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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제냐 발목잡기냐"...국민연금을 보는 재계의 불안한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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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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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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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강남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21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국민연금 강남사옥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기자 honggga@
국민연금을 바라보는 기업들의 시선이 불안하다. 코로나 위기로 대부분 업종에서 산업구조 개편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는 상황에서 기업들에게 큰 영향력을 주는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가 과연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논의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되고, 위기 경영에 발목을 잡지 않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루 검토하고 반대, 기업들 "이게 국민연금 역할이냐"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한항공 (28,150원 상승700 -2.4%) 임시주주총회를 계기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이 엇나가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대한항공은 KDB산업은행과 중앙정부의 계획에 따라 아시아나항공 (14,800원 상승300 -2.0%) 인수 합병을 추진 중이다. 지난 6일 임시주총은 합병을 위한 유상증자 관련 안건을 처리해야 하는 고비였다.

하지만 국민연금은 주총 바로 전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합병에 반대의사를 공개하며 발목을 잡으려 했다. 국민연금을 임시주총 표결에서도 해당 안건에 반대표를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반대 입장은 주요주주로서 국민연금이 결정하는 고유 권한이지만 해당 업계에선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 결정이 정부 방침을 뒤엎을 정도로 설득력이 높지 않은데다, 국가기간 산업인 항공산업 재편을 자칫 가로막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의 의사 결정 자체가 졸속으로 이뤄졌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한항공 임시주총 안건의 찬반 결정을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 넘겼다. 50페이지에 달하는 관련 보고서는 임시주총 전날인 5일에야 수탁위에 전달돼 시간상으로 수탁위의 검토가 부실했을 수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국민연금 수탁위의 반대 근거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수탁위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주주 이익을 키울 요소인지 불분명하다고 밝혔다. 또 기업 실사 없이 인수를 결정한 것도 문제로 삼았다. 이에 대해 한 기업 관계자는 "코로나로 고사 위기를 맞아 구조 재편이 시급한 항공업의 절박함은 뒤로 한 채 본질이 아닌 절차상 문제를 반대 근거로 댄다는 것은 국민연금의 역할 자체에 의구심을 들게 했다"고 밝혔다. 주주 가치라는 것도 기업이 회생 불능 상태로 빠진 이후에 무슨 소용이 있느냐는 지적도 나왔다.

대한항공은 주주 구성 상 50% 이상이 소액주주다. 합병 여부를 결정하는 임시주총에서 해당 안건은 70%의 높은 찬성률로 통과됐다. 정작 주주 가치에 극도로 민감한 소액주주들은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는데, 국민연금만 주주 가치를 이유로 시대착오적 반대를 고수한 것이다.


"스튜어드십 프레임 벗어나라" 산업계 호소


항공업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장기적 경기 부진에 코로나가 덮치면서 이미 완성차업계는 이미 구조개편에 돌입했다. 다른 산업군도 줄줄이 '몸집 줄이기'와 '산업구조 고도화'를 위한 구조개편이 시급한 때다.

하지만 국내 주력 대기업들의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이 대한항공 식 반대를 앞으로도 계속한다면 기업들의 의사결정은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다. 국민연금의 주총 관련 입장 결정은 그만큼 산업계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지침)라는 프레임에만 갇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할 때가 아니다"고 강조한다.

이는 감사원이 지난해 7월 '국민연금 관리실태' 감사에서 '오락가락 의결권 행사'라고 지적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국민연금은 '오락가락'하는 정도지만 해당 기업 입장에선 '카운터 펀치'나 다름없다.

대한항공 사례 뿐이 아니다. 국민연금은 글로벌 배터리1위업체인 LG화학이 전기차용 전지사업부를 분할해 배터리를 전문으로 하는 LG에너지솔루션 출범을 결정할 당시에도 의결권 자문사들의 찬성 권고에도 불구, 반대표를 던졌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 수탁위의 전문성 부족과 기업 실상을 모르는 의사 결정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논의 내용을 시장과 함께 공유하고 찬반 근거를 명확하게 공개하며 반대 논리를 펴지 않는다면 국민연금을 향한 불신은 계속 쌓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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