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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100℃] 북한의 '왼손잡이' 모두 어디로 숨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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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3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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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기자가 바라본 북한의 '왼손' 이야기

[편집자주][북한 100℃]는 대중문화·스포츠·과학·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코너입니다. 뉴스1 북한팀의 구성원들이 각자의 관심사와 관점을 가감 없이 독자들에게 소개합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8차 노동당 대회에 참석한 북한 각지 대표자들의 모습. '일심단결'이란 구호 아래 모두 오른손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제8차 노동당 대회에 참석한 북한 각지 대표자들의 모습. '일심단결'이란 구호 아래 모두 오른손을 쓰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로 키워진다. 요즘엔 훨씬 덜 해졌다지만, 내가 자라온 어린 시절엔 그랬다. 밥을 먹을 때나 글을 쓸 때 옆 사람과 부딪힌다는 이유로 나는 오른손 사용을 강요받았다.

왼손을 고집하며 꿋꿋이 살아오긴 했지만, 혹여나 다수인 오른손잡이들에게 피해를 줄까 눈치를 보는 일이 더러 생기곤 한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손을 유심히 관찰할 때가 많아졌다.

상대방이 오른손잡이라면 그와 부딪히지 않을 만한 자리에 먼저 앉고, 왼손잡이라면 왠지 모를 동질감에 마음이 놓이곤 한다. 그런데 북한 매체엔 좀처럼 왼손잡이들이 등장하지 않아 눈길을 끈다.

지난 5일 개막한 제8차 노동당 대회엔 약 70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모였지만, 왼손잡이는 단 한 명도 눈에 띄지 않았다. 당 대회 기간 내내 참가자들은 모두 약속이라도 한 듯 오른손으로 김정은 당 총비서의 말을 받아적고 있었다.

일사불란하게 오른손을 움직이는 그들을 보고 있으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혹시 왼손잡이들은 북한 당 대회에 참석할 수 없는 걸까.

◇ 여기저기 모두 오른손…북한 주민도 왼손잡이 보기 힘들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수해 복구 현장에 나선 군인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북한 주민. 이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평양 노동신문=뉴스1) = 수해 복구 현장에 나선 군인 장병에게 위문편지를 쓰는 북한 주민. 이들은 모두 오른손으로 편지를 쓰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세계 인구 중 왼손잡이의 비율은 약 10%다. 한국은 전체 인구 중 약 5%가 왼손잡이다. 한민족의 동질성을 '손'에도 고려해 본다면 북한 주민 가운데 약 60만 명은 왼손잡이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온다.

하지만 북한 매체 속 주민들은 모두 오른손을 쓴다. 수해복구에 나선 군인들에게 위문 편지를 쓸 때도, 내부 분위기를 추동하는 삽화나 문구 등을 그릴 때도 오른손을 사용한다.

특히 최고지도자가 현지지도에 나설 때면 수행 간부들은 모두 왼손엔 수첩, 오른손엔 펜을 들고 따라다닌다. 그리고 지도자의 말을 꼼꼼히 오른손으로 받아적는다.

한 명쯤 왼손잡이가 있겠지 하는 마음으로 북한 매체를 지켜봐 왔지만, 아직 눈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왼손잡이로 태어났을 북한 주민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7년 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나민희씨도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는 "북한에선 왼손잡이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 "한국에 와서야 왼손잡이를 자주 볼 수 있었다"라고 말한다.

그 이유에 대해선 "북한이 집단주의 사회다 보니 어릴 때부터 집안에서 오른손잡이로 많이 교정되는 것 같다"라고 짐작할 뿐이다. 북한에서 직접 왼손잡이를 만나본 경험이 없기에 정확히 어떤 식으로 교정을 받는지는 알지 못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한국에서 유튜브를 운영하는 다른 탈북자도 "북한엔 왼손잡이가 거의 없다"라며 학교와 군대 등 통제된 조직 생활로 인해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로 많이 교정된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 역시 북한 왼손잡이를 직접 만나본 기억은 없는 듯했다.

집단이 우선시되는 사회주의이기에 왼손에 대한 차별이 당연하게 이뤄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렇기에 어쩌면 북한 매체에 등장한 수많은 주민 중엔 왼손잡이지만, 오른손잡이로 살아가게 된 사람이 있었을지 모른다.

◇ 스포츠에선 환영받는 '왼재기'…일상에선 글쎄

그런데 북한에서도 왼손잡이가 장려되는 부문이 있다. 바로 스포츠다.

탈북자들이 출연해 북한에서 겪은 삶을 들려주는 TV조선의 '모란봉클럽'엔 탁구 선수가 되기 위해 왼손을 연습했다는 한 탈북자의 일화가 나온다.

신입 탁구 선수를 모집하는 공고에 '왼손잡이만 가능하다'라는 조건이 있었다는 것이다.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보다 희소하다 보니 내걸린 조건으로 이해된다.

약 30년간 북한에서 살다 지난 2008년 남한에 건너온 탈북작가 김주성씨도 이 같은 이야기에 공감한다. 그는 "북한에선 왼손잡이를 '왼재기'로 부른다며 보통 왼재기가 손재주가 좋다는 속설이 있었다"라며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경우가 많았다"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포츠 세계에선 왼손잡이가 우대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히 탁구의 경우 상대가 왼손잡이일 경우 대응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국제무대에서 활약하는 펜싱·야구·테니스·복싱·탁구 선수들의 경우 15~30%가 왼손잡이라는 분석도 있다. 왼손잡이가 이러한 종목들에 더 소질이 있다기보단 왼손을 쓰게 되면 유리한 부분이 존재하기에 이러한 수치가 나오는 것으로 풀이된다.

'체육 강국'을 꿈꾸는 북한이 이런 부분을 놓칠 리 없다. 우리에겐 영화 '코리아'로 잘 알려진 북한 탁구 국가대표팀 출신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리분희 선수도 왼손잡이였다.

하지만 스포츠라는 한정된 부분에서만 왼손이 장려되는 것이지 일상생활 속에는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느낌은 지울 수 없다.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역을 연기한 배우 배두나. ('CGV' 제공)© 뉴스1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 탁구선수 '리분희'역을 연기한 배우 배두나. ('CGV' 제공)© 뉴스1

◇ 왼손잡이의 등장…北 사회 변화의 상징될 수도

한국에서도 왼손잡이들이 자유로워지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별을 금기시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자리 잡으며 왼손잡이에 대한 부정적 시선도 조금씩 옅어져 왔다.

북한도 김정은 시대 들어 '정상국가'라는 목표하에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특히 국제사회가 지적하는 인권 문제에 과거보다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일례로 그동안 시선 밖에 뒀던 장애인 문제에도 한 발짝 다가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의 장애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조직 생활을 잘 따라갈 수 없었기에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었다.

지난 2013년 북한은 유엔(UN)의 '장애인 권리에 관한 협약'에 처음 서명한다. 또 장애인 특수학교인 '조선장애어린이회복원'과 장애인 재활센터 '문수기능회복원'을 대내외에 홍보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엔 유엔에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관한 1차 국가보고서를 제출하며 장애인 권리를 보장하는 기본 원칙을 헌법에 명시했다고 전한 바 있다. 이는 장애인 인권에 대한 고민을 북한이 나름대로 이어가는 모습으로 볼 수 있다.

일각에선 북한의 이러한 태도를 '보여주기'식 변화로 치부하기도 한다. 장애인 인권 개선을 위한 법령 개정만 있을 뿐 일상 속 두드러진 개선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북한 사회도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특히 그들도 국가 선진화를 꿈꾼다는 점에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세계 분위기를 귀 기울이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왼손잡이로 살아오는 동안 나는 천천히 달라지는 사회 분위기를 체감해왔다. 차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공론화되며 왼손잡이의 권리를 다루기까지 우리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우리가 변해왔기에 북한의 변화도 조심스럽게 기다려보고자 한다.

언젠가 북한 매체에 자연스럽게 왼손잡이가 등장한다면 북한 사회가 달라졌다는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한 번 더 왼손잡이 북한 주민을 찾아 나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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