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결원, '빅브라더' 우려 일축 "본연 기능 넘어설 일 없을 것"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왼쪽)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공청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 교수,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 류영준 핀테크산업협회장. 2021.2.25/뉴스1

'전자금융거래법'(이하 전금법) 개정안 논란의 중심에 있는 금융결제원이 한국은행이 제기하는 '빅브라더' 우려를 일축했다.

류재수 금융결제원 상무이사는 25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전금법 개정안 관련 공청회에서 "향후 빅테크 거래를 추가적으로 수행한다고 해서 금결원 본연의 기능을 넘어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결원은 100년 이상 어음교환 등 지급결제와 청산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현재 연간 150억건, 4경이 넘는 자금이체 업무량에 대한 청산과 한국은행을 통한 최종결제까지 안정적으로 완료하고 있지만 이러한 기능에 대해 국민분들께 걱정하셨던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금결원의 금융거래 중계정보 범위는 참가 은행과 충분한 협의를 통해 자금이체를 위해 꼭 필요한 정보만을 대상으로 한정하고, 상거래정보나 이체사유 등은 포함하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도 금결원은 최고의 기술과 시스템, 그리고 정보보호 역량을 기반으로 지급결제업무를 수행하면서 국민들께 쌓아온 신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은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업체를 통한 거래를 금융위가 금결원을 통해 관리·수집하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금융위는 소비자보호를 위해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한은은 금융위가 지급결제 업무 관련 한은의 관리감독권을 침범하고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한은은 빅테크의 내부 거래가 금결원과 같은 외부기관을 통해야 한다는 전금법 개정안의 '외부청산 의무화' 조항을 두고 '빅브라더법'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전금법 개정안은 빅테크 업체의 거래정보를 한 곳에다 모아놓는다는 점에서 빅브라더 논쟁을 피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금융위는 빅테크의 금융서비스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이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이 기존 금융회사에 못 미쳐 향후 금융사고에 따른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해 전금법 개정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 지난해 6월 독일의 대표적인 핀테크 기업 '와이어카드'는 회계부정으로 이용자의 예탁금을 포함한 총 19억 유로(2조6000억원 규모)가 증발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와 관련,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제가 만약 친구들에게 축의금을 보내면 은행을 통해 사실상 금결원으로 가는 것인데, 그 정보가 금결원에 축적되지만 하루에 수억건이 넘는 걸 감시할 수는 없다"며 "금융사고가 났을 때 돈이 누가 주인인지 알아야 돌려줄 수 있기 때문에 기록을 전산망에 남기자는 취지"라고 법안 개정 필요성을 설명했다.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각각 금융위와 한은의 입장을 대리하듯 엇갈린 입장을 내놓았다.

정순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금융소비자 보호 관점에서 다양한 비현금 지급 수단 발전에 따른 금융 소외에 대응하는 새로운 법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금법 개정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양기진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정안의 큰 문제는 자기 정보 결정권 없이 법으로 무조건 (금결원으로 정보를) 모으는 것은 반(反)헌법적인 부분으로, 위헌 이슈와 맞닿아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와 한은이 '장외전'을 벌일 것이 아니라 서로 만나 해법을 찾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 교수는 "한은 총재와 금융위원장이 실무진을 데리고 끝장토론을 하든 해서 (문제를) 해결할 것이지, 왜 언론을 통해 문제를 삼는지 이해가 안간다"고 꼬집었다.

전금법을 대표발의한 윤관석 정무위원장 역시 빅브라더론을 처음으로 제기한 한은을 향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 윤 위원장은 "공적국가기관인 한국은행의 장이 공식적인 법안 심의 과정을 통한 의견 개진이 아니라 '빅브라더'란 용어까지 써가며 발언하는 등 여론작업을 하는 것으로 오해될 수 있는 행태를 보이는 데 대해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