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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확정된 '비종교적 신념' 병역거부자 "거부 선언 주저 말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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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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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 뿌리 깊게 박힌 군사주의 문턱 넘기 힘들어"
"과거 회귀 판결…한국 사회 한 걸음 나아갈 기회 놓쳐"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대법원 모습. 2020.12.7/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류석우 기자 =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대법원에서 최종 유죄 판결이 확정된 병역거부자가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것에 대해 마다하거나 주저하지 않고 용기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대법원1·3부(주심 박정화·민유숙 대법관)는 25일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해 병역법위반죄로 기소된 A씨와 B씨에 대해 "진정한 양심이라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유죄 판결을 받은 원심을 확정했다.

이들이 병역거부의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양심은 양심적 병역거부에서 말하는 진정한 양심, 즉 '그 신념이 깊고, 확고하며, 진실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인정한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이다.

앞서 A씨는 "전쟁을 위해서 총을 들 수 없다"는 비폭력·평화주의 양심에 따라 입영을 거부했고, B씨는 "평화의 확산을 위해 폭력을 확대·재생산하는 군대라는 조직에 입영할 수 없다"는 개인적·정치적 양심에 따라 현역병 입영을 거부했다.

대법원은 A씨의 병역 거부가 '권위주의적 군대 문화'에 기초하고 있어 집총 등 군사훈련과 본질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할 수 있다고 했다.

B씨의 경우도 "모든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고 목적, 동기, 상황에 따라 전쟁이나 물리력 행사에 가담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한 원심을 받아들였다.

A씨는 이날 대법원 선고 이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한국 사회에 뿌리깊게 박힌 군사주의와 권위주의, 선별주의 등의 문턱을 넘기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오늘 판결 이후에는 다시는 저와 같은 병역거부자들이 감옥에 가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은 저에게만 해당되는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제가 최종적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고 해서 다른 병역거부자에게도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저와 같은 생각을 가진 분들이 병역거부를 선언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B씨도 "신념의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 대체복무제도가 만들어진 이 시점에 법원은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판결을 내린 것"이라며 "대법원은 한국사회가 한 걸음 나아갈 기회를 놓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판결을 통해 국가가 끊임없이 신념의 자유를 심사하려 들고 선별하려는 것이 드러났다고 생각한다"며 "다른 병역거부자들은 감옥에 가지 않고 자신이 살고자 하는 삶의 방식대로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이들을 변호한 임재성 법무법인 해마루 변호사는 "그동안 종교적 신념에 따른 병역거부자 위주의 판단이 있어서 비종교적 신념에 대한 (긍정적인) 판단도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좁은 문을 닫아버리는 판결이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비종교적인 신념에 대한 하급심 판단은 갈리고 있다"며 "대법원에서 부정적인 판단이 이뤄졌지만 오래 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대법원의 판단이 달라지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A씨와 B씨는 유죄가 확정됐지만, '비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예비군훈련과 병역동원소집에 불참한 C씨는 이날 무죄가 확정됐다. 여호와의증인 등 종교적 신념이 아닌 비종교적 신념도 '양심적 병역거부'로서 허용된다고 본 대법원 첫 판단이다.

C씨는 2016년 3월14일부터 2018년 4월16일까지 16차례 예비군훈련소집 통지서를 전달받고도 훈련에 불참하고, 병력동원 훈련을 받으라는 통지서를 받고 훈련에 불참했다가 예비군법 및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C씨는 해당 혐의로 수차례 조사를 받고 고발로 인해 재판을 받아 안정된 직장을 구할 수 없었다.

C씨는 재판에서 어머니와 친지의 간곡한 설득에 따라 입대하긴 했으나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가정환경과 미군의 민간인 학살 동영상 등을 보고 살인 거부하는 신념을 갖게 됐다며 예비군 훈련 및 병역동원소집에 불참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종교적·윤리적·도덕적·철학적 또는 이와 유사한 동기에서 형성된 양심상 결정을 이유로 집총이나 군사훈련을 수반하는 병역의무의 이행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며 "진정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의 경우 '정당한 사유'에 해당한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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