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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을 외치는 SK하이닉시언들에게[오동희의 思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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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1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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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경기도 이천 M14 공장 전경/사진=SK하이닉스
최근 연봉의 2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이 적다며 더 많은 성과급을 요구해 논란의 시발점이 된 SK하이닉스 사람(SK Hynix+ian)들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성과급 지급의 투명성을 강조하는 MZ세대(1980~2000년대생)의 목소리에 회사 측이 기본급의 200%를 자사주로 추가 지급하고, 향후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일단락됐지만 뒷맛은 씁쓸하다.

오랫동안 SK하이닉스를 지켜봐 온 입장에서 얼추 20년 전인 2004년 돈이 없어 미국 마이크론에 팔려가야 하는 그 상황과 비교해보면 지금의 SK하이닉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남의 집 성과급 잔치에 웬 오지랖이냐'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겠지만 한마디 거들지 않을 수 없다. SK하이닉스의 미래를 위해 지금의 주장들과 그 과정이 적절한지 SK하이닉시언들이 고민해보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지난해 5조원대 SK하이닉스 이익이 오롯이 현재 SK하이닉시언들의 성과라는 착각은 위험하다. SK하이닉스의 현재의 모습에는 과거 선배들의 아픔과 고통의 대가가 들어 있고, 미래 후배들의 먹거리를 앞당겨 놓은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

또 회사의 이익이 누구를 위해 쓰여야 하는지도 곰곰이 생각해볼 일이다. 회사의 이해당사자에는 종업원뿐만 아니라, 주주와 고객들도 있다. 그 이익이 주주에게 가야 할 것인지, 고객에게 돌려야 할 것인지도 따져봐야 한다. 물론 미래 투자의 재원으로 사용돼야 하는 것은 두말한 나위도 없다.

종업원들의 근로에 대한 대가는 임금 계약에 의해 정해져 있다. 초과이익이 생산성 향상에서 얻어진 것일 수도 있지만, 주주에게 나눠줘야 할 것을 덜 나눠줬거나, 고객들에게 싼 가격에 공급해야 할 것을 그렇게 하지 않아 얻은 것일 수도 있다.

장치산업인 반도체 사업의 특성상 투자의 규모가 큰 점을 감안해 "내 몫을 더 달라"고 소리 높이기 전에 한번 더 살펴보라는 얘기다.

300mm 웨이퍼 15만장 기준 첨단(5~7나노) 라인 하나를 짓는데 약 30조원이 든다. 겨우(?) 5조원 벌었다고 성과급을 더 내놓으라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과거 힘든 고통을 참으며 오늘의 하이닉스를 만든 선배들에 대한 결례다.

평생직장이 아니니 당장 손에 쥐는 성과급이 중요하다는 말은 아침에 SK하이닉스 주식을 사서 점심 전에 파는 '단타 주주'와 마찬가지라는 소리다. 단타 주주들은 회사의 발전을 위해 투자하는 주주가 아니라, 단기 시세차익을 얻으려는 투기꾼에 불과하다.

기자가 기억하는 하이닉시언은 1999년과 2001년 회사를 살려보겠다고 퇴직금 중간정산을 통해 우리 사주를 사들였다가 2003년 21대 1로 감자를 당하는 아픔을 겪었던 사람들이다. 2100만원어치를 매입한 자사주는 100만원이 되는 그 시기 하이닉스를 지킨 사람들의 피와 땀이 맺힌 것이 오늘 SK하이닉스의 실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돈은 없어도 열정은 있었던 하이닉시언들도 많았다. 90나노에서 80나노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돈 많은 삼성전자와 달리 새 장비를 살 돈이 없었던 하이닉시언들은 생산라인 옆에 파티션을 치고,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고 쪽잠을 자면서 장비를 고쳐 쓰면서 삼성전자보다 80나노 개발에 앞섰던 사람들이다.

2007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원에서 열린 선진제품 비교전시 행사장에서 삼성반도체의 기술력이 채권단 관리체제에 있는 하이닉스에 뒤진 것을 두고 "말이 되느냐"며 삼성전자 임원들을 호되게 질책했던 일화는 유명하다.

또 다른 하이닉시언 중에는 힘없는 나라의 기업인으로서의 설움을 견뎌내며 D램을 팔러 다니다가 미국 교도소에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도 있다. 겉으로는 미국 PC 업체들의 고발에서 시작됐다고 했지만 실상은 미국 D램 업체인 마이크론을 살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D램 마케팅 임원들에게 담합 혐의를 씌워 미국 교도소에 1년 이상 수감한 엄혹한 시절이 있었다.

채권단 관리 아래 있던 회사를 SK가 인수하도록 한 후 정작 자신은 회사를 떠나 마을버스 운전을 하다가 안타깝게도 유명을 달리한 하이닉시언도 있다. 이제 갓 입사해 모든 성과가 자신에게 비롯됐다고 착각하는 이들은 알 수 없는 이런 여러 선배 하이닉시언의 노력의 결과가 오늘의 SK하이닉스를 만들어낸 밑거름이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이유가 '공정'을 핵심가치로 둔 MZ세대의 특성 때문이라고들 한다. 진정한 공정성이 무엇인지를 안다면, 과거의 하이닉시언들에게 성과를 먼저 분배한 후 자신들의 몫을 챙겨달라고 얘기하는 게 공정한 MZ세대가 아닐까.

현재의 SK하이닉시언들은 앞으로 다가올 더 큰 미래를 만들어갈 사람들이다. 그 때는 오늘의 이 작은 소동이 가십거리가 될 정도로 크게 성장해 있기를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눈앞의 작은 이익을 좇아 흔들리지 말고 더 큰 미래를 품어야 한다.

MZ 세대들이 태어난 1990년대 말과 2000년대초 하이닉스를 지켰던 선배 하이닉시언들이 당시에 스스로를 희생해가며 미래를 설계하지 않고 포기했더라면 오늘의 SK하이닉시언들도 없었다. 생활인으로서 자기 이익을 위한 주장을 펼칠 수 있다. 다만 코로나 19시대에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과거의 선배와 미래의 후배들을 조금이라도 생각하고 자기주장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PS. 과거 하이닉스 사람들을 내부에선 하이닉시언이라고 불렀다가, 최근에는 SK하이지니어(Hynix+Enginee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기자가 기억하는 과거 표기를 그대로 썼음을 밝혀 둡니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



  • 오동희
    오동희 hunter@mt.co.kr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부국장)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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