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시동 안건 상태에서 뒤로 밀린 차…위험운전 처벌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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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 = 운전자가 차량 기능조작 미숙으로 시동을 걸지 못한 상태에서 제동장치를 조작하다 차량이 뒤로 밀려 추돌사고가 난 경우, 운전자가 '운전'을 한 것은 아니므로 위험운전치상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왕모씨에게 벌금 4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왕씨는 2018년 7월 서울 마포구의 도로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148%의 술에 취한 상태로 승용차를 약 100m가량 운전한 혐의(음주운전)로 기소됐다.

왕씨는 또 같은 날 승용차를 후진하다가 뒤에 정차중이던 택시 앞 부분을 들이받아 택시기사에게 2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상해를 입힌 혐의(위험운전치상)로도 기소됐다.

왕씨는 재판과정에서 위험운전치상 혐의에 대해 "당시 승용차의 엔진시동이 꺼진 상태였고 후진 기어를 넣지도 않았다"며 "차량을 운전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왕씨의 지인 유모씨가 승용차를 운행하기 위해 엔진시동을 걸었으나 STOP&GO 기능에 익숙하지 못해 시동이 꺼지고 차가 뒤로 밀린 사실, 그러자 지인이 차를 정차시키고 왕씨가 자리를 바꿔 운전석에 탑승한 사실, 이후 차량이 뒤로 밀렸고 차량의 후미제동등이 반복적으로 켜진 사실을 종합하면, 왕씨는 제동장치를 조작하면서 차를 운전했다고 봐야 한다"며 왕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왕씨는 음주운전을 한 후 유씨에게 차량 운전을 맡기기 위해 차량을 정차시키고 운전석 문을 열고 내린 후 유씨가 운전석에 탑승했는데, 왕씨가 내릴때 STOP&GO 기능이 해제돼 차량의 시동이 완전히 꺼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유씨는 해당 차량을 운전해 본 경험이 없어 이러한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브레이크 페달 등을 조작해 차량을 운전하려 했으나 오히려 차량이 뒤로 밀렸다. 다시 운전석에 탑승한 왕씨도 시동을 켜지 않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왕씨의 의지나 관여 없이 경사진 도로에서 차량이 뒤로 움직인 것이 '운전'에 해당한다고 볼 수는 없다"며 위험운전치상 혐의를 무죄로 판단하고 음주운전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원을 선고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왕씨가 차량을 운전하려는 의도로 제동장치를 조작해 차량이 뒤로 진행하게 되었다고 해도, 시동이 켜지지 않은 상태였던 이상 자동차를 본래의 사용방법에 따라 사용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판결에 자동차의 '운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판결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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