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삼성 준법감시, 실효성 평가 이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오후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6개월형 실형을 18일 선고받자 법조인들은 집행유예가 아닌 실형이 선고된 것에 대해 '의외'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 부회장이 또 다른 법적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는 게 법조인들 견해다.

이 부회장은 크게 두 가지 선택이 가능하다. '재상고'로 다시 다투거나 '사면'을 기대하면서 그대로 형을 확정시킬 수 있다. 재상고를 할 경우 이 부회장은 다시 수개월의 법정다툼을 벌여야 한다.


불복 '재상고'냐 기약없는 '사면'이냐 선택의 순간
박종우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이 부회장 측에서는 다시 대법원 판단을 받기 위해서 재상고할 것으로 본다"며 "판결이 확정돼야 사면이 가능할 수 있어서 사면 여부를 논하기엔 이르다"고 설명했다. 박 전 회장은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다만 이번 판결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이 미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했다.

1심 재판부는 89억여원의 뇌물을 인정하며 징역 5년형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뇌물공여액을 36억여원만 인정하고 징역 2년6개월형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뇌물공여액을 86억원으로 인정하고 파기환송했었다.

파기환송심에서 2심에서와 같은 징역 2년6개월형을 내리면서도 집행유예를 하지 않은 것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을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결과다.


법조계 "파기환송심에서 주문했던 '준법감시', 실효성 평가는 이르다"재판부는 "실효적 준법감시는 법적 평가로부터 시작되는 것인데 새로운 삼성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된 위법행위 유형에 맞춘 준법감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유형 위험에 대한 위험 예방 및 감시 활동 하는 데까지는 이르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선 '재판부 판단이 아쉽다'는 법조인들의 의견이 나온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준법감시위원회 설치와 제대로 된 운영에는 부족할 수 밖에 없는 촉박한 파기환송심 일정과 삼성이라는 글로벌 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에 준법감시라는 낯선 제도가 접목되는데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재판부가 현 시점에서 실효성을 운운하면 당연히 부정적 평가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이 변호사는 "준법감시의 실효성 제고를 위한 이 부회장의 진정성과 노력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그게 결부된 양형판단을 내놓는 게 맞다"며 "재판부가 지적한 콘트롤타워에 대한 구체적 준법감시 방안, 전체 계열사에 대한 감시체계 확립 등은 향후 준법감시위원회의 향후 과제일 뿐인데 그걸 근거로 준법감시위원회를 양형에 참작할 수 없다는 건 어불성설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도 "글로벌기업 수뇌부와 법원행정처 운영방식이 전혀 다르듯 기업 입장에서의 준법감시기구의 역할이나 한계는 판사가 바라보는 것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며 "과연 어느 정도의 준법감시가 작동해야 판사가 만족할 수준이 될 지 모르겠지만, 항상 리스크를 어느정도 감당하면서 경영판단을 해야만햐는 경영진의 입장도 법원이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상고 해 볼 순 있지만…"법조계 일각에선 현재 거론되고 있는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사면론이 공감대를 얻어 실행된다면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도 동시에 단행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 부회장이 파기환송심 결과에 불복하고 재상고로 가더라도 그 결과가 나온 이후 사면을 기대해 볼 수도 있다. 이미 재구속된 이 부회장 입장에선 사면이 없다면 선고된 2년6개월형 중 구속기간 1년을 빼고 남은 1년6개월을 복역해야 한다.

이필우 변협 전 기획이사는 "양형부당 사유로는 재상고가 안 되겠지만 자유심증주의에 따라 재상고심을 통해 다시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할 수는 있다"면서도 "다만 여러 사정을 고려해보면 재상고보다는 형량이 줄어든 현 상태 그대로 확정시키고 사면을 바라는 게 더 나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