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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일문일답] 스티븐 연·한예리·윤여정이 직접 밝힌 '미나리' 비하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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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2.27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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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 "전세계 26관왕? 상패는 1개 받아 실감 못해"
스티븐연 "이민 1세대인 아버지 이해하는 계기돼"

선댄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뉴스1
선댄스 영화제 공식 홈페이지 © 뉴스1
(서울=뉴스1) 정유진 기자 = 지난해 영화 '기생충'에 이어 '미나리'(감독 정이삭)의 아카데미상 수상 여부가 한국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한국 영화도 아닌 미국의 독립 영화에 왜 이처럼 많은 관심이 쏠리는 걸까. 그것은 '미나리'가 한국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 이민을 간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에는 스티븐 연 같은 한국계 미국 배우 뿐 아니라 윤여정과 한예리 등 우리나라 배우들이 출연한다. 연출자인 정이삭 감독 역시 한국계 미국인으로 자신의 유년 시절의 기억을 스크린에 옮겨 담아 미국 관객들에게 "보편적인 이야기"라며 큰 공감을 끌어냈다.

지난 26일 화상으로 영화 '미나리'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화상 간담회에는 미국에 있는 정이삭 감독(미국명 리 아이작 정)과 스티븐 연, 그리고 캐나다 밴쿠버에서 애플TV플러스 드라마 '파칭코'를 촬영 중인 윤여정, 한국에 있는 한예리가 참여했으며 윤성은 평론가가 진행을 맡았다.

이날 간담회에서 배우들은 오클라호마 털사에서 '미나리'를 찍을 당시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겼다. 극 중 순자 역의 윤여정은 전세계 시상식 26관왕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실감하지 못 한다"고 특유의 솔직한 화법으로 이야기를 이어갔으며, 제이콥 역의 스티븐 연은 털사에서 촬영 당시 모니카 역의 한예리와 윤여정의 숙소에서 밥을 얻어먹는 재미를 느꼈던 경험, 한예리는 먼 곳에 있는 모두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이야기하며 가족 같은 끈끈함을 보여줬다. 여러 인터뷰에서 윤여정이 "좋은 사람"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정이삭 감독은 이번 간담회 자리에서 자신의 할머니를 언급해 역시나 따뜻하고 진솔한 면모를 드러냈다. 기자 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이야기들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미나리'는 오는 3월3일 국내 개봉한다.

팀 '미나리'/판씨네마 제공 © 뉴스1
팀 '미나리'/판씨네마 제공 © 뉴스1

-각자 인사 부탁드린다.

▶(정이삭 감독) 캘리포니아에서 인사드린다. 개인적인 영화인데 한국 관객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여러분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기쁘다.

▶(윤여정) 밴쿠버 캐나다에서 촬영 중이다. 나도 아이작과 똑같다.한국 관객들이 어떻게 우리 영화를 보실지 궁금하다. 우리는 그냥 식구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적은 돈으로. 이런 관심은 생각도 안 하고 기대도 안 했는데 너무 큰 관심이 있어서 처음에는 좋았는데 지금은 걱정스럽고 떨린다, 실망하실까봐.

▶(스티븐 연) 한국에서 영화를 선보일 수 있어 기쁘다. 감독님, 윤선생님과 같은 생각이다. 이 영화는 한국과 미국인의 문화적 공감대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영화다. 사람에 대한 인간애를 보여줄 수 있는 영화다. 나도 많이 떨린다.

▶(한예리) 내가 한국에 있어서 스태프와 배우들에게 직접적으로 관객들의 반응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사랑하는만큼 좋은 성과가 있으면 좋겠지만 열심히 한만큼 많이 사랑해달라.

'미나리' 기자간담회 캡처 © 뉴스1
'미나리' 기자간담회 캡처 © 뉴스1

-'미나리'는 전세계에서 74개의 상을 받았다. 이런 성과를 기대하셨는지 모르겠다. 이 작품은 한국인 이민자 가정의 이야기기도 하지만, 국경 문화 세대를 뛰어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이다. 어떤 면에서 보편성과 특수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나.

▶(정이삭 감독) 나에게 '미나리'는 개인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영화가 호평을 받는 사실 자체고 놀랍고 신기하고 나를 겸허하게 만든다. 영화가 많은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내 개인적 이야기이거나 이민자의 이야기라서라거나 시대적인 상황을 담은 이야기여서가 아니고 우리의 보편적인 인간 관계를 잘 보여주는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속 다양한 갈등과 고충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공감해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가족이 서로 사랑하고 헤쳐나가는 모습에 많은 관객들이 공감하는 게 아닐까 싶다. 특정 나라나 국적은 문제가 되지 많는다. 관객들이 스토리에 많이 공감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우리 배우들이 너무 훌륭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깊이있는 연기력을 선보였고, 스티븐 연과 한예리와 윤여정 선생님, 노엘, 앨런까지 배역에 스며들어 임했다. 각자 배역을 너무 잘 소화했고, 얼굴의 표정만 봐도 인간애가 묻어나는 연기를 잘 표현했다.

-배우들이 한 식구처럼 영화를 찍었다고 들었다.

▶(스티븐 연) 훌륭한 동료 배우들과 함께 했다. 동료 뿐 아니라 나도 이 작품에 헌신하면서 많은 노력을 했고, 감독님의 시나리오가 너무 훌륭해서 훌륭한 시나리오를 돋보이게 하기 위해 배우들이 최선을 다했다. 완벽한 시나리오에 적합한 배우들이 만나 뭔가 이뤄냈다. 같이 출연한 한예리, 윤여정, 노엘, 앨런, 윌 패튼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것을 같이 만들어간다는 느낌으로 작업했고, 가족처럼 행동하고 작업하면서 했다. '미나리' 촬영 당시 나의 숙소는 다른 곳에 있었다. 한예리와 윤선생님이 묵는 에어비앤비에 자주 가서 음식을 뺏어먹고 세탁도 하면서 제이콥이 된 것처럼 느끼고는 했다.

▶(한예리) 에어비앤비에서 선생님과 한 집에서 지냈다. 그 집에서 주로 모이고 밥을 먹고 시나리오에 대해서 얘기할 시간이 많았다. 그때 번역본을 문어체에서 구어체에 가깝게 바꿀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저희에게 충분했고, 영화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 모여서 한 주 한 주 찍은 분량만큼 대본을 수정할 수 있었다. 그런 시간이 있어서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될 수 있었고, 깊이있게 시나리오를 대할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윤여정) 나는 다른 얘기를 좀 하겠다. 내게 '미나리' 스크립트를 전해준 이인아라는 내 친구가 있다. 친구가 ('미나리' 촬영 결정 후) 내 걱정을 너무 했다. 인디 영화고 그런데 선생님은 못 먹고 그러면 어쩌나, 그래서 자기 휴가를 희생하면서까지 쫓아왔다. 인아와 함께 홍여울이라고 부르는, 나는 내 부하라고 하는 친구가 있다. 영화 번역하는 친구다. 할리우드 영화를 어떻게 찍나 보려고 온 거였다. 그런데 와서 '도와줘야지 안 되겠다' 싶어서 ('미나리'의 한국어 대본 수정을) 도와주더라. 다 아이작의 힘이었다. 여울이에게 '왜 아이작을 도와주니?'라고 물었더니 아이작이 너무 불쌍해 보인다고 했다. 밥은 인아가 했다. 인아는 하일리 에듀케이티드(Highly educated,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인데 밥순이가 됐다. 스티븐은 밥 냄새가 나니까 안 가더라. 그렇게 밥을 먹었다. 여울이는 열흘 정도 있다가 가야 했다. 그런데 '너 가면 어쩌냐 대본 고쳐야지' 하고 못 가게 했다. 그러면 비행기 표를 취소하는 데 돈이 든다고 하더라, 500달러가 더 든다더라. 그래도 여기 남아서 해줘라, 도와줘야하지 않냐고 했고 남았다. 그게 다 아이작의 힘이다. 인아는 그 스크립트를 내게 전해줬기 때문에 나를 보호해야 한다고 해서 왔고, 여울이는 처음 와서 감독이 이상했으면, 전부 서른이 넘은 사람인데 안 그랬을 것이다. 감독을 돕고 싶고, 이 얘기에서 한 부분을 하고 싶었을 거다. 그래서 다같이 뭉쳤다. 이인아와 홍여울은 뒤에서 수고한 사람이다. 우리는 이렇게 작품이 나오고 영광을 누리기라도 하는데, 여울이와 인아는 그렇지 않다. 지금도 여울이는 내 옆에서 내 영어를 고쳐주려고 앉아 있다. 그렇게 만든 영화다.

© 뉴스1
© 뉴스1

-스티븐 연은 실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 이민 1세대 캐릭터를 연기할 때 모델로 삼은 사람도 있었나.

▶(스티븐 연) 나 또한 이민 가정 출신이다. 4살 때 미국으로 건너왔다. 제이콥이 좋았던 것은 진실된 캐릭터였고, 대사가 많지 않지만 대사가 개괄적으로 큰 상황을 설명 해주면 상황 안에서 연기를 해내야 했기 때문이다. 나는 2세대지만, 이 영화를 통해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는 계기가 됐다. 1세대, 2세대의 세대 차이가 있지만 항상 아버지를 볼 때 하나의 주체, 사람으로 보기보다는 문화적이라든가, 언어적인 장벽이 존재해서 개념적 추상적으로 아버지를 봤다. 영화를 보면서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게 됐고, 아버지라는 사람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딱히 아버지를 롤모델로 삼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연기하고 배역을 소화하면서 '제이콥이 내 아버지구나' 생각했다. 그렇다고 그 시대 틀에 박힌 아저씨 연기를 하고 싶지 않았고, 그 시절에 살았던 제이콥이라는 사람 자체를 공감하는 모습으로 연기하고 싶었다. 제이콥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는 게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자연스러운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

-실제로 한국에서 미국으로 연기를 하기 위해 갔던 한예리의 마음은 모니카와 비슷했을 것 같다. 어땠나.

▶(한예리) 처음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고 모니카의 마음을 살필 여력이 없었다. 다 찍은 후에 뭔가 모니카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벌어지는 상황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솔직하게 표현하는 부분이 닮았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나도 스티븐과 마찬가지로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들, 연기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마음들이 조금 더 많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세대 친구들이 이 영화를 보면서 조금 더 부모님과 그 세대와 소통할 수 있는 지점을 갖게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윤여정은 각종 연기 시상식에서 '미나리'로 26관왕을 차지했다. 소감이 어떤가.

▶(윤여정) 축하해주셔서 감사한데 상패는 한 개 받았다.(웃음) 실감을 못 한다. 말로만 전해듣고, 내가 미국 할리우드 배우도 아니고 이런 경험이 없어서 나라가 넓어서 상이 많구나 이런 정도로만 알고 있다.

'미나리'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 뉴스1
'미나리' 스틸컷/판씨네마 제공 © 뉴스1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순자는 할머니 같지 않은 할머니다. 유머러스하고 코믹하게 그려졌다가 나중에는 제이콥 가족에게 변화를 일으키는 인물이다. 윤여정만의 순자를 연기하기 위해 어디에 중점을 뒀나.

▶(윤여정) 내가 중점을 둔 건 아니고 아이작이 그렇게 썼다. 아이작과 작업하면서 좋았던 것은 배우로서 우리(스티븐 연, 한예리 등) 모두 다 느꼈을 것이다. 어떤 감독들은 배우를 가둬둔다. 이렇게 해달라고 요구한다. 나도 아이작한테 첫 물음이, '아이작 할머니를 모델로 하는 역할이니까 할머니 흉내를 내야하냐, 특별한 제스처를 해야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럴 필요 없고 선생님이 하고 싶은대로 하시라고 하더라. 그래서 속으로 아이작에게 'A+'를 줬다. 이 감독 좋다. 아이작과 같이 만든 캐릭터다. 많은 사람들이 코믹하게 등장한다고 하는데, 바퀴 달린 집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할머니도 미국에 처음 와도 정상 집이 아닌 건 알 거다. 그런데 딸을 응원해주려고 괜찮다고 하는 위로의 말인데 코미디로 한 게 아닌데 다 코미디라고 한다.(웃음) 그렇게 보시면 괜찮다. 자유롭게 보실 수 있으니까. 이렇게 나는 계획적으로 뭘 하는 걸 못 한다.

-정이삭 감독만의 할머니와 관련된 개인적인 추억이 있나.

▶(정이삭 감독) 할머니 생각이 난다. 예전에 내가 인천 송도에서 교수 생활을 했다. 학생들을 가르쳤는데 교수실에 앉아 밖을 보면 갯벌이 보엿다. 사람들이 거기서 조개를 캐는 모습으로 봤다. 주로 나이 있는 여성들이 조개를 캔다. 그러면서 저희 할머니가 더 생각나더라. 내 할머니는 한국전쟁에서 남편을 잃고 과부로 살면서 어머니를 키웠고, 생계를 위해 갯벌도 캤다. 사무실에 앉아서 할머니가 아니면 내가 여기 와서 이렇게 가르칠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할머니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내가 일부러 우는 줄 안다. 할머니 생각만 하면 울컥하는 게 있다.

윤여정/'미나리' 스틸컷 © 뉴스1
윤여정/'미나리' 스틸컷 © 뉴스1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영화 '미나리' 스틸 © 뉴스1

-스티븐 연과 한예리는 극 중 부부로서 좋은 호흡을 보여줬다. 서로의 합은 어땠나.

▶(스티븐 연) 합을 맞추고 뭔가 구체적으로 생각하기 보다 자연스럽게 나왔다. 상대 배우로서 한예리는 진실하고 진솔한 사람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이 부부가, 제이콥과 모니카가 어떤 부부였을까, 서로에게 어떤 존재, 어떤 의미였을까를 이야기 했는데 생각이 항상 같진 않았다. 이견도 있었지만 좋은 다름이었다. 서로가 생각하는 것이 다른 것을 인정해주는 방식으로 연기했다.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고, 이런 것을 해보자,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한예리와 한 신이 모두 좋았는데 한 장면을 꼽자면 폴(윌 패튼 분)이 식사에 초대된 후 집에 가고 나서 둘이 다투는 장면이 있다. '왜 초대했느냐'며 싸우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을 NG없이 한 번에 찍었다. 거기서는 아이작의 연출력도 돋보인 것이기도 하다. 예리씨와 소화하는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즐거웠다.

▶(한예리) 스티븐과 신마다 이렇게 하자는 건 아니었지만 서로가 지금 뭘 해야할 때 제이콥과 모니카처럼 그 장소에 있었다. 스티븐 같은 경우는 너무 솔직하다. 본인이 '난 이게 지금 필요하고, 나를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해 얘기할 때 이 배우가 진짜 건강하고 진심으로 이 영화를 대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에너지가 너무 좋은 사람이어서 서로 영화에서 충돌할 때도 그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나는 느낀만큼 리액션하면 되는 상태가 되더라. 스티븐 연의연기를 통해 제이콥의 뜨거운 마음, 열정 이 사람의 외로운 감정까지 충분히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최고의 파트너였다.

-극 중 순자가 손자 데이빗(앨런 김 분)에게 밤을 씹어서 주는 장면은 윤여정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장면이라고 들었다. 그 장면 외에도 아이디어를 제공한 장면이 있나.

▶(윤여정) 내가 미국에서 산 경험이 있다. 그걸 봤다. 내 친구의 어머니가 와서 손자한테 밤을 줄 때 그렇게 줬다. 그 친구는 국제 결혼을 한 분이었다. 남편이 아이리시 사람 폴인데, 폴이 너무 놀라서 얘기하더라. '세상에 이도 다 있는 아이한테 밤을 깨물어서 스푼에 뱉어서 주느냐, 너희 나라는 그래서 감염이 많다, 더러웠다' 이러더라. 그 생각이 나서 그것도 아이작이 얘기하더라. 선생님이 보거나 했던 것으로 하자고. 그런걸 다 나눴다. 자기가 본 것을 하자고. 그건 거짓말이 아니라 내 친구의 남편이어서 그게 반영됐다. 침대에 대해서도 내가 낸 아이디어였다. 아이작도 미국에서 태어나서 잘 모른다. 한국 할머니들은 바닥에서 잔다. 아이작 보고 나는 바닥에서 자겠다고 했다. 내가 할머니여도 귀한 손자고 아픈 애인데 침대에서 같이 자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걔를 침대에 재우고 밑에 자겠다고 했는데 아이작은 항상 '그럴까요?' 하는 게 없다. 제 의견을 존중해 바로 세트를 바꿨다. '원더풀 미나리'라는 대사도 내가 '원더풀' 정도는 할 수 있지는 않겠냐 한 거였다. 생각해보니 내가 한 게 많다.

'미나리' 기자간담회 캡처 © 뉴스1
'미나리' 기자간담회 캡처 © 뉴스1

-스티븐 연은 이번 영화의 제작자로도 활약했다. 제작자로서도 활약한 소감은 어떤가.

▶(스티븐 연) 감독님 시나리오 자체가 너무 새롭고 신선했다. 스토리의 시선도 마음에 들었다. 미국에서 한국계 배우로 일하다 보면 소수 인종을 다루는 스크립트를 많이 보게 된다. 그런데 그걸 보면 관객에게 그 인종의 문화를 설명하려는 스크립트가 많다. 주 관객이 백인인 경우가 많아서 주류의 시선으로 설명하려는 시나리오가 많다. 감독님의 이야기는 정말 가족에 대한 이야기였고, 한국인이 쓴 매우 한국적인 스토리, 영화라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내가 공감하는 주제를 다루기도 했고 감독님의 스크립트가 훌륭해서 여기 합류했다. 한국과 미국을 보면 프로듀서의 역할이 다르다. 프로듀서에게 거는 기대치도 다르다. 총괄 프로듀서도 있고 일반제작자, 현장 직접 뛰는 제작자가 있다. 현장 제작자는 플랜B 소속 크리스티나 오였다. 나는 제작자로서 우리 영화에 목소리를 더하고 새로운, 미국에서 보지 못한 스토리인 만큼, 의도하거나 생각한 부분이 반영되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이 모든 제작에 참여하는 과정이 더욱 즐거웠다.

-영화에서는 80년대 미국 한인 가족의 삶을 잘 담아냈다. 미술에서 가장 염두에 뒀던 부분이 무엇이었나.

▶(정이삭 감독) 우리 영화에 한인 이민자의 이야기, 한국적 요소도 있고 그 당시 미국의 모습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이민자의 이야기와 농민들의 삶, 그 두 가지에서 균형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 농민의 삶, 농업과 관련해 다양한 연구를 진행했다. 또 이용옥 미술 감독이 디테일한 부분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그 당시 상황을 잘 살려주셨고, 나도 내 시나리오에서 그 당시의 기억을 디테일하게 담으려고 노력했다. 무엇보다 배우들이 그 시절의 감정과 정서를 잘 연기하고 표현해줬다. 영화를 제작하고 연출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이 아티스트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각각의 분들이 자신의 최대치를 다 이끌어내도록 독려하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다같이 내 아이디어를 실행해냈다.

'미나리' 스틸 컷 © 뉴스1
'미나리' 스틸 컷 © 뉴스1


'미나리' 스틸 컷 © 뉴스1
'미나리' 스틸 컷 © 뉴스1

-윤여정의 연기 인생에서 '미나리'는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윤여정) 경악을 금치 못하는 놀라움을 준 작품이다. 할 때 아무 생각 없이 아이작과 한예리와 스티븐 연과 다같이 일을 빨리 끝내고 빨리 시원한 데로 가야겠다는 생각만 했다. 선댄스 영화제에서 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고, 미국 사람들이 좋아해서 조금 놀랐다. 아이작이 여기까지 와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었다. 처음에 영화를 볼 때 예리가 뭘 잘못했나, 스티븐이 뭘 잘못했나, 내가 뭘 잘못했나만 연구하지 영화를 즐기지 못한다. 인아한테 '왜들 다 우니?' 이랬더니 '선생님만 안 울어요' 하더라. 그리고 나서 아이작을 불렀다. 사람들이 일어나서 박수 갈채를 보내는데, 그때 울었다. 나는 나이가 많은 노배우다. 그러니까 젊은 사람들이 뭘 이뤄내는 걸 볼 때 장하고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나은 걸 볼 때 갑자기 애국심이 폭발한다. 나는 지금 상을 몇 개 받았다고 하는 것도 너무 놀라운 일이고, 우리는 이런 걸 상상하고 만들지 않았다. 그래서 경악스러울 뿐이다.

-영화를 찍으면서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정이삭 감독) 영화를 만들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마지막까지 끈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영화가 끝난 후 스티븐 연과 한예리, 모두가 다같이 부둥켜 안은 기억이 난다. 옆에서 박수를 쳤다. 어렵고 힘든 상황에서 하나의 팀으로 해냈다는 것 때문에 감동이었고, 그래서 즐거웠다.

▶(스티븐 연) 촬영 때 다 좋았는데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음식이었다. 같이 밥을 먹으면서 깊게 교감하고 마음이 맞는다는 걸 확인했고, 그런 부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예리) 너무 많아서 다 얘기할 수 없다. 스티븐처럼 우리가 촬영을 끝낸 후에 와서 먹던 식사 시간들이 많이 기억이 난다. 너무 좋았고 가장 그립고, 한국에서 혼자 프로모션하고 있지만 너무 외롭고 보고 싶다. 다들 많이 그립다. 그 시간이 많이 그립다. 우리가 빨리 코로나가 괜찮아지고 다같이 모여서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

▶(윤여정) 나는 꼭 언제든지 촬영에만 열중 안 하는 사람 같지 않나.(웃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내가 저 배우들보다 몇 주 촬영이 일찍 끝났다. 아이작이 스태프들을 다 데려왔다. 그 중에는 호주 사람도 있고 한데, 제작진을 데리고 우리 집에 와서 큰절을 시켰다. '잇 워스 빅 서프라이즈'(It was big surprise)였다. 너무 깜짝 놀라고 그 순간이 나에게 가장 메모러블한 모먼트(Memorable moment)였다. 나중에 인아 보고 '너는 뭐했어, 사진이라도 찍어놓지' 했더니 인아가 '저도 큰절했잖아요' 하더라. 그래서 기록이 없다.(웃음) 그 순간이 나는 가장 좋았다. 아이작의 배려심이 느껴졌다. 그 촬영을 하느라 힘들었는데. 큰절을 어디서 배웠을까, 할머니에게 배운걸까.

-관객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부탁한다.

▶(정이삭 감독) 내게 매우 특별한 영화다. 찰영 후에도 배우들이 좋은 관계를 유지 중이고 즐거운 관람이 되기를 바란다. 나는 우리 영화를 식탁에 비유하고 싶다. 우리 식탁은 항상 열려 있어서 관객들이 언제든 와서 맛있게 드실 수 있는 음식이었으면 좋겠다.

▶(윤여정) 이 영화는 내가 왜 좋아했느냐면 아무 조미료가 안 들어갔다, 그래서 굉장히 담백하고 순수한 맛이다. 나는 한국 사람 취향을 아는데, 너무 양념이 센 음식을 먹어서 우리 밥을 안 먹을 수도 있다. 그게 걱정인데, 건강하니까 잡숴보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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