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취임 맞춰 외교장관 전격 교체…'평화 프로세스 드라이브'

(서울=뉴스1) 박정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3일 통일부 장관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국가정보원장에 박지원 전 국회의원을 내정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서훈 국정원장,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3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인사와 관련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2020.7.3/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조 바이든 정부 출범일인 20일 외교부 장관에 현 정부 대북정책 핵심인 정의용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내정한 건 미국 새 행정부와의 대북정책 공조를 외교 우선순위에 둬 한반도 정책 성과를 내는데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 내정자는 서훈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투톱’으로 불린다. 2018년 3월 당시 국가정보원장이던 서훈 실장과 평양에 특사로 파견돼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만났고, 이 직후 방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방북 성과를 설명했다.

이들의 방북과 방미는 같은해 4월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성사시켰다. ‘남북미’ 대화를 가동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하며 그해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까지 일련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진행에 핵심이 됐다.

투톱 중 한 명인 서훈 실장이 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안보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가운데 외교수장에 정의용 실장을 기용한 건 바이든 정부와의 대북정책 공조를 통해 북미 및 남북대화 재개를 성사시키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인사로 읽힌다.

지난해 7월 서훈 안보실장 지명, 박지원 국정원장·이인영 통일부 장관 내정 등 '한반도 정책 성과에 중점을 둔' 외교안보 수장 교체 후 대미정책을 담당하는 외교부 장관 자리에도 대북정책 핵심 인사를 앉혀 한반도 정책 결실에 방점을 둔 것으로 해석되는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대북특별사절단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정원장이 5일 오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에서 평양행 특별기로 향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정부는 바이든 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미관계에서 한반도 평화구축 관련 공조를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해 왔다. 전날 외교부가 주최한 '미 신행정부 출범과 한미관계 발전방향' 회의 모두발언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앞으로 한미관계가 발전해 나갈 방향'의 ‘첫번째’로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한미동맹 구축”을 꼽았다.

강 장관은 이와 관련 "지난 4년간 한미 양국은 긴밀한 공조를 토대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체제 구축에 있어 의미있는 진전을 거뒀다"며 "그간 축적해온 성과와 교훈을 잘 이어나가면서 바이든 행정부와의 긴밀한 공조를 통해 더 많은 진전을 이뤄나가야 하겠다"고 했다.

2018년 판문점 남북정상회담,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평양 남북정상회담 등의 '성과'를 포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의 북미 교착상황 등을 '교훈' 삼아 바이든 정부에서 북미 및 남북관계 개선 달성을 우선순위에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강 장관은 "오늘 논의와 대화를 토대로 새 행정부와 대북정책의 방향성과 원칙을 조속히 조율하겠다"며 "남북대화와 북미대화의 모멘텀을 되살려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라는 목표에 더 다가가기 위한 한미 공동의 외교적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대북재화 재개에 대한 정부의 의지를 확인하는 발언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바이든 정부 출범 후 대북대화 재개에 대한 의지를 피력해 왔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가능하면 조기에 우리 한미 정상 간 교류를 성사시키겠다"며 "한반도 문제,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공감대를 재확인하겠다"고 했다.

또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으로 북미대화, 남북대화를 새로 시작할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될 경우 그 대화는 트럼프 정부에서 이루었던 성과를 계승해서 발전시켜나가는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