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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처벌로 1만명 안전 담보 못해"..중대재해법에 쏟아진 의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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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4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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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 처벌로 1만명 안전 담보 못해"..중대재해법에 쏟아진 의문들
"하루 현장 근무인원이 1만명이 넘는데요. 어떻게 안전사고를 예방할 지 답답합니다"

13일 경남 소재 조선소 안전담당 직원의 목소리는 휴대폰 넘어 울리는 작업 소리로 간신히 들렸다. 이 직원은 내년 시행을 앞둔 중대재해처벌법 관련해 현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답이 없다"고 했다. 그는 "교통사고 처벌 수위를 아무리 높인다고 해도 도로 위 차량 사고를 '제로'로 만들 순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현장 근로자도 고개 갸웃.."실효성 없다"=산업계 현장이 중대재해처벌법 혼란으로 큰 걱정에 쌓였다. 내년 1월부터 사업장에서 '1명이상 사망하거나 2명 이상 중상을 입는 사고'가 날 경우 경영 책임자가 1년 이상 징역형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이 법의 핵심이다. 하지만 본인 안전에 누구보다 민감한 현장 근로자들조차 이 법이 과연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줄 장치인 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안전에 가장 민감한 조선업 현장에선 당장 "사고의 원천 차단은 불가능하다"고 반응한다. 노동집약 산업인 조선업은 현장 사고가 가장 잦은 업종이다. 해외 선사들은 현장 안전 관리를 완성도 높은 선박 및 해양플랜트 건조의 제1조건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한국조선해양 (108,000원 상승500 0.5%), 대우조선해양 (28,100원 상승1050 3.9%), 삼성중공업 (6,860원 상승50 0.7%)은 모두 200여명 안팎의 안전관리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매년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교육도 실시한다. 하지만 안전사고는 멈추지 않는다. 없애지 않는 것이 아니라 없애지 못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대재해법은 현장 상황을 전혀 모르는 입법이라는 게 산업계의 공통된 반응이다. 또 다른 조선소 관계자는 "최고경영자 한 명을 처벌해서 사고를 제로로 만들수 있다면 현장 근로자인 우리들도 반길 일"이라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한 명이 처벌받는다고 해서 1만 명의 안전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법률의 실효성이 없다는 의미다.

◇산업 안전에 오히려 장애물 될 수도=화학업계 현장에선 "업종 전체를 잠재적 범죄집단으로 낙인찍는 것 같아 더 기운이 빠진다"는 분위기다. 화학물질의 등록·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 이미 각종 규제를 통해 위험한 사업장을 규제하고 있는데 중대재해법 적용까지 받으면 지나친 '과잉규제'라는 목소리다.

화학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현장 사고가 많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가 일하는 현장이 사회에 기여하는 부분도 분명히 있다"며 "실효성 없는 규제로 결국 사고 사업장이라는 낙인만 찍는 것"이라고 밝혔다.

전형적인 장치산업인 화학업종 특성을 감안하면 중대재해법 시행은 오히려 산업 발전에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화학업계는 4년마다 설비 증설과 보수를 진행하는데, 이를 통해 설비 효율성은 물론 안전성도 끌어올린다.

또 다른 화학사 관계자는 "증설·보수 과정에서 수많은 하청 노동자들이 사업장에 들어오는데 안전교육을 강화하더라도 개인이 이를 준수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는다면 증설·보수를 뭐하러 열심히 하느냐"고 밝혔다.

철강업계 일부에선 중대재해법이 오히려 근로자의 피해를 부를 수 있다고 본다. 이 법으로 최고경영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으면 기업 입장에선 기업의 귀책 사유가 아니라 재해자 스스로가 안전 수칙을 지키지 않았다고 적극적으로 입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사 한 관계자는 "이 법이 도입되면 결국 서로 법적 시비를 면밀히 가려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현장 근로자 사고가 발생하면 가족에 대한 보상 등이 있었는데 이 같은 보상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명확한 기준 절실..처벌보단 예방이 우선=산업계는 무조건적인 처벌규정보다 현장 안전관리 강화를 이끌어낼 제도가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 기준의 작업장 안전을 달성할 경우 세금 혜택 등 안전평가 혜택을 주는 식의 접근이 실효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현장 안전에 문제가 생기면 피해자가 충분한 보상을 받을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진단도 들린다.

화학업계 관계자는 "강도 높은 처벌을 한다고 해서 또 다시 사고가 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며 "화학 회사가 세상을 이롭게 만드는 부분도 분명히 있는데 종합적으로 이 같은 장점을 끌어낼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법안의 명확한 기준이 절실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물류사 관계자는 "명확한 법이라면 곧바로 기업들이 이 법에 특화된 안전 대책을 만들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하다"고 밝혔다. 법의 처벌을 피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만큼 관리감독자와 현장책임자의 의무와 역할이 명문화된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과 달리 중대재해법은 그 범위가 불명확한 데다 처벌 범위도 광범위하다.

재계 관계자는 "사업주가 지킬 수 있는 의무를 구체적으로 법에 명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관련 의무를 다했을 경우 면책이 가능한 통로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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