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양부모 학대로 숨진 '정인이 사건' 3차 공판이 열린 3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입양모 장모씨가 탄 호송차량이 들어서고 있다. 2021.3.3/뉴스1

학대로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에 대해 양모 장모씨가 돌이 지나도록 밥과 상추만 먹였다는 증언이 나왔다.

장씨와 함께 입양가족모임에 참가했던 지인 A씨는 3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양모 장모씨와 양부의 3차 공판에 출석해 "장씨가 정인이에게 맨밥과 상추만 먹였다"고 밝혔다.

A씨는 2019년 입양가족모임을 통해 장씨를 알게됐고 이듬해 장씨 부부를 15차례 보는 등 만남을 이어왔다.

지난 9월에도 정인이를 봤으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여 고기 반찬 등을 먹일 것을 장씨에게 권유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당시 장씨는 정인이가 밥을 먹지 않는다고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고기 반찬도 있는데 간이 배어 있어 안된다며 맨밥과 상추만 먹였다"면서 "너무 걱정돼 물에 씻어 먹이라고, 동치미라도 먹이라고 세번 이야기했으나 안된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어 "정인이가 돌이 지나 이유식이 아닌 고기 등을 먹여야 하는데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면서 "아이가 많이 좋지 않고 힘들어보여서 안타까웠다"고 덧붙였다. 다만 A씨는 10월에 정인이를 다시 봤을 때는 양부가 정인이에게 고기 등의 반찬을 먹였다고 말했다.

A씨는 정인이의 상태가 시간이 갈수록 악화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처음 봤을 때는 다른 아이들과 다름이 없었지만 8월 이후 얼굴색이 안좋아졌다는 내용이다. A씨는 정인이 신체의 멍에 대해서는 "집에 초대했을 때 정인이 기저귀 가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면서 "돌이 지났는데 몽고반점이 있어 의아했다"고 밝혔다.

이날 장씨에게 과거 증언과 배치되는 내용의 진술도 나왔다. 앞서 장씨는 정인이가 A씨와 함께 놀이터를 방문한 날 시소에 부딪혀 늑골이 골절될 정도로 다쳤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A씨는 "그정도 상해면 나만 아니라 놀이터 모든 엄마들이 알았을 것"이라면서 "살짝 부딪혔을 수는 있겠지만 큰 충격이나 소란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날 정인이 양부모 측은 정서적 학대를 비롯해 좌측 쇄골 골절 등 대부분의 공소사실을 인정했다. 양부 측은 "친밀하게 장난친 것이 당시 학대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미필적 고의에 의한) 학대"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 공소사실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완강하게 부인했다. 특히 장씨의 살인죄에 대해서는 "정인이의 복부를 밟은 적이 없다"면서 "배를 가격한 적은 있지만 사망에 이를 정도의 강한 외력은 없었다"고 고의성을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