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석유·유틸리티 기업, 재생에너지 M&A 대폭 확대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에너지 부문의 M&A(인수합병)이 폭증하면서 재생·청정에너지 중심으로의 에너지 사업재편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삼정KPMG는 18일 'M&A로 본 에너지 산업 - 코로나19의 영향과 새로운 경쟁시대의 도래'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20년 3분기 에너지 산업 M&A 거래건수는 449건, 거래액은 1485억달러(약 164조3153억원)로 전분기 대비 10배, 코로나19 이전인 전년 동기 대비 3배 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같이 밝혔다.

삼정KPMG 보고서 캡쳐

2020년 2분기까지만 해도 에너지 산업 M&A 거래 건수와 거래액은 각각 359건, 146억달러(약 16조1500억원)에 그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이 가장 심했던 2008년 4분기 317억달러(약 35조400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역사적 최저 수준이었다. 그러다가 2020년 3분기부터 에너지 산업의 M&A가 폭증한 것이다.


삼정KPMG는 △모든 에너지가 전기로 수렴해 가면서 전기의 활용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에너지 산업의 탈탄소화에 따른 친환경 에너지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으며 △중앙집중형이 아닌 독립적 에너지 시스템의 구축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등 에너지 산업 패러다임 전환이 코로나19로 가속화되면서 2020년 3분기 에너지 산업 M&A가 폭증한 것으로 분석했다.

에너지 시장에서 M&A를 주도하는 주체들로는 국제 석유기업, 산유국 국영기업, 전기를 생산하는 대형 유틸리티 기업, 전기 다소비 업종으로 떠오른 대형 ICT(정보통신기술) 대형 기업, 그리고 FI(재무적투자자)로 M&A시장에서 입지가 커진 IB(투자은행) 및 PE(프라이빗에쿼티) 등이 있다.

삼정KPMG에 따르면 이 중 국제 석유기업들의 최근 5년간(2016년~2020년 10월) M&A는 132건, 864억달러였는데 2020년 거래액(292억달러, 약 32조2400억원)이 2019년(170억달러, 약 18조7700억원)을 크게 웃돌았다. 천연가스 및 전력·신재생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가 급증한 모습을 보였다. 쉐브론이 지난해 7월 천연가스 기업 노블에너지를 인수한 것, 토탈이 2019년 룩셈부르크 전력·신재생에너지 회사인 노브에너지아를 인수한 것 등이 대표적이다. BP(브리티시페트롤륨)도 2020년 10월 미국 해상풍력 프로젝트인 엠파이어윈드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삼정KPMG 보고서 캡쳐

산유국 국영기업들은 인수자라기보다는 기존의 석유 관련 인프라를 매각하는 주체로 부각이 됐다. 브라질의 페트로브라스는 2019년 19건의 자산을 매각했으며, 2020년 10월까지 총 15건, 10억 달러 규모의 매각을 진행하며 막대한 부채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전략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틸리티 기업들의 M&A는 재생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2016년부터 재생에너지 딜이 매년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지난해 10월까지 재생에너지 딜은 89%에 육박했다. 보고서는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 정책으로 공급인증서 구입 등 재생에너지 공급의무를 지키기 위한 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틸리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와 기업에 직접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했다.

빅테크 기업들은 데이터센터 유지에 전력 사용량이 급증함에 따라 에너지 산업 다운스트림인 발전분야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도적인 IT기업들은 재생에너지로 자사 사용 전력의 100%를 충당하는 캠페인인 ‘RE100’에 참여하고 있는데, 구글은 이미 2017년에 목표를 달성했으며, 2019년엔 18개국의 태양광·풍력 프로젝트에 20억 달러를 투입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재생에너지 투자를 단행했다.

재무적투자자들의 자금은 태양광과 풍력에 몰렸다. 골드만삭스는 2019년 웨스트포드 솔라 인수했고, KKR은 지난해부터 인도내 태양광 프로젝트 5곳을 인수하는 등 태양광에 집중하고 있다. 크레딧스위스와 UBS는 각각 독일 아르코나 풍력단지와 3개의 텍사스 풍력단지를 인수하는 등 풍력에 투자하고 있다.

삼정KPMG 보고서 캡쳐

삼정KPMG는 수익성을 중시하는 재무적투자자가 재생에너지에 주목하는 이유로 “ESG 경영 강화, 각국의 정책적 드라이브 등에 힘입어 재생에너지 기업의 밸류에이션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삼정KPMG 에너지 산업 M&A 리더인 김광석 부대표는 “코로나19로 인해 에너지 패러다임 변화가 빨라지고 있으며 이는 업계 리더들의 선제적인 M&A로 귀결되고 있다”며 “에너지원 중에서는 신재생과 가스, 밸류체인에서는 업스트림과 다운스트림이 M&A 타깃으로 부상하고 있는데 국내 기업들 역시 민첩하고 적극적인 M&A전략을 통해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지각변동에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