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명되면 역사에 남을 수치"…박범계 '장외 청문회' 연 野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사진=뉴스1

박범계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국민의힘이 '독자 청문회'를 열었다. 거대 여당이 박 후보자의 각종 의혹과 관련한 청문회 증인 채택을 전면 거부하면서다.

과거 박 후보자가 고시생을 폭행했다고 주장하는 고시생 모임 대표는 국민의힘 청문회에 나와 당시 상황을 상세히 전하며 혐의를 부인하는 박 후보자를 비판했다. 대전시의원을 지낸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측근의 금품수수 요구를 방조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24일 오후 국회에서 '박범계 국민참여 인사청문회'를 열고 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를 통해 생중계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 검증을 위해서 증인신청을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수적 우위를 내세워서 한 사람의 증인도 채택하지 않은 무력 인사청문회를 하려고 한다"며 "이 정권이 한 나쁜 일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중에서도 인사청문회 제도를 무력화한 게 역사에 두고두고 나쁜 국정운영의 사례로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범계, 고시생 폭행 부인에…고시생측 "천벌받을 거짓말" 분노

이종배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 대표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민참여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날 청문회에 나온 이종배 사법시험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고시생모임) 대표는 "박 후보자가 고시생을 폭행한 것은 사실이 아니고 (오히려 자신이) 맞을 뻔했다는 건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힘없는 고시생들이 국회의원을 상대로 때리려고 했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혐의를 부인하는 박 후보자를 향해 "천벌 받을 거짓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천인공노할 짓을 하고 있다"고 말하며 강한 분노를 나타냈다.


윤한홍, 장제원 의원의 질의에 당시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다. 이씨는 "(사건이 있던 날은) 법안심사 전날이었다. 박 후보자가 법사위(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였기 때문에 찾아가서 읍소하자고 했는데 의원을 쉽게 만날 수 없으니까 숙소앞에서 기다리다가 만나면 읍소하자고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 후보자에게 먼저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폭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씨는 "(박 후보자가) 보자마자 멱살 잡고 '이XX들 누구야' 하며 흔들고 수행비서가 사진을 찍은 것으로 안다"며 "당시 폭행당한 고시생이 (박 후보자한테서) 술 냄새가 났다고 명확히 얘기한다"고 말했다.

직접 멱살이 잡힌 두 고시생이 현재 언론 등에 나서지 않는 이유에는 "지금도 (당사자들이) 공무원 시험공부를 하다 보니까 공직에 갔을 때 혹시나 불이익을 보지 않을까 싶어서 나서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밝혔다.

이씨는 주장을 입증할 근거로는 "폭행당한 친구가 상세히 진술을 하는데 녹취한 게 있고 지금도 갖고 있다"며 "가슴을 맞아서 아픈 것, 허리가 제쳐져서 아픈 것을 (당시에) 진단서 끊어서 남기라고 했고 (관련 내용을 주고받은) 카톡 증거가 있다"고 말했다.

고시생 폭행 논란은 박 후보자가 2016년 11월 서울 영등포구 자신의 오피스텔 앞에서 면담을 요구하는 고시생을 폭행했다는 의혹이다.

박 후보자는 논란이 불거지자 "(사실과) 반대"라며 "제가 폭행당할 뻔했다"고 반박했다. 청문회 준비단 측도 "당시 박 후보자가 밤 10시쯤 귀가했는데 1층에서 여러 명이 다가와 둘러쌌고 일부는 마스크까지 쓰고 있었다고 한다"며 "(박 후보자가) 놀라서 '내 숙소를 어떻게 알고 왔느냐'고 하니 멈칫하고 멀리 있던 수행비서가 와서 사진을 찍으려 하니 그제야 물러서는 분위기였지 멱살을 잡거나 폭언을 한 일은 없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고시생모임 측은 박 후보자의 해명이 나오자 거짓말이라며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및 직권남용으로 박 후보자를 검찰에 고발한 상태다."측근의 금품요구와 구체적 액수, 박범계는 확실히 알고 있었다"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주최로 열린 박범계 법무부장관 후보자 검증을 위한 국민참여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사진=뉴스1

김소연 변호사(전 대전시의원)은 이날 청문회에서 "대한민국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박 후보자가 앉는다면 역사에 길이길이 남을 수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의원 후보로 영입한 인물로, 박 후보자의 최측근으로부터 금품 요구를 받았다고 폭로한 당사자다. 이 사건으로 박 후보자 최측근인 전모씨, 변모씨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후보자는 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조사를 받았지만 무혐의 처리됐다.


이와 관련해 김 변호사는 "전씨는 자칭, 타칭 박 후보자의 왼팔이자 브레인이었다. 변씨는 박 후보자의 비서관으로 일한 것만 4년이고, 이 사건이 있을 당시까지도 박 후보자의 SNS(사회연결망서비스)를 관리하는 등 중요한 업무를 맡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변씨가 제게 1억원을 요구한 당일인 2018년 4월11일 박 후보자의 차에서 20분 정도 대화를 했다. 이 내용을 보고했을 때 박 후보자가 운전하고 있던 비서에게 '변OO이 이런 X이었나?' '전△△은 뭐야, 권리금 달라는 거야?' 하고 말하며 웃으며 하차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측근의 금품 요구는 들었지만 액수 등 구체적 사정에 대해 들은 바 없다는 박 후보자의 주장에 대해 "여러 가지 사건을 해보지만 이렇게 파렴치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당시 충심을 담아 박 후보자에게 밑에 있는 사람들이 호가호위하면서 일을 저지른다고, 범죄라고 말을 했다. 금품 요구를 받은 첫날 확실히 얘기를 했고, 박 후보자는 그 내용을 확실히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 측근에게 금품 요구를 받아 돈을 건넨 혐의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대전시의원 사례를 언급하며 폭로를 결심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제가 존경하는 분 때문에 너무도 화가 났다"며 "박 후보자보다 100배는 존경받는 분이 저한테 똑똑하니까 살아남으라고, 자기는 당선돼도 너무 무섭다고 말씀하셨다. 본인들이 낙점해 예비후보자로 등록한 뒤 빼도 박도 못하게 해놓고 돈을 요구한다. 제가 변호사나 되니까 단호하게 말할 수 있었지만, 평범한 사람들은 절대 거절 못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로 울먹거리며 말했다.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가 즐겨 쓰는 말이 '큰 정치'다. 본인은 큰 정치를 하고 싶겠지만 그건 독배를 마시는 거라는 걸 알길 바란다"며 "정치자금법에 대한 공소시효가 아직 남아있다. 공수처가 출범하면 이 사건이 초기사건으로 수사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사건과 관련해 김 변호사는 박 후보자를 공직선거법 위반 방조 혐의로 대전지검에 고발했지만 검찰은 2018년 12월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박 후보자는 김 전 변호사를 상대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2018년 12월 1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1심 재판부는 박 후보자의 청구를 기각했다. 이에 박 후보자는 항소장 제출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