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에 사람 죽었는데 징역 8년…윤창호법이 무슨 소용이냐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약 2년이 흘렀지만,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으면서 윤창호법 만으로는 음주운전 예방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으로 인명피해를 낸 운전자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2018년 12월18일 시행)과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담은 '도로교통법 개정안'(2019년 6월25일 시행)을 말한다.


이 법안에 따라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경우 법정형은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강화됐다. 음주운전 적발 기준도 '3회 이상 적발 시 징역 1~3년 또는 벌금 500만~1000만원'에서 '2회 이상 적발 시 징역 2~5년 또는 벌금 1000만~2000만원'으로 높아졌다.

시행 이후 음주운전 교통사고는 2018년 1만9381건에서 2019년 1만5708건으로 19% 줄었다. 사망자 수도 각각 346명에서 295명으로 14.7% 가량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1월부터 10월말까지 서울에서 집계된 음주 교통사고는 모두 1920건으로, 2019년 같은 기간 1770건보다 8.5% 늘었다.

"꿈 많던 27살 내 동생, 새해 첫날 음주 차량에…"
18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따르면 '1월1일 음주 뺑소니 도주차량에 사랑하는 동생이 사망했습니다. 음주운전자의 강력한 처벌을 구합니다'는 청원이 지난 7일 올라왔다.


청원인은 "꿈 많고 하고 싶은 일 많은 27살 청춘이 음주운전 때문에 두번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곳으로 떠났다"며 "윤창호법이 생겼는데도 음주운전이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광주 광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일 오후 10시5분쯤 광산구 수완동 한 사거리에서 20대 회사원 A씨가 음주 상태로 차량을 운전하다 택시를 들이받고 그대로 달아났다. A씨는 1㎞ 가량 도주하다 신호대기 중이던 20대 여성 B씨의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B씨는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결국 숨졌다. 사고 당시 A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 취소 수치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망사고를 낸 가해자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의 위반으로 입건했다.

'낮술 운전'에 6세 사망했는데…징역 8년
지난해 낮술 운전으로 6세 아동을 숨지게 한 운전자는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1단독(권경선 판사)는 지난 12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전치사·윤창호법) 및 도로교통법 위반(음주운전) 혐의로 기소된 무직 C씨(59)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C씨는 지난해 9월6일 오후 3시30분쯤 서울 서대문구에서 술을 마시고 차를 운전하다 피해자인 6살 아동을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앞서 이 운전자에 대해 10년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C씨가 음주운전 전과가 있는 점 △유족이 처벌을 원하는 점 △C씨가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한 점 △반성문을 써낸 점 등을 양형 이유로 밝혔다.

지난해 '을왕리 음주 사망사고' 국민적 공분
지난해 9월에는 치킨 배달을 하던 오토바이 운전자가 만취 승용차에 참변을 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는 이른바 '을왕리 음주 사망사고'라고 불리며 국민적 공분을 샀다.

D씨 등 2명은 지난해 9월9일 오전 0시52분쯤 인천 중구 을왕동 한 호텔 앞 편도 2차로에서 만취 상태로 벤츠 승용차를 몰고 400m 가량 시속 22㎞를 초과해 달렸다. 이들은 중앙선을 넘어 마주 달리던 오토바이를 받아 운전자 E씨(54)를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E씨는 치킨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몰다 변을 당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고 당시 D씨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94%의 면허취소 수치로 나타났다.

노웅래 의원, '음주운전 무관용법' 발의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이어지자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일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2번 취소되면 영구히 면허를 박탈하는 내용의 이른바 '음주운전 무관용법'을 대표 발의했다.

이 법은 노 의원이 지난달에 발의한 '음주운전 시동잠금장치법'에 더해 현행 도로교통법을 개정한 것이다. △음주운전으로 면허 2번 취소되면 영구히 면허를 박탈 △면허가 1번 취소된 사람은 식별이 가능한 특수번호판으로 교체 등이 법안의 골자다.

노 의원은 "윤창호법 시행과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음주운전 사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단순 처벌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다"며 "반복되는 억울한 죽음에 대해 더 이상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