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통제 가능한가' 헌법재판관들도 대립…일단 '합헌'

헌법재판소. /사지=뉴스1

고위공직자수사처(공수처) 설립의 근거가 된 공수처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합헌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공수처를 둘러싼 논란은 오히려 가열될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가 통제가능한 권력인지를 놓고 헌법재판관들 사이에서도 팽팽한 대립이 있었다.

'합헌' 다수의견 "공수처 통제 가능하다"헌재는 28일 공수처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합헌 5, 위헌 3, 각하 1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앞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의원들은 공수처법이 삼권분립을 침해하고 영장주의를 무너뜨린다며 공수처법 전체가 위헌임을 확인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기존 입법·행정·사법부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구에 유례없이 강력한 수사권을 부여해 권력분립·균형이 깨질 것이라는 취지였다.

헌재 다수의견은 공수처는 위헌이라는 야당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수의견은 "공수처의 직무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다"며 "공수처가 행정권을 행사한다는 이유로 기존 행정조직의 위계질서 하에 편입시킨다면 정치중립성과 직무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고 했다.

이어 "공수처의 권한 행사에 대해서는 여러 기관으로부터 통제가 이뤄질 수 있다"며 "공수처가 독립된 형태로 설치됐다는 이유만으로 권력분립 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입법부에서 공수처법 개정 등을 통해 공수처를 통제할 수 있고, 공수처 구성에 입법·행정·사법부가 고루 참여할 수 있는 길이 열려있으므로 올바른 견제와 균형이 여전히 가능하다는 취지다.


'위헌' 소수의견 "공수처, 다른 수사기관에 일방적 우위…권력견제 훼손"반면 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다수의견에 맞서 공수처법은 위헌이라는 의견을 개진했다. 세 재판관은 "고위공직자의 직무관련 범죄를 척결하고 국가의 투명성과 공직사회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고위공직자의 직무상 부패범죄에 대하여 공정한 수사권 및 공소권 행사가 필요하다는 점에 대하여는 이의가 없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공수처가 무소불위 권력이 될 수 있어 위헌 소지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판관들은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강제할 수 있게 한 공수처법 제24조를 언급하면서 "공수처는 사실상 고위공직자범죄등에 관한 수사권 행사에서 행정부 내의 다른 수사기관보다 일방적 우위를 차지하게 되어 다른 수사기관과의 상호 협력적 견제관계를 훼손하게 된다"며 "공수처가 헌법과 법률에 의한 검사보다 우위의 입장에서 검사의 수사권 및 공소권 행사에 관한 권한과 기능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했다.

소수의견 "공수처 통제방안 없다"또 재판관들은 공수처 수사 과정에서 수사대상자의 인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재판관들은 "사건이 공수처로 이첩되는 경우 피의자의 출석․방어권 행사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에도 공수처법은 피의자의 이익을 고려한 규정을 전혀 두고 있지 않다"며 "권력의 남용 방지를 위한 수사기관 사이의 견제와 균형의 원칙에 위반되고 경우에 따라서는 피의자의 신체의 자유 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뿐만 아니라 재판관들은 공수처가 정치세력에 의해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처장 후보 추천위원회 7명 중 4명은 국회 교섭단체 추천을 받은 인원으로 채워진다. 재판관들은 이 점을 지적하면서 "공수처장 및 공수처 검사의 임명 등에서 정치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공수처 검사 임기가 검사나 판사와 달리 지나치게 짧은 3년으로 규정돼 신분보장이 매우 취약하다"고도 설명했다.

공수처가 적절한 외부통제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세 재판관은 비관적으로 전망했다. 이들은 "공수처는 대통령, 법무장관 등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고 국회는 공수처장에 대한 해임건의를 할 수 없다"며 "고소․고발 사건에 대한 재정신청 외에는 공수처의 수사 등을 통제할 방안이 없는 등 그 권한에 상응하는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종석·이영진 재판관 "공수처 사건 맡은 판사 내사 위험…그 자체로 사법독립 훼손"추가로 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공수처가 사법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두 재판관은 "공수처가 공소권을 행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 중에는 법관의 재판업무 자체에 적용될 수 있는 범죄도 포함돼 있다"며 "공수처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법관의 재판 자체에 대하여 내사를 포함한 수사 등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판사 등에 대한 고소․고발이 많은 우리나라의 현실 등을 모두 고려하면 법관이 부당한 내사의 대상이 될 우려는 상당한 근거가 있는 것"이라며 "그런 이유로 공수처가 직접 공소제기 및 유지까지 하는 사건을 담당하는 법관은 일반 사건과 달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신과 가족이 내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법관이 심리적 위축으로 인하여 당해 재판을 독립적이고 공정하게 수행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외관이 형성될 수 있다"며 "법관의 독립에 대하여 피고인이 갖는 신뢰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해당 재판의 독립 및 공정성은 훼손된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