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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인텔이 삼성전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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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3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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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기자가 판다]떨어져야만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정체는 곧 추락이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국제가전IT 전시회(CES) 2021에서 인텔의 비즈니스 노트북 발표자가 경쟁사인 AMD 제품과 인텔 vPro 프로세서 탑재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 발표 동영상 캡쳐.
지난 14일 막을 내린 국제가전IT 전시회(CES) 2021에서 인텔의 비즈니스 노트북 발표자가 경쟁사인 AMD 제품과 인텔 vPro 프로세서 탑재 제품을 비교하고 있다./사진제공=인텔 발표 동영상 캡쳐.
"인텔의 비즈니스 노트북용 vPro 프로세서는 보안기능이 떨어지는 AMD의 라이젠 프로세서보다 보안성능이 뛰어납니다."

지난 14일 막을 내린 국제가전 IT 전시회(CES) 2021에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이 신제품 발표에서 보여준 흔한 이 장면(위 사진)은 안타깝게도 인텔의 추락을 상징하는 모습이다.

전성기 시절, 인텔의 경쟁자는 그 누구도 아닌 '어제의 인텔'이었다. 또 극복 대상은 '오늘의 인텔'이었으며, 벤치마킹 대상은 '내일의 인텔' 자신이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인텔 내 연구실에는 '외계인 전용 연구실'이 있을 것이라는 실리콘밸리 내의 조크도 있었다. 인간계에서는 불가능한 반도체 설계가 그들 외계인으로부터 나온다는 것이었다.

그런 인텔이 보안기능이 있는 경쟁사 AMD의 라이젠 프로가 아닌 이전 버전의 라이젠과 비교하면서 인텔 vPro 비즈니스용 프로세서에 뿌듯해 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과거 인텔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비교다.

자사 프로세서의 보안 기능의 우수성을 강조한 이런 발표 직후인 지난 21일 인텔은 실적 발표에 앞서 자사의 재무정보가 미상의 해커들에 의해 유출됐다는 의혹을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인텔이 해커로부터 스스로도 지키지 못한 모습은 충격을 주고 있다.

1968년 설립된 인텔 창업자와 1호 사원. 사진 왼쪽부터 1호 사원이자 창업동지인 앤디 그로브,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노이스(가운데),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오른쪽)./사진제공=인텔
1968년 설립된 인텔 창업자와 1호 사원. 사진 왼쪽부터 1호 사원이자 창업동지인 앤디 그로브, 공동창업자인 로버트 노이스(가운데), 공동창업자인 고든 무어(오른쪽)./사진제공=인텔

◇실리콘밸리의 우주에서 인간계로 내려온 인텔=20여년 전 기자 초년 시절, 인텔이라는 기업은 IT 업계에선 '신계(神界)'의 존재였다. 반도체를 이용한 컴퓨터라는 물건이 세상에 나온 이후 모두가 인텔의 눈으로 세상을 봤다.

인텔이 어디로 진화하느냐가 IT 세상이 가야 할 길이었다. 현재 우리 기업이 경쟁력을 가진 D램도 인텔이 세계 1위였다. 그들 스스로 D램에서 중앙처리장치(CPU)로 옮기면서 그 자리를 내줬을 뿐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OS)와 인텔의 중앙처리장치를 결합한 윈텔(윈도+인텔) 동맹은 후발주자들을 때로는 따돌리고, 때로는 짓밟으며 철옹성을 구축해왔었다. 구글과 애플이 주도하는 모바일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당시 인텔은 실리콘밸리 그 자체였고, 혁신의 선봉장이자 기술진화의 내비게이션이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141,500원 상승7000 -4.7%)가 최첨단 D램을 개발하면 반드시 인텔을 찾아가 'D램 인증'을 받아야 PC에 탑재할 수 있었다.

AMD는 수십년간 인텔을 따라잡기 위해 인텔개발자포럼(IDF: Intel Developer Forum)이 열리는 샌프란시스코 컨벤션센터 전시회장 길 건너편에서 플래카드를 펼치고, 인텔 행사 참석자들을 향해 '2인자 마케팅'을 펼치던 기업이었다.

전세계 CPU의 90%를 차지하던 인텔은 그래서 AMD가 그러든지 말든지 안중에도 없었다. 그런 AMD를 벤치마킹 대상의 제품으로 올려놨다는 자체가 고든 무어, 로버트 노이스, 앤디 그로브 등 창업자 시대 인텔에서는 용납되지 않는 모습이기도 했다.

지난 14일 친정을 떠났던 기술자 팻 겔싱어를 10여년만에 다시 불러 인텔 차기 CEO로 내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잘 보여주고 있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7월 신제품 아이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스티브 잡스가 2010년 7월 신제품 아이폰을 들어보이고 있다. / 사진제공=뉴시스

◇영원한 1등은 없다…변화에 적응 못하면 밀려나=달리기나 F1 포뮬러자동차 경주든 스피드스케이팅이든 항상 승부의 변화는 곡선 구간에서 일어난다. 변곡점에서 안으로 치고 들어가는 변화를 줄지에 따라 승패가 갈린다. 직선구간에서는 기존 1위를 따라잡기 힘든 게 생태계의 법칙이다.

PC 시대의 절대 강자였던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서도 앞선 연구개발에 나섰지만, 인코스로 치고 들어온 또 다른 생태계 경쟁자인 애플에 밀린 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항상 선두는 변곡점에서 바뀌었다.

전세계 IT 기업 시가총액 1위 기업은 1980년~1990년대초까지는 IBM( International Business Machines Corporation)이었다. 개인용 PC 시대였기 때문이다. 그 뒤를 이어 HP→GE→MS→시스코→노키아→MS, 인텔→애플→구글, 아마존→애플의 형태로 변천해왔다.

이는 PC 시대의 개막에 이어 PC를 연결하는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와 플랫폼 시대로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변혁기에 성공한 기업이 패권을 잡는 것이다. 인텔은 모바일 시대에 대응하는 준비를 그 누구보다도 먼저 시작한 기업 중 하나다. 매년 인텔 IDF에 가면 다가올 모바일 시대를 위한 프로세서 개발 얘기가 끊임없이 나왔다.

하지만 창업세대가 퇴진하는 시점과 겹쳐 모바일 시대가 도래했고, 고전력 인텔의 x86 프로세서가 아닌 저전력 고효율의 ARM 코어 프로세서가 대세를 이루면서 인텔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인텔의 연도별 매출(Revenue) 추이(단위: 10억 달러, 윗쪽)와 주당 순이익(EPS: 단위 달러)/자료출처=인텔 IR 자료.
인텔의 연도별 매출(Revenue) 추이(단위: 10억 달러, 윗쪽)와 주당 순이익(EPS: 단위 달러)/자료출처=인텔 IR 자료.


◇인텔 최고 실적이 반갑지 않은 이유=인텔은 지난 22일 지난해 실적을 예상보다 이른 시간에 발표했다. 자료의 외부 유출이 이유였다. 매출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실적 자료 유출 등의 이유로 주가는 10% 가까이 폭락했다.

인텔은 이날 지난해 매출이 전년(720억 달러)보다 8.2% 늘어난 778억670만 달러(달러당 1105.50 기준, 약 86조 153억원), 영업이익은 7.4% 증가한 236억7800만 달러(약 26조 1760억원)라고 발표했다. 매출은 사상최고치로 월가 예상치 754억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재택근무와 원격수업이 확대되면서 인텔의 칩이 탑재된 노트북·PC가 전년 동기보다 33% 더 많이 팔린 때문이다. 다만 순이익은 209억달러(약 23조 1049억원)로 전년(211억달러)보다 1% 가량 떨어졌다.

인텔의 실적이 기대를 웃돌면서 공식 실적 발표 전인 21일(미국 현지시간) 주가는 6.46% 상승한 62.46달러로 장을 마감했으나, 22일에 9.29% 폭락하며 56.66달러로 장을 마쳤다.

최근 40년간 인텔, AMD, 애플 주가 추이 그래프(왼쪽부터). 인텔은 2000년 8월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경쟁사인 AMD나 애플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자료출처: 구글 금융정보 캡쳐
최근 40년간 인텔, AMD, 애플 주가 추이 그래프(왼쪽부터). 인텔은 2000년 8월 최고점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경쟁사인 AMD나 애플은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자료출처: 구글 금융정보 캡쳐


업계에선 인텔의 사상 최대 매출이 마냥 기뻐할 일만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IT 업계에서는 기저효과를 포함해 8% 정도의 성장은 후퇴와 같다고 본다.

떨어져야만 추락하는 것이 아니다. 남들은 날아갈 때 멈추거나 소폭 오른다고 그 자리를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메모리 1위 기업인 삼성전자에도 해당되는 얘기다. IT 업계 상대성 이론에서 '정체는 추락의 다른 말'이다.

윈텔 동맹을 맺으며 글로벌 시가총액 1, 2위를 다투던 때 매킨토시를 파는 애플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러던 애플의 시가총액(1월 22일 종가 기준 약 2585조 2703억원)이 인텔(약 256조 5729억원)의 10배를 넘어섰다.

세계 최초의 IC 칩을 개발하고, 최초의 D램과 낸드플래시를 만들었던 인텔이다. 경쟁사들이 20여년 사이에 훌쩍 커는 동안 인텔은 제자리 걸음이었다. 2000년 8월 72달러 수준의 주가를 이날 56.66달러로 거래됐다.

반면 인텔을 우러러보던 애플은 2000년 8월 0.85달러 수준이던 주가가 20여년만에 지난 22일 139.07달러로 1만 6260% 가량 급상승했다. 윈텔 동맹의 한 축을 담당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도 같은 기간 35.31달러에서 225.95달러로 540% 올랐다. 인텔의 뒤만 따르던 AMD도 2000년 8월 28.50달러 전후에서 92.79달러로 226% 성장했다. 인텔이 주춤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너무 커버렸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인텔 CEO/사진제공=인텔, 머니투데이 DB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전 인텔 CEO/사진제공=인텔, 머니투데이 DB

◇업(業)의 본질을 도외시한 참담한 결과=인텔은 뭐니뭐니해도 반도체 회사다. 이런 인텔이 핵심칩 개발 부서를 없애는 등 반도체의 본업을 도외시하고 플랫폼 회사를 지향하면서 핵심경쟁력을 잃은 것이 더 성장하지 못한 이유다. 인텔은 엔지니어들의 회사였다.

4대 CEO까지 근 40년을 창업자 및 창업동지인 엔지니어들이 이끌어온 회사다. 기술력은 언제나 압도적이었다. IC(집적회로)를 처음 만든 로버트 노이스(1968년 초대 CEO)로 시작해 반도체의 집적도가 약 18개월에 두배씩 늘어난다는 '무어의 법칙'의 창시자 고든 무어(1975년 2대 CEO)가 만든 회사다.

거기에 앤디 그로브(1987년 3대 CEO)와 크레이그 배럿(1998년 4대 CEO) 등 수많은 특허와 논문, 저서를 보유한 기술자이자 전설적인 반도체 엔지니어들로 인텔을 만들어 온 장본인이다. 이들이 이끌던 시기에 인텔은 항상 3~5년 정도 앞서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2005~2013년까지 비엔지니어 출신으로 인텔을 이끌었던 폴 오텔리니의 뒤를 이어 2018년까지 인텔 6대 CEO를 맡은 브라이언 크르자니크는 인텔 몰락의 선봉에 섰다는 혹평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인텔의 핵심경쟁력을 갉아 먹었다는 이유에서다.

인텔의 차기 CEO(8대)로 내정된 팻 겔싱어. 그는 과거 인텔의 CTO로 근무하다가 CEO 경쟁에서 밀려 VM웨어 등으로 이직했다가 12년만에 인텔로 다시 돌아왔다./사진제공=인텔
인텔의 차기 CEO(8대)로 내정된 팻 겔싱어. 그는 과거 인텔의 CTO로 근무하다가 CEO 경쟁에서 밀려 VM웨어 등으로 이직했다가 12년만에 인텔로 다시 돌아왔다./사진제공=인텔


특히 2017년 인텔의 IDF를 전격 중단한 것은 단순히 행사를 멈춘 게 아니다. IT 시장에서의 리더 지위를 내려놓은 것이자 헤게모니를 놓은 것이다. 자신을 따르라는 메시지를 중단한 것이고, 그 목소리를 듣고 싶어 하던 '인텔신도'들은 교주를 잃고, 구글로, 애플로, MS로 달려가 이들이 보여줄 미래에 대한 믿음을 가슴에 담게 됐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시대에 앞서 2004년부터 매년 봄 대만에서 열었던 삼성모바일솔루션(SMS)포럼을 2009년 중단한 것이 아쉬운 이유이기도 하다.

인텔은 항상 미세회로 공정의 선두에 서서 기술을 개척해 왔다. 회로 선폭을 줄이는 것이 단순히 칩 사이즈 줄여 공간을 더 넓게 활용하는 의미가 아니다.

전자의 이동통로를 짧고 빠르게 하는 기술은 '빛의 세계'에서 구현하는 기술로 저전력 고효율을 구현하는 것이다. 인텔은 이 분야의 업의 본질을 잊고, 가전업체와 경쟁하고 플랫폼 경쟁에 나서면서 경쟁력을 잃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다 보니 인텔은 본래 경쟁력이었던 반도체 미세회로 공정에서도 삼성전자나 대만 TSMC 5나노 기술에 밀려 여전히 14나노 기술 근처에서 배회하고 있다.

차기 CEO로 내정된 팻 겔싱어가 "7나노 미세회로 공정기술에 두드러지는 좋은 성과가 있다"며, "2024년에는 대부분의 칩을 자체적으로 생산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힌 것은 인텔에겐 사실 치욕적이다.

이미 삼성전자나 TSMC가 양산에 적용하고 있는 7나노 기술에서도 뒤질 뿐더라 자체 생산력도 밀리고 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 조감도/사진제공=삼성전자
삼성전자 화성 EUV 라인 조감도/사진제공=삼성전자


◇인텔은 부활할 것인가…삼성전자에 전하는 메시지는=팻 겔싱어 차기 CEO를 오래 전 인텔IDF에서 만난 적이 있다. 당시 젊고 스마트한 CTO(최고기술책임자) 부사장이었던 그가 인텔의 미래를 이끌 것으로 생각됐지만, CEO 경쟁에서 밀려 인텔을 떠났었다.

이후 그는 가상화 기술 업체인 스트로지 업체인 EMC와 가상화 기술업체인 VM웨어 등에서 성가를 높이고, 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쫓겨났다가 넥스트와 픽스에서 성공을 거둔 후 위기의 애플을 구하려 다시 온 것의 데자뷔이기도 하다.

과거의 그로 볼 때는 인텔의 부활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얼마나 업의 본질을 파악하고, 인텔의 뿌리였던 창업자의 정신으로 돌아가느냐의 문제다. 인텔이 AMD나 다른 누군가가 아닌 자신들을 경쟁자로 만드는 날이 다시 올 수 있을지 주목된다.

라인 1개를 건설하는데 약 30조원 가량이 투자되는 반도체 제조업은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산업보다 중요하다. 한번의 투자가 명운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자의 시대를 뒤로 하고 위기에 빠진 인텔의 현실과 창업 가문의 선장 이재용의 부재상황을 맞은 삼성전자 (82,500원 상승2800 -3.3%)의 현재가 오버랩되는 이유는 뭘까. 이것이 인텔이 삼성전자에 던지는 메시지다.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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