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도 안돼 K-방역에 50억 청구서…일본은 ?

재산권 규정이 실린 한국헌법 23조(위)와 일본헌법 29조(아래) 및 번역본. /자료=법제처 및 세계법정보센터

第二十九条財産権は、これを侵してはならない(헌법 제 29조 ① 재산권은 침해받지 아니한다.)
○２ 財産権の内容は、公共の福祉に適合するやうに、法律でこれを定める。(② 재산권의 내용은 공공 복지 에 적합하도록 법률로 정한다.)
○３ 私有財産は、正当な補償の下に、これを公共のために用ひることができる。(③ 사유재산은 정당한 보상 하에 공공을 위하여 사용할 수 있다.)

헌법 제23조
①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
②재산권의 행사는 공공복리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


K-방역 환호 속 J-보상 조명

(서울=뉴스1) 유승관 기자 = 20일 서울시내 한 유흥업소 입구에 집합금지명령이 붙어 있다. 정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와 5인 이상 모임 금지를 지난 18일부터 2주간 연장하기로 했다. 이에 클럽, 감성주점 등 업주들이 소속된 한국유흥협회중앙회는 정부의 집합금지 조치로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며 형평성 있는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유흥주점은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가 내려진 지난해 11월24일부터 영업이 중단됐다. 이들은 유흥주점에 대한 완화 조치가 없으면 21일 전국 영업점의 영업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2021.1.20/뉴스1

한국과 일본은 법조계에서 종종 '사실상 같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법·제도에서 유사성이 많이 발견되는 관계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 사태에선 천차만별의 대응을 보였다. 한국은 'K-방역'을 캐치플레이즈로 내걸고 상대적으로 강한 수위의 봉쇄 조치를 실시했다. 반면 일본은 봉쇄 강도를 약하게 잡으면서 확진자가 더 많이 나왔다.

보상은 오히려 일본이 더 주목을 받았다. 한국에선 국력의 격차를 감안해도 일본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 방역수칙은 까다롭고 보상은 뒤처진다는 불만을 갖는 자영업자들이 늘어났다. 정부‧지방자치단체를 상대로 최근 일주일새 생존권·재산권 등을 지키겠다며 50억원 넘는 보상을 청구하는 소송전에 들어간 것도 사실상 제대로 된 보상이 없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하루 60만원 넘는 보상을 집행하는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의 보상 체계도 재조명 받고 있다. 한국은 영세 자영업자에게 200만~300만원 규모로 집행된 2~3차 긴급재난지원금 외 특별한 보상이 없어 헌법소원까지 청구됐다.


일주일새 50억원대 손실보상·손해배상 청구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연맹 회원들이 1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999배를 하며 영업정상화를 촉구하고 있다. 이날 회원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정부의 실내체육시설업 관련 교습목적의 9인 이하, 오후 9시까지 영업 정책을 규탄했다. 2021.1.12/뉴스1

20일 법조계‧한국코인노래연습장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146일 간 집합금지를 당한 것과 관련해 47개 업소측이 서울시와 자치구를 상대로 약 25억원 규모 손실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냈다.

14일엔 전국카페사장연합회에 속한 358명의 카페 사장들이 17억9000만원의 손해배상을 국가에 청구했다. 카페 사장들은 "일방적인 홀영업 금지에 따라 영업권이 과도하게 침해됐다"는 주장을 펼쳤다. 12일엔 필라테스·피트니스 사업자 연맹 관련 사업자 203명이 10억1500만원을 정부에 청구했다. 실내체육시설에 걸렸던 집합금지 명령으로 입은 손해를 복구해 달라는 것이다.

앞서 필라테스·피트니스 연맹 소속 사업자 153명은 지난해 12월30일 국가를 상대로 7억6500만원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도 제기한 바 있다.

자영업자들은 비록 국력의 차이가 있더라도 해외 선진국 보상에 비해 국내 보상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시각이다. 일본은 긴급사태가 선포된 수도권 4개 지역 음식점 등에 대해 영업시간 제한(오후 8시)을 준수하면 하루 최대 6만엔을 지급한다. 독일은 방역 조치와 관련한 보상으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기존 매출액의 75%, 고정비의 90%까지 지원하고 있다.

중소상인과 참여연대는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영업제한조치에 따른 피해 중소상인들의 손실보상 및 지원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상태다. 헌법 제23조 3항에는 '공공필요에 의한 재산권의 수용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로써 하되,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여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감염병 예방법상 각종 제한 명령에 따른 보상 규정은 명시돼지 않아 위헌적 요소가 있다는 논리다.

코인노래방 업주들의 소송 대리인인 조현수 변호사(법무법인 메리트)는 "집합금지 명령에서도 임대료와 같은 각종 비용들이 나오는 상황인데 국민에게 (방역 준수의) 책임 만 전가하는 것은 헌법상의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와도 배치된다"고 주장했다.

개별사건 결과 별개로…"위헌 인용 가능성 상당히 있다"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인노래방 업주들이 160일간의 강제집합금지에 따른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래방 기기를 파기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코인노래연습장 업주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로 3차례 집합금지 명령을 받아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오는 18일 18일 이후의 집합금지 조치에 더 이상 협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2021.1.6/뉴스1

다만 자영업자들이 개별 사건에서 승소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김성훈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는 "이미 지자체장 등에게 감염병 예방을 위한 행정명령을 내릴 권한이 부여돼 (손해 배상을 받기 위해) 명시적으로 법에 위반된 행위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은 상당히 난이도가 높은 일이 될 것"이라며 "헌법상 근거 규정이 있더라도 곧바로 민사상 보상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헌법 소원은 위헌으로 인용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고 했다.

민주당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가 주최한 '코로나19 극복 및 상생과 연대를 위한 긴급토론회'에서 민병덕 의원도 "손실보상 규정이 미비한 현행 조치는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발언했다. 그러면서 행정조치대상 업종들에 전년 동기와 비교한 매출액의 차익을 50∼70%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손실보상 비용은 월 24조7000억원, 방역 조치가 4개월인 경우 98조8000억원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