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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면칼럼]관치보다 나쁜 '금융포퓰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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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5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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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하에 도(道)가 있으면 달리는 말을 분토처럼 여기지만 천하에 도가 사라지면 군마가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고 했습니다. 전쟁이 끝없이 이어지면 당연히 하늘의 도는 땅에 떨어지고 말들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을 수밖에 없는 암울한 상황이 됩니다.

금융산업을 끌어가고 대표하는 금융사 CEO들이 몇 년째 ‘소송·재판 전쟁’과 징계·문책 전쟁’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일부 금융그룹은 지주사 회장부터 부회장 은행장에 이르기까지 줄줄이 재판을 받거나 징계를 받아 그룹을 끌어갈 후임자를 찾기조차 어려울 지경입니다.

역사와 시대를 만드는 것은 사람입니다. 기업은 두말할 것도 없이 인재가 처음이자 마지막입니다. 어느 시대든 어느 기업이든 인재가 있으면 흥하고 인재가 없으면 쇠퇴합니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도 지금처럼 금융권 CEO들을 핍박하지는 않았습니다.

금융감독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금융권 적폐를 뿌리 뽑겠다며 채용 비리 전쟁을 벌였습니다. 이 전쟁에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등 많은 사람들이 떠났고 지금도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 등은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윤종규 KB금융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불기소 처분으로 간신히 살아남았습니다. 인사청탁을 했던 권력기관 사람들은 누구 하나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채용 비리 전쟁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에는 파생결합펀드(DLF) 라임 옵티머스 등 ‘펀드사태’에 따른 징계와 문책, 소송과 재판이 금융권을 덮쳤습니다.

가장 먼저 DLF 사태에 휘말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 부회장이 문책경고를 받았습니다. 라임펀드와 관련해서는 손태승 회장이 직무정지를, 진옥동 신한은행장은 문책경고를, 조용병 회장은 주의적경고를 통고받아 금융위 제재심의위를 앞두고 있습니다. 박정림 KB증권 사장은 문책경고로 최종 확정됐습니다. 옵티머스 펀드와 관련해서는 정영채 NH투자증권 사장이 직무정지 통고를 받았습니다. 정영채 사장은 국내 IB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는 데 기여한 업계를 대표하는 인물입니다. 펀드 사태와 관련한 금감원의 문책과 징계는 시작단계여서 앞으로 그 불똥이 어디로 누구까지 튈지 예측하기 어렵습니다.

개별 은행이나 증권사에서 판매하는 펀드상품은 수백 가지에 이릅니다. CEO가 개별 펀드상품 판매에 개입하는 것은 불가능할뿐더러 그럴 겨를도 없습니다. 그런데도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에는 없는 ‘내부통제 미비’라는,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련 법률상의 대단히 모호한 규정을 들고나와 징계를 때립니다. 그 엄청난 폐해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보호’를 외칠수록 더 많은 지지와 표를 얻기 때문입니다. ‘금융 포퓰리즘’의 전형입니다.

5월이면 임기가 끝나는 윤석헌 금감원장은 취임 초부터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포퓰리즘 성향의 무리한 정책을 펼쳤습니다. 대표 사례가 대법원 판결까지 나오고 배상 시효까지 끝난 외환파생상품 키코(KIKO) 관련 기업 손실을 배상하도록 은행들을 압박한 것입니다.

참여연대도 밝혔듯이 펀드 부실사태의 근원은 2015년의 자본시장법 개정 등 규제완화 조치입니다. 규제가 완화되면 감독은 강화돼야 하는 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감독당국엔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 없습니다. 이제 금융권이 할 수 있는 일은 손태승 회장이나 함영주 부회장처럼 징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하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당국의 징계에 불복한 법적 대응이 잇따를 것입니다.

치인사천 막약색(治人事天 莫若嗇), 사람을 다스리고 하늘을 섬기는데 아끼는 것보다 더 좋은 것은 없다고 했습니다. 모든 정책은 절제하고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합니다. 위무위 사무사(爲無爲 事無事), 행함이 없음을 행하고 일하지 않음을 일하는 것입니다. 겉으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 같지만 보이지 않는 가운데 모든 일을 해냅니다. 이게 진정한 리더십이고 영도철학입니다.

채용비리 사태와 펀드사태, 초법적인 키코 손실 보상요구 등을 보면 과거의 관치금융보다 지금의 금융 포퓰리즘으로 인한 폐해가 더 심하고 더 크다는 판단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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