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배민' 다음은 은행?…'타깃' 넓히는 여당 이익공유제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이익공유제' 구상이 구체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경제계의 자발적 움직임"을 강조했지만, 여당은 협조가 필요한 업권을 추려내는 표정이다. 애초 코로나19 '수혜주'로 평가받은 배달·쇼핑·마켓 등의 '플랫폼 기업'이 주목받은데 이어 금융권의 이자를 제한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익공유제를 검토하는 민주당 태스크포스(TF) 단장인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19일 KBS라디오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코로나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가장 큰 업종은 금융업"이라며 "은행권의 이자도 (납입을) 멈추거나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의장은 "다른 모든 경제활동은 멈춰서고 제한하고 있는데, 은행은 이자만 계속 받아간다"면서 '착한 임대인 운동'이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것도 "많은 임대인들이 은행 부채를 가지고 있고, 결국은 그분들은 계속 은행 이자를 내야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를 낮추거나 은행 이자 (납부를) 중단시키거나, 개인 신용등급을 하락시켜 이자부담을 더 높이거나 가압류·근저당 등의 방식을 올 한해 멈추는 사회운동, 필요하다면 한시적 특별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고려' 수준의 언급이라 해도 문 대통령이 언급한 "자발적"을 넘는 강제적 수단이란 점에서 정치권은 물론 경제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이낙연 당 대표가 곧바로 수습했다.


이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홍 의장 발언 내용은) 공식적으로 논의된 바 없다"며 "여러 아이디어가 있을 수 있지만 이자에 대해서까지 정치권이 관여하는 것은 몹시 신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해명에도 이익공유제의 방법론에 대한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경제계의 자발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가장 강제성 있는 수단인 '세금은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하면서, 업계에선 드러내놓지 않은 '팔 비틀기'기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인 신년 인사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01.19. /사진제공=뉴시스

정치권에선 대상 기업으로 우선 온라인 기반 플랫폼 기업을 주목하고 있다. 여당이 구체적인 기업 이름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당초 이익공유제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연스럽게 이용이 늘어난 플랫폼 기업의 이익을 자영업자와 나누는 취지였던 만큼, 배달의민족·쿠팡·네이버 등이 주로 거론된다.

다만 이들 기업이 시장지배력 확장을 목표로 전략적 '적자'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이익공유제'라는 명칭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반론도 있다. 아울러 사회적 거리두기로 수요가 늘어난 게임회사, 또 전통적 대기업 집단도 '자발적 참여'의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전통 규제산업인 금융권은 어떤 형태로든 이익공유제 참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여당이 일찌감치 '이자 제한'이라는 초강수를 거론한 만큼, 여기엔 못 미치더라도 은행권의 공익기금 조성 등 참여는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민주당은 이익공유제에 대한 우려를 잠재우기 방안도 조만간 내놓을 전망이다. 이 대표는 이날 중소기업인 신년인사회에서 "기업을 강제하지 않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매력적이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익공유 프로그램과 인센티브를 빠르면 이달 안에 제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