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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구치소의 '그로테스크'한 변신[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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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상현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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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4 0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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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판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뻔 했다. 주변엔 테라타워·엠스테이트 등 독특한 디자인의 현대식 건물이 빽빽이 들어서 있었고, 거리는 노점 카페와 개성있는 인테리어를 한 식당에 줄 선 이들로 붐볐다. 사원증을 목에 건 젊은 직장인들이 커피잔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 산책하는 풍경 너머로 하얀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유일의 도심 속 고층 교정시설인 서울동부구치소였다.”

동부구치소가 처음 문을 열었을 당시 주말신문 중앙SUNDAY에 게재된 르포 기사는 이렇게 시작된다. 지금은 ‘코로나19 집단 감염지’라는 말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만 당시의 위상은 달랐다. 2017년 성동구치소가 이전해 문정동 법조타운에 자리를 튼 동부구치소는 기존 관념을 깨는 지상 12층 규모의 고층빌딩 구조로 지어졌다. 저층 건물에 높은 벽과 철조망 등으로 대변되던 기존 교정시설을 탈피해 주변 시설과의 이질감을 최소화하고 대지 면적 대비 수용 면적을 크게 높였다. 인근 주민들의 반발, 과밀 수용 등 기존 시설의 한계를 뛰어넘을 대안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기대 속에 출발한 동부구치소는 3년여만에 재난 영화의 소재가 될 법한 사건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11월27일 동부구치소 직원 1명이 자신의 딸에게서 코로나19에 감염돼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이 악몽의 시작이었다. 그 다음달(12월) 14,16일 각각 수용자 1명, 직원 2명이 추가 확진이 되고 난 뒤 첫 전수조사(12월18일)가 이뤄졌다. 여기서 185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고,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13일 오전 0시 기준으로 총 8차례의 전수조사가 이뤄져 1214명이 확진됐다. 수용자로만 보면 전체 2419명(12월18일 기준) 중 1160여명이 확진돼, 절반 가까이가 확진되는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첫 확진자 확인부터 추가 확진자 발생까지의 2주가 넘는 기간 동안 방역을 위한 ‘골든 타임’을 놓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급작스럽게 방역이 강화되면서 수용자들의 인권 문제도 불거졌다. 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창문 밖으로 ‘확진자 8명 수용’, ‘서신 외부 발송 금지’ 등 내용을 쓴 손편지를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다. 여파는 전국의 다른 교정시설로도 확산됐다. 충청도 소재 교도소의 한 수용자는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앉을 수도 없다” “운동도 못하고, 접견과 목욕 등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됐다” “돼지들도 이렇게 안 가둬 두는데 진짜 죽고 싶다”고 실상을 전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천주교인권위원회는 지난 4일 법무부에 보낸 공개질의서에서 “국제인권기준에 입각한 조치가 이뤄지는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했다.

국가가 관리하는 시설에서 이 같은 일이 벌어졌지만 정부는 아직 과실을 분명하게 인정하지는 않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국회 본회의 발언 등을 통해 “초동에 제대로 진압하지 못한 점” 등에 대해 사과했지만 주무부처의 장인 추미애 법무장관은 포괄적인 책임은 인정하면서도 “적절한 조치를 안 했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 등에 전력하면서 동부구치소 방역 문제를 소홀히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과 3년여 전 기존 교정시설의 문제점을 해결할 혁신적인 시도로 각광 받았던 동부구치소의 ‘그로테스크’한 변신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던지고 있다. 계속되고 있는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확산을 막는 것이 급선무다. 코로나 이후 있을 또 다른 바이러스 감염 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확실한 방역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그 전에 철저한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그 토대에서 대응 전략을 짜야한다.

무엇보다 정치적인 도그마에 몰입해, 혹은 상관의 코드에 맞추기 위해, 또는 책임을 피하려,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한 공직자가 있다면 마땅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만연한 진영 논리 속에, 당파적 사고에 매몰돼 자신의 임무를 소홀히 하는 정치인,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 어디서 또다른 ‘동부구치소’가 등장할지 모른다. 2021년 신축년 새해, 한편의 재난 영화 같은 ‘동부구치소 사태’가 대한민국 사회에 던지는 교훈이다.
동부구치소의 '그로테스크'한 변신[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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