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속보
통합검색

냉정 잃은 건 후퇴해서다…'잃어버린 시대' 갇힌 일본

머니투데이
  • 윤세미 기자
  • 카카오톡 공유하기
  • 카카오톡 나에게 전송하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 카카오스토리
  • 텔레그램
  • 문자
  • 2021.01.16 07:15
  • 글자크기조절
  • 의견 남기기

[MT리포트]일본의 이유있는 위기감 ①

[편집자주] 새해부터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다. 양국간 관계의 아킬레스건이라고 불리는 과거사 문제는 한국법원의 위안부 판결로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수출규제와 상호 입국규제, 징용배상 문제 등으로 채 아물지 못한 상황에서 새로운 이슈가 불거진데다 일본내 위기감마저 돌출했다. 양국 관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사진=AFP
사진=AFP
1990년부터 일본은 오랜 경기침체를 겪었다. 자산거품이 터지면서 수십년에 걸친 디플레이션과 장기불황의 수렁으로 빨려들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제가 살아나지 않는 현상을 가리키는 '일본화(Japanification)'는 세계 경제 정책입안자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말이 됐다.

최근 일본 증시는 1990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지만 일본이 30년 전의 영화를 되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찾아보기 어렵다. 당시만 해도 세계는 일본을 연구하고 일본을 배우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그러나 지금 세계는 어떻게든 일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매달리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일본은 대규모 돈풀기로 요약되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강하게 회복하는 것처럼 포장됐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못하다. 국가부채는 세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고 디플레이션과 침체 공포는 상시적이며 극심한 고령화로 소비력도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해에는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해외에 일본의 저력을 과시하고 경제 도약의 계기로 삼으려 했지만 이 마저도 코로나19 팬데믹에 물거품이 됐다. 또 코로나19 대응에서 정부는 무책임과 무능을 드러냈다.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전격 사임한 뒤 스가 요시히데 정부가 수립됐지만 '그밥에 그나물'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쇠퇴의 신호는 진작부터 감지됐다. 세계 2위 경제국이라는 타이틀을 중국에 내어준지 오래다. 일본 경제가 머뭇거리는 동안 한국과의 경제력 격차도 좁혀졌다. 지난해 일본은 세계 국가경쟁력 순위에서 34위에 그치며 한국(23위)에 크게 밀렸다. 일본을 문화강국으로 이끈 만화, 게임, 영화 등의 문화수출은 K팝, K웹툰, K드라마에 자리를 빼앗겼다

사회에선 오랜 침체로 변화와 도전보다 안정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개혁과 혁신은 거리가 멀다. 현금과 팩스, 도장으로 점철되는 아날로그 문화는 정책적 개혁 과제로 삼아야할 정도다. 2020년 블룸버그가 뽑은 세계 혁신 순위에서 일본은 12위에 그치며 한국(2위)에 한참 밀렸다. 미래 경제를 이끌 스타트업도 기근현상에 시달린다.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일본의 스타트업은 4개로, 중국(122개), 한국(11개)에 못 미친다.

일련의 과정 속에서 일본에서 한국과 중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일본이 전 세계 부와 국제질서를 이끄는 아시아 유일 선진국이라는 자부심이 흔들리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서다. 지난해 선진 7개국(G7) 모임에 한국, 호주 등을 포함해 G11로 확대 개편하려는 움직임에 일본이 난색을 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특히 한국에 대한 정서가 경계심을 넘어 혐오로 향하는 점은 우려스럽다. 거리에서 버젓이 혐한 시위가 벌어지고 서점에는 혐한 서적만 파는 매대가 있을 정도다. 일본 우익은 혐한 정서를 주입하면서 정신승리를 외치지만 우월감의 이면에서 열등감을 찾아내기란 어렵지 않다.

일본 정치인들이 국내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으로 한국과의 갈등을 이용하는 건 익숙한 패턴이 됐다. 일본 정치인들은 '한국 때리기'를 시전하며 지지율을 높이는 기회로 삼았다.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후 아베 전 총리가 수출규제를 꺼내든 게 대표적이다. 최근 일본 정부를 상대로 한 한국 법원의 위안부 배상 판결 후에도 일본 정치권에선 강경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일본이 당면한 위기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유니클로의 모회사 일본 패스트리테일링의 야나이 다다시 회장은 일찌감치 "일본이 냉정을 잃고 한국을 대할 때 전부 신경질적으로 바뀐 것은 일본이 후퇴했기 때문"이라면서 "일본이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으면 선진국은 커녕 개도국으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주간플레이보이 역시 지난 9월 "혐한을 자극하는 우익이 판을 치게 된 것은 아시아 유일 선진국이라는 일본의 긍지가 크게 흔들렸기 때문"이라며 "현실을 부정해서는 현실을 바꿀 수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 '잃어버린 30년'을 넘어 '잃어버린 40년'으로 갈 수 있다는 뼈아픈 지적인 셈이다.



베스트클릭

오늘의 꿀팁

  • 날씨
  • 건강쏙쏙

많이 본 뉴스

머니투데이 페이스북 퀴즈 이벤트
부꾸미
사회안전지수

포토 / 영상

머니투데이 SERVI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