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 만취운전 했는데 '무죄'…가해자 없는 교통사고 왜?

본문 내용과 관련없습니다./사진=게티이미지

지난해 10월 수원의 한 도로에서 30대 남성 A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갑자기 골목에서 나타나면서 일가족 4명이 타고 있던 B씨의 차량과 부딪쳤습니다. 이 사고로 B씨 가족 4명이 다치고 수리비로 1200만원이 책정됐습니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09%의 만취상태로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습니다. 음주측정을 하기 전에 입 안을 헹구는 지침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는 없는 사건으로 결론이 날 수밖에 없었을까요. 네이버 법률이 알아봤습니다.


경찰의교통단속처리지침상 경찰은 피측정자의 구강에 알코올이 남아 있는 경우 측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므로 20분 이내에 입안을 헹굴 수 있도록 200㎖의 물을 제공해야 합니다. 잔류 알코올을 제거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고 측정한 음주수치는 법원에서 증거로 인정되지 않습니다.

"호흡측정기에 의한 측정방법은 혈중알콜농도에 대한 간접적인 측정방법으로서 그 기계 자체에 내재적인 측정오차가 있고, 그 성질상 입안의 잔류 알콜 등으로 인하여 실제 혈중알콜농도보다 측정 수치가 높게 나올 가능성이 있으며, 이와 같이 음주측정 당시 물로 입안을 헹구었는지 여부에 따라서 차이가 있는 상황 하에서 이를 근거로 한 이 사건 측정치를 믿을 수 없다."

(청주지방법원 2005. 9. 14. 선고 2005노416 판결)


우지영 행정사는 "음주측정시 피측정자의 구강을 물로 헹구는 절차를 지키지 않아 음주운전자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사례가 많다"면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경우 관련 혐의는 무효이고, 면허 취소 같은 행정 처분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0.09%라면 어차피 물로 헹궈도 면허 취소 수준인 0.03% 이상 음주수치가 나올 수 있으므로 기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기소가 되더라도 법원이 절차도 까다롭게 보고 있고, 그간 판례를 보면 증거로 인정해주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높아보인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입니다.

A씨의 음주운전이 무혐의 처분이 됐으므로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B씨측 과실이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교통사고 전문 법률가인 유용관 변호사는 "음주운전이 인정됐다면 A씨의 과실비율이 더 커질 수 있고, 보험처리비용도 A씨 본인 부담이 훨씬 높아질 수 있었다"며 "그런데 A씨의 음주운전이 인정되지 않아 교통사고처리특례법상 12대 중과실에 해당하지 않게 됐고, 관련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A씨의 음주운전이 인정되지 않아도 형법상 과실치상죄를 물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데요. 특별법이 적용되지 않았다고 해서 일반 형법을 적용해 형사 책임을 물을 수는 없습니다. 결국 음주운전 혐의만 본다면 A씨는 형사책임도 없고, 면허취소 같은 불이익도 받지 않습니다. 또 A씨의 음주운전이 무혐의가 되면서 본인이 부담할 배상액도 가벼워졌습니다. 민사적으로 B씨는 보험을 통해 인적 물적 피해를 구제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선 경찰도 과실을 인정하고 B씨에게 국가에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안내했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이는 물적 인적 피해에 대한 보상이 아니라 정신적 위자료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이며 금액도 크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글 : 법률N미디어 이창명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