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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정책 돌려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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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6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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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극적 해법을 찾지 않는다.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지우는 정책을 쓴다. 그 과정에서 파생된 문제는 다른 정책카드로 때운다. 또 문제가 드러나면 이 방식을 무한반복한다. 돌려막기다.

 코로나19(COVID-19) 확산과 사회적 거리두기로 자영업자만 ‘총알받이가 된다’니 이른바 ‘임대료멈춤법’을 발의한다. 대출받아 건물을 산 ‘생계형’ 임대인들이 “죽겠다”고 하니 ‘이자멈춤법’을 띄운다. 이자를 못 받은 은행에 부실이 생기면 어떤 해괴한 멈춤법을 꺼낼지 모른다. 딱 한 가지 예외는 있을 것이다. 세비는 올려받아야 하니 ‘세금멈춤법’은 없을 것이다.

 모든 정책과 법안은 사실에 기반해야 한다. 무지나 오해에 근거하면 현실을 바꿀 수 없다. 정교하고 치밀한 설계 없이 정치적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면 부작용이 크다. ‘멈춤법’들이 그 사례다. 실상을 들여다보면 임대료 결정의 메커니즘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임차인만큼 딱한 임대인도 적지 않다. 이들은 은행이자도, 세금도 낼 수 없어 이자멈춤법, 세금멈춤법을 요구한다.

 맥락이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은행에 예대금리 완화를 주문했다. 같은 당 홍익표 정책위 의장은 최근 이자감면을 강제화하는 입법을 언급했다. 임대료와 마찬가지로 이자도 아무렇게나 정해지지 않는다. 기준금리, 자금조달비용, 고객의 신용도와 담보가치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한다. 은행간 경쟁도 치열하다. 정치가 개입하는 것은 금융기관간 경쟁을 촉진하고 금융산업의 낙후성을 극복하려 한 ‘금리자유화’를 뒤집는 것이다. 진보가 아니라 퇴행이다.

 이자장사로 번 순이자마진(NIM)도 줄었다. KB국민·신한·우리·하나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3분기 기준 평균 NIM은 1.38%다. 1년 전 1.52%에서 0.14%포인트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지난해 3월과 5월에 걸쳐 75bp(베이시스포인트) 내린 게 반영됐다. 같은 기간 미국 은행의 NIM 평균은 2.8%였다. 금융지주사들이 역대급 이익을 낸 것은 맞지만 은행이 아니라 증권 등 비은행 덕분이었다.

 은행이 빌려준 돈의 상당부분은 고객의 예적금이다. 이자를 멈추면 주주뿐만 아니라 고객의 이익도 침해된다. 은행으로부터 예적금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훨씬 빨라진다. 그만큼 은행들은 은행채로 돈을 끌어와야 하니 조달비용이 더 높아질 것이다. 대출금리가 더 오를 수 있다. 신용약자일수록 대출심사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돈을 아예 빌리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국내 금융회사의 주요주주는 외국인뿐만 아니라 국민연금도 있다. 주주이익 훼손은 일정부분 국민연금 가입자의 몫이 줄어드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생색을 내지만 공짜가 아니고 누군가는 비용을 치르는 것이다.

 은행이 공적 책임을 위해 아무것도 안 한 것도 아니다. 증권·채권시장안정펀드, 뉴딜펀드 등에 동참했다. 코로나19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 유예조치를 했다. 이 대출을 떼일 것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더 쌓아 이익이 줄었다. 금융당국이 은행의 재무적 리스크를 감안해 배당을 줄이도록 한 창구지도에도 호응 중이다. 은행뿐만 아니라 당국 역시 ‘미뤄놓은 부실’에 따른 은행의 건전성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 외국인 주주 이탈과 외환시장 불안정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사정을 안다면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에 대한 손실보상을 임대인이나 은행에 전가하는 방법은 피해야 한다. 임대료가 문제라며 임대료를 내지 말라고 하고 이자가 문제라며 이자를 내지 말라고 한다면, 같은 논리로 세금이 문제라고 하면 세금도 내지 말라고 해야 한다. 우윳값이 뛴다고 우윳값을 억누른 로베스피에르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된다. 우유를 생산할수록 적자가 나자 낙농업자들은 젖소를 도축해 팔아버렸고 우유공급이 줄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악수를 둔 결과 스스로의 정치적 생명도 단축됐다.
[광화문]정책 돌려막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신용카드 돌려막기 하듯 정책을 내놓는 것은 한 수 앞도 내다보지 못하고 바둑을 두는 것과 다르지 않다. 차라리 멈춤법을 멈추게 하는 멈춤법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세비인상멈춤법만 빼고.



  • 강기택
    강기택 acekang@mt.co.kr

    비즈니스 저널리즘의 최고 경지, 머니투데이의 일원임을 자랑스레 여깁니다. 독창적이고, 통찰력 넘치는 기사로 독자들과 마주하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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