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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김민정 작가에 이어 가수 유영석도 “‘뿌리’ 표절 남성, 내 저작권도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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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고금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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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19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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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로 5개 문학상 수상한 손모씨, 유영석 곡 가사도 '디카시 공모전' 제출…표절 의혹 일파만파

지난해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하동 날다'. 이 작품의 주인공 손모씨는 가수 유영석의 1994년 곡 '화이트'의 가사 후렴구를 그대로 가져와 공모전에 참가했고 뒤늦게 표절 판정을 받았다.
지난해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하동 날다'. 이 작품의 주인공 손모씨는 가수 유영석의 1994년 곡 '화이트'의 가사 후렴구를 그대로 가져와 공모전에 참가했고 뒤늦게 표절 판정을 받았다.
MT단독

“날지 못하는 피터팬 웬디/두 팔을 하늘 높이/마음엔 행복한 순간만이 가득/~/저 구름 위로 동화의 나라/닫힌 성문을 열면/간절한 소망의 힘/그 하나로 다 이룰 수 있어/~”

그룹 푸른하늘과 화이트를 통해 발군의 작사, 작곡 실력을 뽐낸 가수 유영석이 1994년에 발표한 ‘화이트’라는 곡의 가사 후렴구다. 동화 같은 예쁜 노랫말을 짓기로 유명한 그의 노래 중 ‘네모의 꿈’은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이 가사는 지난해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서 대상에 선정됐다. ‘디카시’(디지털카메라+시)는 디지털카메라로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에 5행 이내 시를 적은 새로운 형태의 창작시를 말한다.

대상 수상자는 그러나 가수 유영석이 아니라 ‘하동 날다’라는 작품으로 응모한 손모씨였다. 손씨가 직접 시를 창작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대상을 수상했을까.

알고 보니, 손씨가 이 노래를 무단으로 갖다 쓰면서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심사위원 누구도 이 시가 노랫말인지 몰랐고, 당선 과정에서도 손씨는 가사 노랫말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으며 이후 네티즌이 표절 의혹을 제기하면서 손씨의 당선은 결국 취소됐다.

당선이 취소되자, 손씨는 되레 이렇게 반박했다. “글은 5행 이내 시적 문장이면 될 뿐이지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되어있지 않다. 그래서 노래를 인용했다.” ‘잔디에 들어가지 마시오’라고 푯말을 붙였는데, 잔디에 들어가지 않고 뿌리를 뽑은 게 무슨 죄냐고 말하는 이치와 비슷한 셈이다.

손씨는 한술 더 떠 디카시연구소 사무국장과 주최 측을 상대로 민사 소송까지 걸어 2월 초 통영에서 재판이 예정돼 있다.

[단독]김민정 작가에 이어 가수 유영석도 “‘뿌리’ 표절 남성, 내 저작권도 침해”

최광임 디카시연구소 부대표는 18일 머니투데이와의 전화통화에서 “‘공모전’이라는 타이틀은 이미 ‘창작’을 전제로 하는 문학 대회”라며 “직접 찍은 사진과 직접 쓴 시의 조합으로 문학의 새 장르를 표방한 공모전에 응모하면서 ‘남의 것을 그대로 갖다 쓰는’ 경우가 과연 상식적인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손씨는 ‘하동 날다’의 시뿐만 아니라 찍은 사진도 도용됐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노래 가사를 무단으로 작품에 실은 것과 관련해 가수 유영석은 이날 전화 인터뷰에서 “나도 모르는 내 창작물을 무단으로 쓴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는 것으로 안다”며 “저작권(재산권)을 위임받은 저작권 단체에서 이 부분과 관련해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 가사를 개인적인 목적으로 SNS 등에 올리는 것이 아닌, (수상을 통해) 누구나 볼 수 있는 공연성이 있는 데다, 수상으로 상금을 받는 상업적 목적까지 있기 때문에 저작권 침해 요소가 생기는 셈이다.

손씨의 표절 문제는 앞서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를 그대로 베껴 5개 문학 공모전에서 모두 수상한 전력에서 드러났다. 이 공모전에 응모할 땐 ‘뿌리’라는 소설 제목까지 그대로 베껴 출품하는 도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김 작가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 소설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됐고, 도용한 분이 지난해 5개 문학공모전에서 수상했다는 사실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김 작가에 따르면 베낀 작품은 거의 ‘복붙’(복사해서 붙이는) 수준이었다. 구절이나 문단의 일부를 베낀 수준이 아니라, 소설을 그대로 갖다 붙였을 정도로 등장인물의 알파벳이나 콤마 위치 등 세세한 부분까지 똑같았다.

이를 통해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잇따라 받았다.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오른쪽)를 그대로 갖다 베낀 손모씨의 도용작 '뿌리'. 제목까지 그대로 갖다 쓴 손모씨 작품은 한 문학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민정 작가의 소설 '뿌리'(오른쪽)를 그대로 갖다 베낀 손모씨의 도용작 '뿌리'. 제목까지 그대로 갖다 쓴 손모씨 작품은 한 문학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손씨는 특히 ‘2020포천38문학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뒤 지난해 7월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상장 사진을 올리면서 “난 작가도 소설가도 아닌데”라고 적었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한 적은 없지만 매일 밤 소설을 써내려가면서 문학적 갈증을 해소했다”는 한 문학상 수상 소감과 궤를 맞추는 듯한 발언이었다.

배운 적은 없지만, 열정이 만든 결과라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한 네티즌이 댓글로 표절 시비를 제기하자, 손씨는 아무런 해명도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그의 페이스북은 가요 선곡과 수많은 위촉장으로 대부분 채워졌다. 5개 문학상 수상자라는 ‘타고난 작가’ 기질의 흔적과 경험은 이곳에서 좀처럼 찾기 어려웠다. 정부로부터 받은 “고생했어요” 류의 수많은 위촉장과 수료장을 자랑스럽게 늘어놓으면서 표절에 대해 단 한마디의 사과나 해명도 꺼내지 않은 오묘한 이중성도 생생하게 전달됐다.

다만 그는 “나는 폭풍이 두렵지 않다. 나의 배로 항해하는 법을 배우고 있으니까”라는 헬렌 켈러의 말을 페이스북에 걸어놓았을 뿐이다. 손씨는 18일 SBS와의 전화통화에서 “돈도 필요했다. 잘못했다”고 시인했는데, 그는 여전히 ‘(표절) 폭풍’이 두렵지 않은지 되묻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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