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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 세뱃돈, 20년간 주식계좌에 차곡차곡…열어 보니[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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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준형 기자/미디어전략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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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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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의 50잡스]50대가 늘어놓는 雜스런 이야기, 이 나이에 여전히 나도 스티브 잡스가 될 수 있다는 꿈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소소한 다이어리입니다.

아는 분 댁에 갔다가 담근 지 30년만에 얼마 전 개봉한 인삼주를 얻어 마셨다.
향과 맛도 형언하기 힘들었지만, 한 세대의 성상을 버틴 그 인내심이 존경스러웠다. 그럼 국으로 얻어 마시기나 하면 될 걸, “인삼주 담그실 때, 삼성전자 주식도 몇 주 사서 30년 푹 담가뒀으면 금상첨화였을 텐데 말이죠“ 하고 토를 달았다. 다행히 그 분도 지난해 주식으로 재미를 좀 본 터라 '갑분싸'는 피했다.

세상이 주식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으로 분류될 정도로 모든 이야기가 주식으로 연결된다. 그래서, 나도 지난 주말 몇 년 만에 딸과 아들의 주식계좌를 열어 봤다.
정확히 말하면, 집사람 시켜서 증권사 지점에 가서 잔고 좀 프린트 해보라고 했다. 계좌에 연동된 홈트레이딩이나 모바일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없으니 그렇게 할 수 밖에 없다. 증권사 창구가 시골장터처럼 북새통이더라고 했다. 가뜩이나 바쁜 증권사 직원에게 미안해하며 뽑아 본 잔고는 이랬다(1월15일 현재).

딸: 총자산 4517만원, 주식평가금액 4503만원, 매입금액 1110만원, 평가손익 3393만원.
아들: 총자산 4190만원, 주식평가금액 4176만원, 매입금액 1163만원, 평가손익 3013만원.

포트폴리오는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 SK하이닉스 삼성SDI를 공통으로 각각 9개와 10개 종목으로 구성돼 있다. 액면분할로 삼성전자 주식이 각각 250주 150주
로 늘었고, 현대차 26주 16주, 셀트리온 28주, 24주 등이다.
수익률 면에서는 삼성전자가 단연 압도적 성과를 냈다. 첫째의 삼성전자 수익률은 782%, 둘째는 779%에 달했다. 이어 셀트리온이 각각 741%, 720% 수익이 났다. 딱 1주씩 산 POSCO는 그 와중에 유일하게 -23%를 기록중이다(2013년에 매수한 걸로 돼 있다).

이번에 대학 졸업하는 딸과, 이제 1학년인 아들 녀석이 적잖은 주식을 보유하고 엄청난(?) 수익률을 기록한 건 애들이 투자 귀재여서가 아니라 순전히 부모 덕이다.

아이들이 코흘리개이던 2004년부터 아이들 명의의 계좌를 만들어 줬다.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맨 처음 산 주식이다. 애들이 할아버지 할머니 친척들에게 받은 세뱃돈이나 용돈을 모았다가 1주, 2주 돈 되는 대로, 생각나는 대로 주식을 사줬다.
계좌를 만든 건 2004년이지만 아이들 몫의 세뱃돈이나 용돈을 쓰지 않고 모아 둔 건 그 전부터였으니 근 20년 된 장기투자다. 투자원금 1100만원이면 평균으로 치면 1년에 기껏해야 50~60만원인데, 지금은 목돈이 됐다.
전체적으로는 원금의 3배, 300% 정도 수익이지만, 일시에 돈을 넣고 묵혀둔게 아니라 적립식으로 조금씩 사 온 거라 실제 수익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셈이다.

세상에서 가장 부도율이 높은 은행이 ‘부모은행’이다. 아이들이 받은 세뱃돈이나 용돈은 “아빠 엄마가 잘 보관하고 있다가 어른 되면 줄게”라는 약정을 믿고 부모은행으로 들어가지만, 애들이 자란 뒤에 이자는커녕 원금까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누구나 아이 때 겪었을 그런 슬픈 역사를 막고자 ‘부모은행’말고 ‘부모펀드’를 만들었다. 기자 월급으로 물려줄 재산 만들기는 애초에 글렀으니 이걸로라도 면피해볼 생각이었다.

나도 한 때 명색이 ‘증권 전문기자’로서, 적립식 장기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다녔다. 심지어 주식 책들 써서 적잖은 인세수입도 올렸지만 실천으로 언행일치를 증명해 보일 방법이 없었다. 2000년대 초반 머니투데이 기자들은 주식투자를 하지 않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내 기사의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줄 증빙으로도 ‘부모펀드’가 제격이었다.

내 돈이 아니니 없어져도 그만이라는 무책임한 생각이 처음부터 깔려 있었다. 사실 그게 투자의 기본이다. 투자자금을 날린다고 해도 인생 안 망하는 규모여야 한다. 가용자금의 대부분을, 혹은 다른 데 쓸 곳이 있는 돈을 주식에 투자했다간 조금만 시장이 흔들려도 안절부절 못하고 중심을 잃게 된다.

내가 쓸 것도 아니어서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리거나 요즘처럼 불붙을 때나 들여다 볼까 말까 했다. 주식 투자자는 주식시장을 멀리 해야 한다. 미국의 전설적 주식 투자자 고(故)존 템플턴은 나이 아흔이 넘어 바하마로 이사해 가면서 직원에게 이렇게 말했다. “혹시 주식시장에 무슨 일이 생기면 나한테 알려주게. 단, 전화 말고 편지로...”

어차피 20년 이상 투자를 생각하면 종목 선택 고민도 별로 할 필요가 없다. 반도체 자동차 바이오. 과거 20년 동안 이보다 더 한국 경제와 운명을 같이 할 산업을 찾기 힘들었다. 삼성전자 현대차 셀트리온이 포트폴리오에 포함돼 있는 건 당연하다.(나중에 ‘아빠는 대체 왜 이런 쓰레기 종목을 넣어 둔 거야“하는 비난을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들 펀드는 우량주로 ‘윈도드레싱’을 해놓을 필요가 있었다).

한국 경제가 망하면 어떻게 하냐고?
“가급적 우리 신문 안 보려고 해요. 우리 신문만 보면 나라 망하는거 같은데 주식투자 할 수 있겠어요”
얼마 전 이른바 ‘보수 매체’에서 일하는 선배 기자가 들려준 후배와의 대화내용이다. ‘일베’로 표현되는 극우 보수 성향 투자자들이 이른바 '곱버스'(지수가 하락할 때 하루 낙폭의 두배를 벌도록 설계된 인버스 레버리지형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했다가 곡소리가 나고 있다는 우스개도 들었다. 코로나19 글로벌 팬데믹은 한국경제에는 오히려 ‘코리아 프리미엄’을 더해 주고 있다. 우리 경제 전체가 거덜나면 주식 아니라 무슨 투자인들 멀쩡할 게 없다.

요즘 핫한 주식투자 전도사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는 “집 사지 말고 주식 사라”는 말을 많이 한다. 무슨 뜻인지는 알지만, 집 살 목돈이 없는 사람들 특히 20대 젊은이들에게는 허망한 말이다. 젊은 사람들에게 집과 주식은 투자 대체재가 아니다. 투자를 해서 돈을 모아야 집도 살 수 있다. 종잣돈도 없는 2030이 집을 투자대상으로 삼으려면 이른바 ‘영끌’의 위험과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결국 ‘집을 사려면 주식을 사라’가 더 정확한 말이다. 미국시장 이야기이긴 하지만, 흔히 100에서 자기 나이를 뺀 만큼이 바람직한 주식비중이라고 한다. 20대라면 투자자금의 80%를 주식으로, 70대라면 30%를 주식으로 가져가라는 말이다.

주식 시장 아재 농담 하나.
“누가 ‘지금’ 주식 투자할 때냐고 물어보면 그냥 웃고 말아라.
주식투자 하라고 말을 했더라도 지수가 얼마까지 갈거라는 둥 전망은 하지 마라.
행여 지수까지 입에 올렸다 해도 어떤 종목 사라는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마라.
만약 종목까지 이야기해버렸으면? 앞으론 그 사람 다시 만나지 마라”

지수를 예측하고, ‘대박종목’을 찍는 거는 부질없는 일이라는 말이다.
그래도 혹, 아들 딸 나이 젊은이나 후배들이 주식투자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원칙’을 묻는다면 '부모펀드' 이야기로 대신하고 싶다.
설도 다가오는데, 어린 아이 가진 부모들도 올해 세뱃돈부터라도 아이 주식계좌 만들어 넣어주라고 권하고 싶다. 인삼주도 같이 담갔다가 애들 성인이 된 뒤 계좌를 열어보면서 함께 마셔보는 것도 좋겠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유행이다. 지금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활황장이 다시 오지 않을 것처럼 혼자서 뒤쳐진 것처럼 초조해하는 젊은이들이 많은 듯 하다. 그럴 필요 없다. 살다 보면 시장은 반복되고, 오래 살면 기회는 더 늘어난다. 템플턴이나 워런 버핏의 공통점은 명이 길다는 점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도, 정보 많은 사람 못 이기고, 정보가 많아도 돈 많은 이를 앞서지 못한다. 돈 많은 사람은 오래 사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오래된 주식시장 격언이다.

겨우 50년 조금 더 살아 본 나만 해도 ‘전례 없는’ 시장을 적어도 다섯 번은 겪은 것 같다. 이미 절반 이상 ‘시간자본’을 써 버린 나같은 50대에 비하면 20대들은 엄청난 부자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일찍 했으면 좋았을 걸 하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달리기와 적립식 주식투자(애들 계좌 말고 내 계좌ㅠ), 두 가지다.
애들 세뱃돈, 20년간 주식계좌에 차곡차곡…열어 보니[50雜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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