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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400년 전 허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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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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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08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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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명의(名醫)로 허준(1539~1615)을 꼽는 사람이 많다. 코로나19(COVID-19)와의 전쟁이 전세계적으로 진행되면서 허준이 쓴 전염병 관련 의서 '신찬벽온방'(1613)도 회자되고 있다. 광해군의 명에 따라 편찬한 것인데 전염병 원인으로 '운기의 뒤바뀜'를 꼽은 점은 너무나 선구적이다. 봄은 따뜻하고 여름은 덥고 가을은 서늘하고 겨울은 추워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 전염병이 온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수공통감염병 발생 가능성이 높다는 오늘날의 경고와 다를 바 없지 않은가. 400년 전 허준의 지적을 깊이 새겨야 할 터다.

조선시대 백성들을 위한 의료기관은 무엇이 있을까? 혜민서(惠民署)와 활인서(活人署)란 곳이 있단다. 문제는 이런 의료 기관은 서울에 집중돼 있었고, 지방에는 공식 의료기관이 없었다는 것이다. 의학서적이 한문으로 쓰여 있어 이해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았단다.

조선시대 이야기를 꺼내든 것은 지방의료체계 부재의 역사가 생각보다 길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다. 내가 살고 있는 인천은 인구 300만명에 달하고 GRDP(지역총생산)는 2대 도시 부산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런데 인천의 인구 1000명 당 의사 수는 전국 평균(2명)에 못 미치는 1.7명으로 1.8명인 강원과 제주보다 적다. 국립대병원도 없다.

의원실이 인천 강화와 옹진군 주민들의 원정진료 실태를 조사한 결과, 군내 1차 의료기관 이용률이 각각 37.2%와 21.9%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증 질환에도 주민 10명 중 6~8명이 인천과 서울·경기 의료기관을 찾고 있다는 얘기다. 주민들의 교통비 등 경제적 부담과 시간 낭비를 감안하면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추산된다.

상황이 이런 데도 의료체계가 취약한 지방에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는 일은 경제 논리 앞에서 철딱서니 없는 주장이 돼 버린다. 2015년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신종 감염병이 다시 유입될 경우를 대비해 어떤 규모의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한지 연구용역을 진행했다. 결론은 중앙 및 중부, 영남·호남·인천·제주 등 5개 권역에 200병실, 400병상 규모 감염병 전문병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인천과 제주는 외국인이 많이 출입하고, 공중보건위기 시 해외 동포의 대규모 입국에 대비하기 위해 전문병원이 필요하다고 강조된 곳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은 '먼나라 이야기' 같다. 2017년 호남권역 조선대병원을 지정한 뒤 지난해 7월 부랴부랴 중부권역 순천향대부속천안병원, 영남권역 양산부산대병원을 지정한 이후 제자리걸음이다. 더욱이 예산 당국은 추가 설립에 미온적이었다. 올해 정부 예산에 158억원의 예산이 잡혔는데, 예산안을 논의할 당시 기획재정부의 의지가 없었던 사안이라 예산 소위를 했던 필자나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등이 모두 깜짝 놀라기도 했다. 예산 158억원은 앞서 지정된 호남권, 중부권, 영남권 병원 세 곳에 대한 추가 공사비 45억원과 신규로 한 곳을 건립하기 위한 설계비 23억원으로 구성됐다.

살림 걱정하다 더 큰 손실을 봐서는 안 된다. 감염병은 국민 건강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활동을 제한해 사회경제적으로 막대한 피해를 초래하는 만큼 국가 차원의 사회 문제다. 세계은행 추산에 따르면 최근 15년간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지카 바이러스와 조류 인플루엔자 등 신종 전염병으로 인한 전세계 사회·경제적 손실액은 8000억달러(약 916조원)에 달했고, 2015년 메르스로 국내에 발생한 사회적 비용은 1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감염병이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선제적이고 적극적인 예산 투입이 국민을 지켜주는 지름길이라고 말하면 비약일까? 예산 당국에 묻고 싶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제공=허종식 의원실
허종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 사진제공=허종식 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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