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도 가는데, 호캉스는 왜 안돼?"…설 연휴 호텔 벌써 '만실'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정부가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제한적으로 완화한 가운데 황금연휴를 하루 앞둔 29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 서 있는 돌하르방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마스크를 쓰고 있자 관광객이 신기한 듯 바라보고 있다. 제주도는 오는 30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 기간 동안 '코로나19' 주의 환기 차원에서 도내 관광지 40여기의 돌하르방에 마스크를 씌우기로 했다. 2020.04.29. [email protected]

설 연휴가 2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제주, 강원 등 주요 여행지 숙박시설이 동났다. 거리두기 피로감에 연휴를 기점으로 '보복 외출'이 확산할 조짐이다.


28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코로나19(COVID-19) 신규 일일 확진자수는 497명으로 최근 400~5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완만한 감소세지만 IM선교회 등 지역 집단감염 사례는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설 연휴 여행객들에겐 다른 나라 얘기다. 장기간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쌓인 피로감은 '보복 외출'의 기폭제가 됐다. '교회 예배도 강행하는 마당에 여행은 왜 못가나' 같은 반발심도 강했다.

서울 광진구에 사는 박모 씨(30)는 "호캉스 자체에 문제삼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며 "방역을 지키지 않아 집단감염 발생하는 교회 같은 데는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마스크 잘 끼고 다니는 호캉스족한테 뭐라고 할 건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기도 구리시에 거주하는 배모 씨(27)도 "이번 설에 따뜻한 제주도로 다녀올 예정"이라며 "여자친구와 둘이서만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할 거라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같은 행정명령도 위반이 아니니까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연휴 때마다 여행객 몰려드는 제주·강원, 벌써 '만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항공업계의 피해를 지원하고 소비 분위기 확산을 위해 정부가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을 1년간 허용하기로 했다. 무착륙 국제관광비행은 공항에서 입국 수속을 마치고 비행기를 타고 목적지 없이 상공을 돌고 돌아오는 비행 여행을 의미한다. 사진은 19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내선 청사 모습. 2020.11.19. [email protected]

제주, 강원 등 주요 여행지 호텔과 리조트는 현재 만실이다. 설 연휴 기간인 내달 11일부터 14일 제주에 있는 신라, 해비치 등 유명 브랜드 호텔은 이미 예약이 가득찼다. 게스트하우스 같은 소규모 숙박시설도 빠르게 예약이 차는 중이다.


다른 여행지도 마찬가지다. 전남 여수의 한 유명 리조트는 이미 이달 중순부터 연휴 기간 예약하는 이들에게 숙박료를 할인하고 조식을 제공하는 행사를 기획했는데, 예약률이 80% 이상이다. 강릉의 유명 5성급 호텔도 연휴 내내 만실이다.

제주, 강원 지역은 지난해 해외여행 대체지로 부상하면서 밀려든 여행객에 골머리를 앓았다. 무너진 지역경제를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됐지만 여행객발 코로나19 전파도 컸기 때문이다.

제주관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석가탄신일부터 어린이날까지 이어진 황금연휴때 제주도에 방문한 여행객은 약 18만명 수준이었다. 추석 연휴땐 20만명, 한글날엔 10만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강원도는 각종 연휴와 더불어 새해에는 올해 첫 일출을 보러온 여행객들과 씨름을 벌이기도 했다.

강원도 관계자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며 "연휴가 지역경제에는 도움이 되는데, 코로나19를 생각하면 또 방역에 어려운 점이 있는 것도 당연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제주 "여행 관련 종사자 전수 검사" 등 강력 대응…전문가 "지난해 교훈 잊지 말아야"

[제주=뉴시스]우장호 기자 = 제주공항 항공기 운항이 재개된 9일 제주국제공항 1층 도착장에 이용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2021.01.09. [email protected]

지자체들은 현재까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설 연휴 코로나19 대책을 마련 중이다.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가 오는 31일까지 예정돼 있어 그 이후 거리두기 단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번 주말에 정부는 거리두기 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태봉 제주코로나방역추진단장은 "고위험군 대상별로 전수검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관광객들을 주로 접촉하는 다중이용시설들과 주요 관광지, 전세버스 기사, 렌트카 업체, 대중교통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 연휴가 끝나는 즉시 전수검사를 시행 하겠다"고 강조했다.

강원도청 관계자도 "설에는 가족 단위로 이동하는 경우가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거리두기 조정방안이 나오는 대로 연휴 대이동을 겨냥한 특단의 방역 조치를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휴때마다 찾아온 코로나19 대유행의 경험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탁 순천향대 감염내과 교수는 "부득이한 경우에만 가족 단위의 소규모로 이동해야 한다"며 "연휴때마다 고비가 찾아왔는데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도 "연휴 이후에 2차, 3차 대유행이 온게 우연이 아니다"라며 "지난해도 괜찮았으니 올해도 멀쩡하겠지라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