맏언니가 떠났다 [총리실에서]

머니투데이

세종=박준식 기자

총리실 맏언니가 공직을 마무리했다. 김영선 국장(뉴미디어총괄행정관)으로, 공무에 입문한 지 34년 만에 해방(?)되면서 특별 승진했다.

김영선 국장은 1987년 2월 7급 공채로 시작해 환경부에서 근무하다 2006년 9월에 국무총리실에 옮겨와 14년 3개월을 꼬박 근무했다.

김영선 총리실 국장(전 뉴미디어총괄행정관) /국무총리실 제공

환경부에서 그가 만든 환경분쟁사건의 객관적 피해배상기준은 지금 교본처럼 쓰인다. 1999년에 환경부 장관 표창을 받은 것도 그 결과다. 현행 환경분쟁조정제도의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녹색성장(Green Growth) 개념도 ESCAP환경장관회의 준비기획단에서 그가 총괄사무관으로 일할 때 만든 것이다.

가정적으론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은퇴한 곽세붕 상임위원(차관보)이 부군이다. 부부는 서로 다른 부처였지만 두 아이를 키우며 공직에 30년 넘게 이바지했다.

총리실에서 김 국장은 '고용부, 환경부, 복지부 등' 사회부처의 지휘․감독 및 정책 조정․지원을 도맡았다. 정부업무평가 및 분석과 시민사회 및 언론과의 소통 업무도 수행했다.

2010년에는 대통령 표창을 받아 그간의 노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본인의 이전 커리어를 살려 환경정책 분야 업무를 성실하게 수행했다. 구미불산사고(2012년 9월) 이후 고용·산업부 등 부처 간 이견을 원활히 조정해 범정부 ’화학물질 안전관리종합대책‘을 수립(2014년 7월)한 것도 큰 성과다.

정부 평가 업무를 맡았을 때 소아당뇨 어린이 보호대책 등 현안과제를 발굴하고 현장중심 분석을 맡았다. 두 딸을 키우는 엄마 마음이었다.

2017년 말부터는 시민사회기획행정관으로 일하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인 시민사회발전기본법 및 공익위원회법 제·개정안을 마련했다. 일부 시민단체의 기부 문제가 불거지자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마지막 임무인 뉴미디어총괄을 맡고 나선 가짜뉴스 팩트체크를 하고 하루하루 코로나19(COVID-19) 상황 보도를 분석해왔다. 음모론이 판치는 세태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부와 총리의 대국민·언론소통 업무를 보좌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이른바 '언니'처럼 리더십을 갖추고 여성 공무원들의 귀감이 된 게 김 행정관의 가장 큰 업적이다. 61년생으로 아직 복무할 체력과 열정이 남았지만 후배들 앞길을 위해 조금 일찍 떠난다는 그는 자유로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