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온 수장 교체' 롯데, 온라인 사업 재정비 한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 대표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ON)' 사업을 총괄해온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사업부장이 물러난다. 2년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야심차게 출범한 롯데온 사업부진의 책임을 지고서다. 오프라인 유통업 중심의 경직된 조직문화와 의사결정 구조 등이 근본적인 한계로 지적되는 가운데 수장 교체로 새 도약을 위한 쇄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5일 롯데쇼핑에 따르면 조 사업부장은 건강 악화 등 일신상의 이유와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이달 말 사임할 예정이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온이 소비자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 등 사업 부진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많았다"며 "건강 악화 문제도 이와 무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면에는 롯데온 출범 이후 1년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기대치에 턱없이 부족한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대한 최고위층의 판단이 반영된 결정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 온라인 유통시장이 코로나19로 급성장세를 보인 가은데 롯데온은 존재감을 전혀 보이지 못하면서 내부의 위기감이 커졌다.

롯데온은 출시 당시부터 안정적인 서비스 제공에 차질을 빚으며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롯데ON 애플리케이션 월 사용자 수는 112만명으로 1위인 쿠팡(2141만명)의 5.2% 수준에 불과했다.

실적 역시 실망스러웠다. 지난해 롯데온 거래액은 7조 6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 늘었다. 전체 온라인 쇼핑시장이 19% 증가한데 비해 부진한 편이다. 경쟁사인 신세계의 SSG닷컴 거래액이 37% 성장한 것과 비교해서도 체면을 구긴 셈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달 VCM(옛 사장단 회의)에서 "업계에서 가장 먼저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것은 롯데온의 부진을 염두에 둔 질책성 발언이었단 분석이다.

롯데온 / 사진제공=롯데온

이에 따라 롯데쇼핑은 수장 교체를 계기로 온라인 사업 재정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우선 외부 영입을 통한 인적 쇄신을 꾀할 방침이다. 조 사업부장은 롯데백화점, 롯데지주를 거쳐 롯데쇼핑 온라인 사업을 총괄해 온 '30년 롯데맨'이었다.

그동안 롯데온은 그룹 안팎에서 경직된 조직문화와 혁신을 꾀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 부진의 근본 원인 중 하나로 꼽혀왔다. 오프라인 유통 중심의 조직 체계에서 온라인에 맞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롯데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사임이어서 후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외부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으로 방향성은 정해졌다"며 "온-오프라인 시너지를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있는 만큼 이에 적합한 외부 인사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