전자장치(electronic device)로 전환하는 자율주행시대의 대변혁의 바람이 불고 있다. 누가 게임체인저가 되느냐의 시기이기도 하다. 구글과 테슬라, 애플 등이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과 이 변화의 헤게모니를 쥐기 위한 경쟁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IT 업체들이 전장 사업 강화에 힘을 쏟고 있다.

내연기관 없이 전기모터로 달리는 전기자동차의 바람은 자율주행과 결합해 새 판을 짜면서 기존 내연기관의 경쟁력이 미래를 보장해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전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인 애플의 '애플카'의 상징성이 여기에 있다. 매킨토시 PC 업체였던 애플이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어 셋톱박스 형태의 애플TV 이후 진화의 경로로 자율주행차를 택했다.

IT 생태계 창조자이자 파괴자로 불리는 애플은 내연기관 시장에서는 전혀 경쟁력이 없었지만, 전자제품화되는 자동차의 자율주행 시장에서는 전자제품의 두뇌역할을 하는 운영체제(OS)와 시스템에 강점을 갖고 있다.

순식간에 변화하는 교통의 변화와 각종 변수에 대응해 안정적으로 자율주행을 하기 위해서는 전체 시스템을 통제하는 컨트롤 기술이 핵심이다. 애플은 이 부분에 스스로의 강점이 있다고 자신하고, 그 손발일 될 수 있는 하드웨어를 글로벌 톱5인 자동차 메이커인 현대차와 제휴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소전기차를 타고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수소경제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수소전기차를 타고 청사에 도착하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애플이 현대차를 선택한 이유=애플은 새로운 시장 진입시 그 시장의 넘버1이 아닌 넘버2 이하와 손을 잡는 경향이 있다. 국내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때도 SK텔레콤이 아닌 KT와 손을 잡고 들어왔었다.

1위 사업자는 다루기 쉽지 않기 때문이라는 점도 고려하고, 애플의 협상 전략이 잘 들어맞는 파트너를 고르는 과거 스티브 잡스식 그들만의 전략이기도 하다.

특히 애플의 팀 쿡 CEO가 현대차를 파트너로 고려하고 있는 것은 최근 수년 사이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선도적으로 패러다임 시프트에 대응해 나서고 있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다른 자동차 그룹의 최고경영자들과 달리 수소전기차나 날아다니는 자동차 등 미래에 초점을 맞춘 그의 경영전략을 높이 샀을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유리한 점도 있다. 현재 애플의 최대 경쟁자인 삼성전자를 자국 내 기업으로 두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후 2~3년 내에 단기간에 따라잡았던 삼성전자가 현대차와 손을 잡을 경우 애플에게도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경쟁상대가 될 수 있는 쪽으로 먼저 파트너로 끌어들여 사전에 협력을 차단하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여러 차례 전기자동차든 뭐든 자동차 세트메이커로 진출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2만여개 부품의 내연기관 자동차에 비해 절반으로 줄어드는 전기자동차의 경우 세트업체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나 2차전지 등 부품 경쟁력이 뛰어난 삼성전자 입장에서 굳이 이 시장 경쟁자로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세상의 변화는 알 수 없고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다.

◇애플카의 실체는 무엇인가?=2024년경 완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애플카는 현대차의 전동화 핵심기술과 생산에 애플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등 소프트웨어 기술을 결합해 최소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전기차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애플의 로고가 박힐 것으로 보이지만, 이 부분에서 현대차는 입장이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로고의 차를 하청하는 수준 이상의 협력을 기대한다.

애플스토어 로고/사진제공=뉴스1
애플스토어 로고/사진제공=뉴스1

애플카는 레이저로 주변을 인지하는 라이다에 리튬인산철 배터리를 달고, 애플이 설계하고, 대만 TSMC가 제조한 자율주행 칩 및 하이브리드 자동차 컨버터와 추진기를 사용할 예정이다.

이미 애플은 2014년부터 쿡 애플 CEO가 포드 출신 디자이너인 스티브 자데스키를 중심으로 '타이탄'이라는 프로젝트명으로 전기차 개발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에서 2019년 출시설에서 중단설까지 다양한 해석이 나왔지만, 애플에서 테슬라로 이직해 테슬라 모델3 개발을 담당했던 더그 필드 전 애플 맥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가 2018년 8월 애플로 복귀하면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8년부터 여전히 캘리포니아주 도로교통국에 자율주행차 차량 66대의 도로주행 테스트의 허가를 받아 시험운영 중이다.

중국 중칭 공장의 폭스콘 직원들이 분주하게 완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조립라인, L10으로 추정되는 내부의 모습이다./사진제공=폭스콘
중국 중칭 공장의 폭스콘 직원들이 분주하게 완제품을 포장하고 있는 조립라인, L10으로 추정되는 내부의 모습이다./사진제공=폭스콘

◇애플 모델이냐 구글 모델이냐가 관건=애플은 스마트폰 시장에서 독자적인 iOS로 자신들만의 왕국을 건설해왔다. 자사의 iOS로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TV 등 '애플 왕국'에 끌어들이는 전략을 썼다. OS와 기존 설계는 자체적으로 하고, 생산은 중국 폭스콘에 맡긴 형태로 아이폰을 출시하는 것이다.

반면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은 PC 시대 인텔 인사이드 전략처럼 '구글 인사이드' 전략으로 '속은 차지하되 겉은 각자의 정체성'을 갖게 하는 오픈소스 전략을 추구해왔다. 이를 통해 세계를 지배하는 것이다.

전세계 모바일폰 시장의 핵심 운영체계는 애플왕국을 제외한 대부분이 구글의 휘하에 들어가 있는 형국이다. 드러내지 않지만 지배하는 구글과 드러내고 지배하는 애플의 차이다.

애플이 자동차 시장 진출에서 기존 전략을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구글전략을 펼 것인가가 현대자동차의 전기차 미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애플&폭스콘 모델로 자동차 시장에 접근할 경우 애플은 '아이패드-아이폰-애플TV-애플카'의 유비쿼터스 환경을 구축하는데 힘을 쓰는 한편, 현대차는 하청 생산의 가능성이 높다. 이는 현대차가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으로 보인다.

반면 구글&삼성 모델로 접근할 경우 애플은 전세계 자동차 업체들에게 자신들의 자율주행차 시스템을 팔아 헤게모니를 쥐려고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때는 초기에는 현대차와 협력하더라도 현대차에게만 이 시스템을 공급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결국 현대차의 판매 능력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 외국계 증권사 고위임원은 "애플이 시장의 판을 흔들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하느냐에 따라 현대자동차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기존 애플의 전략을 버리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해 애플&폭스콘 모델에 무게를 실었다.

테슬라의 창업자인 일론 머스크가 한 인터뷰에서 테슬라 전기차의 최대경쟁자는 애플이라고 말한 것이 현실화될지 주목된다.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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