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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대신 '후임' 잡은 해병…집단 성추행·괴롭힘 인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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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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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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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병XX가 아프냐. 너는 해병대 일병이다. 참아라."

해병대 일병 A씨에게 군생활은 악몽이었다. 폭행은 물론 성적 괴롭힘까지 당했고, 아파하면 욕설과 함께 ”참으라“는 말을 들었다. 시작은 A씨는 2019년 12월 해병대 1사단에 자대배치를 받으면서부터였다.


버스 창문 열었다가 시작된 괴롭힘...선임이 성기 얼굴에 들이대기도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임종철 디자이너 /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진해에서 본대인 포항으로 복귀하는 버스에서 A씨가 창문을 닫자 소대 최선임인 B씨가 자신의 허락 없이 닫았다며 뒤통수를 때렸다. 폭행은 30여분간 계속됐고, B병장은 "포항 복귀하면 두고 보자"고 윽박질렀다.

2020년 1월 초부터 B병장은 A씨를 찾아가 바지와 속옷을 벗고 성기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노출은 시도 때도 없었다. 동료 병사들이 제지해도 B병장은 멈추지 않았다. 2월부터는 더 심해졌는데 성기를 A씨의 얼굴에 들이대고, 자신의 생활반으로 호출해 또 노출했다.

동료 병사들이 말려도 소용없었다. 노출을 통한 성적 괴롭힘은 생활반뿐만 아니라 건물 복도 등 공개된 장소에서도 했다. B병장은 자신의 전역이 가까워지자 친한 후임인 C상병에게 괴롭힘을 '인계'했다. A씨는 장난감처럼 소모됐다.

3월부턴 B병장, C상병이 함께 괴롭혔다. B병장이 A씨에게 C상병을 욕하게 하고, 이를 들은 C상병이 A씨를 때렸다. 전형적인 군대 내 괴롭힘 방식이다. A씨는 C상병에게 맞을 때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해야 했다.


B병장 제대하며 괴롭힘 인계...침대에 묶여 성추행까지 당해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해병대 장병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기사 내용과는 관계 없음 /사진=뉴시스
B병장의 제대 날이 찾아왔지만 괴롭힘은 끝나지 않았다. C상병은 매일 아침 점호, 식사, 세면, 과업, 일과, 개인정비 시간을 막론하고 A씨에게 "담배 피우러 가자"고 강요했다. 흡연 장소에선 폭행이 이어졌다. C상병은 A씨의 신체 부위를 만지고, 꼬집는 등 추행했다. A씨가 아파하면 "너는 해병대 일병이니까 참아라"고 협박했다.

C상병은 세면장에서 A씨에게 소변을 누며 괴롭혔고 소등 후 취침시간엔 A씨 생활반으로 찾아가 매일 밤 30~40분동안 신체를 만지며 추행했다. 이 과정엔 A씨의 생활반장인 D병장, 그리고 E병장이 가담했다.

D, E병장은 A씨와 같은 생활반을 쓰면서 C상병이 없을 때 대신 추행을 이어갔다. 공공연하게 성적 수치심을 주는 가해 행위도 일삼았다. 이들은 A씨를 침대에 묶고 집단으로 성추행하는 일까지 저질렀다.

이같은 가혹행위가 이어지는 동안 누구도 신고하지 않았다. D병장이 소속부대 최선임 기수였기 때문이다. 선임을 신고하는 병사는 '해병의 적'이란 공고한 인식 아래 A씨는 어떤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반년간 끔찍한 괴롭힘을 당했다.


군사법원, 해병 3명에게 징역형 선고...만기 전역자는 수사 중


A씨는 지난해 7월 피해 사실을 신고했다. 군인권센터는 같은 달 가해자 4명을 군형법상 강제추행, 특수강제추행 및 상습폭행 혐의로 군 검찰에 고소했다. 해병대 사령부는 지난해 8월 가해자 중 현역 3명(병장 2명·상병 1명)을 강제추행 및 폭행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

이어 지난 18일 해병대 제1사단 보통군사법원은 3명에게 징역형을 선고했다. C상병은 징역 3년, D병장과 E병장은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았다. 선고 전 열린 징계위원회에선 이들 계급을 병장에서 상병으로 강등했다. 만기 전역한 최초 가해자 B씨(당시 병장)는 청주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재판부는 "증인들의 진술 등에 비춰보면 피해자의 주장은 신빙성이 있으나, 피고인들은 진술이 계속 변경되거나 서로 다른 진술을 하는 등 신빙성이 없다"며 "피고인들이 범죄를 뉘우치지 않고 있고 범행이 지속적이고 반복적이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군인권센터 관계자는 "범행 정도가 심각해 피해자의 회복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군사법원의 낮은 형량에 우려를 표하며 항소심이 진행돼야 한다"며 "검찰은 최초 가해자를 조속히 기소해 피해자가 억울함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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