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월성원전 이어 탈원전 정책 감사 돌입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최재형 감사원장이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0.7.27/뉴스1 / 사진제공=뉴스1

감사원이 또다시 문재인 정부와 또 충돌하는 모양새다. 월성원전 조기폐쇄 결정 과정에서 경제성평가 조작 등 부당성이 있었다는 결론을 내린데 이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확정한 원전비중을 대폭 줄인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과정의 위법성도 따져보겠다고 나선 것이다. 정부는 전력수급계획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별도의 확정 절차가 있는 만큼 적법할 절차를 거쳤다고 항변하고 있는 만큼 공방이 예상된다.


14일 감사원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이달 11일부터 2주 일정으로 산업부에 대한 감사에 돌입했다. 2019년 6월 정갑윤 미래통합당 의원 등이 공익감사를 청구한데 따른 후속조치다. 당시 정 의원 등은 "탈원전 정책은 대통령 공약 이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법적근거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돼 왔다"는 이유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대상은 탈원전과 재생에너지 확대를 담은 전력수급계획과 에너지기본계획 수립 적정 여부, 청와대와 정부의 직권 남용, 탈원전으로 인한 한전의 적자 경영과 해외 원전 수주 곤란 등 4개 사항이었다. 이중 계획수립 적정 여부를 제외한 나머지 3건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종결처리했다.

이번감사의 쟁점은 박근혜 정부 시절 수립된 에너지 분야의 최상위 법정 계획인 '제2차 에너지기본계획'을 바꾸지 않은 채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세운 것이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는지다.

에너지기본계획은 국무회의 의결 사안으로 5년마다 수립한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년 주기로 산업부가 전력정책심의위원회에서 확정한다. 에너지기본계획이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상위 계획인 만큼 순서가 뒤바뀐 것은 절차적 하자가 있다는 것이 야당측 주장이다. 또 주요 에너지 정책은 에너지법10조에 따라 사전심의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정부가 이러한 절차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 설명은 다르다.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에너지기본계획 변경이나 또 에너지위원회의 심의 없이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0년 5차 전력수급계획, 2013년 6차 전력수급계획때도 별도의 에너지위원회 심의없이 계획을 발표한 전례가 있다.

8차 계획도 에너지기본계획 변경이나 에너지위원회 심의는 없었지만 전기사업법 25조에 따라 관계부처와 협의했고, 국회 상임위원회에 보고, 공청회 개최, 전력정책 심의 등을 거쳤다. 정부 관계자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전기사업법에 의해 별도의 확정 절차가 있다"면서 "최상위 계획의 구속력을 두고 정부와 감사원의 생각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감사원의 감사가 최근 불거진 월성원자력본부 삼중수소 검출 논란에 대한 최재형 감사원장의 반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월성1호기 감사 과정에서 안전성, 환경성 등을 따지지 않고 경제성만 문제삼은 것을 두고 여당에서 부실감사 의혹을 내놓고 있어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1년 넘게 월성 원전을 감사해 놓고 사상 초유의 방사성물질 유출을 확인하지 못한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그동안 의혹이 왜 규명되지 못했는지, 누군가의 은폐가 있었는지, 원전 마피아와의 결탁이 있었는지 등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 격'이라며 이같은 해석엔 선을 그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이번 산업부 감사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 전반이 아닌 에너지기본계획 수립절차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들여다보는 것뿐"이라며 "이번 감사는 이미 2019년에 결정됐던 사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