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1조원이면 코스피 상장…"한국판 테슬라 키운다"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첫 종가 3000선을 돌파한 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로비에 설치된 전광판에 축하 메시지가 표시돼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7. [email protected]

오는 3월부터 시가총액 1조원이면 적자 기업도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수 있게 된다. 바이오, 자율주행, 2차전지 등 미래 성장이 기대되는 혁신 기업의 상장 문턱을 낮춰 '한국판 테슬라'를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2003년 설립된 미국의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창업 후 적자였지만 성장 잠재력을 인정받아 2010년 나스닥에 상장됐다. 이후 전세계 투자자들의 투자를 받아 기술개발에 나섰고 테슬라의 현재 시가총액은 8184억3600만달러에 달한다.


코스피, 시가총액 단독 상장요건 신설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미래 성장형 기업의 상장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코스피 상장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다. 시행일은 다음달 2일로 예고됐다.

개정안에 따르면 시가총액 1조원 이상 요건만 충족하면 코스피 상장이 가능하다. 코스피에 신규 상장하려면 시총 외 다른 재무 요건이 필요한 데 앞으로는 시총 단독요건으로 코스피에 상장할 수 있다.

또 시총 6000억원·자기자본 2000억원 요건도 각각 5000억원, 1500억원으로 낮아진다.


관리종목 및 상장폐지 요건도 일부 완화된다. 코스피 기업은 최근 사업연도 매출액이 5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이고 2년 연속이면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하지만 미래 성장형 기업은 매출액 미달로 인한 관리종목 지정을 5년간 면제받을 수 있다.

'한국형 테슬라' 나올까…우려 목소리도

한국거래소 CI / 사진제공=한국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안이 시행되면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의 코스피시장 진출이 쉬워진다. 증권시장에 상장되면 안정적 자금조달이 가능해져 기업 성장이 빨라진다. 이에 '한국판 테슬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가령 장외주식시장(K-OTC)에 등록된 바이오 기업 비보존의 경우 시총 단독요건을 통해 코스피에 진입할 수 있다. 수년째 적자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성장 가능성으로 그간 장외시장 '대어'로 평가됐다. 지난해에는 한때 시총 2조원대에 육박하기도 했다.

여가 플랫폼 기업 야놀자의 코스피 상장 추진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해 11월 IPO(기업공개)를 추진한다고 밝힌 야놀자는 당초 코스닥 시장으로의 진입이 높게 점쳐졌다. 3000억원대 연매출 규모와 성장세로 볼 때 코스닥의 테슬라 요건 제도(이익미실현기업 특례 상장)가 적합하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야놀자는 코스피 시장 진출도 고려할 수 있게 됐다. 2019년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야놀자의 자기자본은 약 1738억원으로 2000억원에서 1500억원으로 완화된 자기자본 요건을 충족한다. 야놀자의 시가총액은 시장에서 5조원 안팎까지 거론된다.

최철호 한국거래소 상장제도팀장은 "기업이 상장요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구조를 넓혀준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익이 안 나오는데 시장 평가가 높은 기업을 상장해 자금조달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경 흥국투자증권 연구원도 "당장 수익을 내진 못하지만 시가총액 사이즈가 되는 건 시장에서 인정 받는다는 의미"라며 "우량기업들이 증권시장에 먼저 상장해 자본을 조달하고 빨리 성장할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코스피 상장 문턱이 낮아지면서 시장에 부실한 기업이 들어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이에 거래소와 기업공개(IPO) 주관사의 스크리닝 기능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거래소가 문턱을 낮추는 것은 글로벌 증시 거래소의 트렌드"라면서도 "문턱을 낮춘 만큼 '빛 좋은 개살구' 같은 기업들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증권사를 중심으로 스크리닝 기능이 충분히 작동해야 작지만 괜찮은 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긍정적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