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단체 "의료인면허 취소 담은 의료법 개정안, 원안대로 통과해야"

환자단체연합회가 2일 국회 정문에서 의료법 개정안을 전체회의에 계류시킨 법사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제공=환자단체연합회

환자단체연합회가 2일 오전 국회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금고형 이상 중대범죄 의료인의 면허를 취소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지난달 1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은 강력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 형을 선고받은 의사의 면허를 취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뒤 5년간, 집행유예인 경우에는 유예기간 종료 뒤 2년간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골자다. 의료행위 중 일어난 과실은 제외되며, 형에 따라 규정된 기간이 지나면 면허 재교부가 가능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지난 26일 전체회의를 열어 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계류하고 차기 전체회의에서 재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의료법 개정안은 법사위 소속 야당 의원들의 반발로 계류됐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이와 관련 "여야 법사위 소속 의원들이 '중대범죄 의료인 면허취소 법안' 관련 찬반 토론을 벌이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이는 법사위 원래 기능인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의 심사'가 아니라 상임위에서 논의할 내용을 법사위가 논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법사위가 상임위(보건복지위) 결정과 권위를 철저하게 무시하는 처사로써 법사위의 권한을 넘어서는 월권행위"라고 덧붙였다.

환자단체연합회 측은 "지난 2000년 의료법 개악으로 일부 보건의료 관련 법률을 위반한 금고 이상의 범죄 외에는 의료인 결격사유를 다루는 법률조항이 대폭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의료법 개정안으로 거의 20년 만에 의료인 결격사유 관련 조항이 대부분 원상회복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의 계류 소식을 듣고 당혹감을 넘어 배신감까지 느낀다"고 밝혔다.


환자단체연합회는 "우리 사회는 전문 직종 종사자에 대한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요구하고 있고, 이를 반영해 금고 이상의 중대범죄를 저지른 변호사·공인회계사·세무사·법무사·공인중개사·사회복지사·보육교사 등 대부분의 전문 직종 종사자의 면허나 자격을 취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료인의 경우 환자의 생명과 신체를 다룬다는 점에서 다른 전문 직종 종사자에 비해 더욱 높은 직업윤리와 도덕성을 요구받고 있다"며 "그간 중대범죄를 저질러도 의료인 면허가 취소되지 않는 입법적 결함 때문에 이번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있었고, 2007년부터 지난 15년간 10여 차례 국회에서도 입법화 노력이 있었지만 번번이 의사협회의 반대로 좌절됐다"고 덧붙였다.

연합회 측은 "법사위가 3월 임시국회에서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의료법 개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킬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한국백혈병환우회, 한국GIST환우회, 한국신장암환우회, 암시민연대,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한국건선협회, 한국1형당뇨병환우회로 구성된 단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