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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약같은 가시나, 수지의 10년

  • 윤준호(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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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1.28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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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첫사랑서 비교불가 슈퍼스타 등극

사진제공=카카오M
사진제공=카카오M


‘수지’라는 이름은 참 상징적이다. 소위 "연예인 이름 같다"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이름으로 당대를 주름잡은 연예인도 많았다. ‘한국의 왕조현’이라 불렸던 배우 최수지가 있었고, 청순함의 대명사였던 가수 강수지가 가요계를 휩쓸었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수지가 있다. 연기를 하던 최수지와 노래를 부르던 강수지의 영역을 모두 섭렵한 배수지(편의상 ‘수지’라 칭하겠다)가 그 주인공이다.

최근 수지는 데뷔 10주년을 맞아 팬콘서트 ‘Suzy: A Tempo’를 열었다. 2000년 그룹 미쓰에이의 멤버로 데뷔하고 2001년 드라마 ‘드림하이’로 연기를 시작한 지 어느새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흘렀다. 이 날 ‘SObeR’ ‘HOLIDAY’로 팬콘서트의 오프닝을 장식한 수지는 "특별하고 아름다운 날 여러분과 행복한 순간을 함께 나누고 싶다. 온라인이라 떨리지 않을 줄 알았는데 무척 긴장되고, 설레고, 아주 기쁘다. 올해로 데뷔한지 11년차가 됐다. 팬 여러분들의 아낌없는 사랑과 응원 덕분에 한 계단 성장할 수 있었고, 이 자리에 설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소중하고 감사한 마음을 팬서트를 통해 전해보려 한다"라고 말했다.

수지의 지난 10년은 찬란했다. 우연과 필연이 더해져 단숨에 그를 스타덤에 올렸다. 타고난 외모와 끼가 필연이었다면 JYP엔터테인먼트와의 만남은 우연이었다. 데뷔 전인 2009년 수지가 ‘대국민 오디션’을 표방하는 Mnet ‘슈퍼스타K’에 지원한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당시 광주 지역예선에 합격한 그는 JYP 관계자에게 발탁돼 ‘오디션 출신’이 아니라 ‘JYP 연습생 출신’으로 연예계에 첫 발을 내딛게 됐다.

그에게 무명 시절은 없었다. 연습생 생활도 1년 정도였고, 미쓰에이로 데뷔하자마자 ‘배드 걸 굿 걸’로 각종 음원 차트를 석권했다. 역대 걸그룹 최단기간에 지상파 음악방송 1위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다. 그 해 미쓰에이는 각종 신인상은 물론이고 데뷔 첫 해 대상까지 섭렵했다.

이듬해 수지에게는 또 다른 길이 열렸다. 드라마 ‘드림하이’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됐다. JYP의 수장인 박진영과 당시 키이스트를 이끌던 배우 배용준의 합작 프로젝트였다. 각 회사는 간판인 수지와 김수현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물론 우려는 있었다. 연기 경험이 없던 수지에게 곧바로 주인공 자리를 맡기는 것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따라왔다. 하지만 수지는 ‘연예예술고등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청춘들의 스타가 되기 위한 꿈과 사랑을 그린 드라마’라는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한 드라마 속 주인공 고혜미 역을 무난하게 소화했다. 당시 경쟁작이 배우 정우성이 출연한 ‘아테나:전쟁의 여신’, 배우 김남주의 ‘역전의 여왕’이었지만, ‘드림하이’는 최고 시청률 17.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사진제공=카카오M
사진제공=카카오M

이 때까지 그 누구도 몰랐다. 수지의 전성시대가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을. 이듬해 수지는 이용주 감독의 영화 ‘건축학개론’에 출연했다. 그의 배역은 ‘어린 서연’. 주인공 서연의 아역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국민 첫사랑’으로 등극했다. 전국 관객은 411만 명을 모았지만, ‘건축학개론’을 통해 수지가 갖게 된 폭발력은 그 10배 이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영화를 통해 백상예술대상에서 신인상을 받으며 연기력을 인정받았고, 각종 CF를 꿰차며 ‘CF퀸’으로 도약했다. 이후에도 수지는 드라마 ‘빅’과 ‘구가의 서’ 등에 참여하고 간간이 미쓰에이 앨범도 발표하며 가수와 배우 활동을 이어갔다.

수지의 활동과 위상은 데뷔 5년차를 맞은 2015년을 기점으로 변화를 겪는다. 여전히 그는 CF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지도를 발휘하며 톱스타의 자리를 유지했다. 2010∼2015년 사이 수지를 넘는 활약을 보인 연예인은 찾아보기 어렵다.

2015년 수지가 미쓰에이로 발표한 마지막 앨범은 ‘다른 남자 말고 너’ 이후 걸그룹 멤버로서 그의 활동은 사실상 막을 내린다. 데뷔하는 그룹이 통상 표준계약서 상 최대 기간인 7년의 계약을 맺기 때문에 2017년 몇몇 멤버의 재계약이 불발되며 미쓰에이의 공식 해체가 선언됐지만 2015년 이후 미쓰에이는 동력을 잃은 셈이다.

이후 수지는 노래보다는 연기 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은 법. 이전까지 워낙 큰 사랑을 받으며 성공가도를 달려왔던 것에 비하면 2015년 이후 받아든 성적표는 아쉬웠다. ‘건축학개론’ 이후 3년 만에 도전한 첫 주연작 ‘도리화가’는 31만 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조선 최초의 여류 명창 진채선 역을 맡아 판소리 연기에 도전했지만 이 배역을 소화하기에는 아직 내공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수지의 스크린 필로그래피는 절친한 배우 김수현의 주연작인 ‘리얼’에 우정출연하고, 영화 ‘백두산’에서 작은 배역을 맡은 것이 전부다.

사진제공=넷플릭스
사진제공=넷플릭스

2015년 이후 수지는 한류 시장이 넓게 형성된 드라마에 보다 몰두했다. 김우빈과 함께 출연한 ‘함부로 애틋하게’를 비롯해 이종석과 호흡을 맞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이승기와 어깨를 나란히 한 ‘배가본드’ 등 차곡차곡 이력을 채워나갔다. 그리고 최근에는 남주혁과 함께 ‘스타트 업’을 마쳤다. 다시 한번 찬찬히 살펴보자. 김우빈, 이종석, 이승기, 남주혁. 당대를 대표하는 톱스타들에게만 수지의 옆자리가 허락된 셈이다.

수지는 연예계 입문을 꿈꾸던 자신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노래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2016년 엑소 멤버 백현과 입맞춘 듀엣곡 ‘드림’은 각종 음원차트 1위를 휩쓸었고, 유재하 30주기 프로젝트에 참여해 ‘사랑하기 때문에’를 불렀으며, 2018년에는 두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했다. 미쓰에이 해체 후 솔로 가수로서 그의 입지를 우려하던 시선을 불식하듯 수지는 부지런히 마이크를 잡았다.

수지는 10주년 팬콘서트에서도 매력적인 음색으로 노래를 부르며 2시간을 알차게 채웠다. 밴드 세션과 함께 미니 앨범 수록곡부터, 싱글, OST, miss A 스페셜 퍼포먼스 무대를 선보이고 자작곡 ‘oh, lover’, ‘같은 공간 다른 느낌’ 무대도 최초 공개했다. 이 팬콘서트는 카카오TV 국내 독점 실시간 라이브로 누적 약 100만 뷰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지의 힘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014년 방송된 KBS 2TV 예능 ‘나는 남자다’에 출연한 수지는 "‘국민 첫사랑’, ‘대세 수지’, ‘농약 같은 가시나’ 등 다양한 닉네임이 있는데 무슨 애칭이 가장 좋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수지는 ‘농약 같은 가시나’를 꼽았다. 이는 ‘드림하이’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던 주인공 삼동(김수현)이 혜미(수지)에게 던진 말이다. 농약처럼 치명적인 매력을 가졌다는 의미다.

10년차를 넘어 어느덧 ‘중견’이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은 수지는 올해도 바삐 달린다. 김태용 감독의 신작 ‘원더랜드’의 주인공을 맡아 스크린서 관객과 만난다. 배우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탕웨이 등이 참여하는 대작이다. ‘농약 같은 가시나’의 약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준호(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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