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인구감소 시대 돌입...예상보다 10년 빨라

머니투데이

윤세미 기자

사진=AFP

일본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이 인구 감소 시대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해 한국, 대만, 홍콩에서 출생자 수가 사망자 수를 전부 밑도는 인구 자연감소가 진행됐고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출생자 수가 급감했다.

니혼게이자이의 4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대만, 홍콩에서는 인구가 각각 3만2700명, 7900명, 6700명 자연 감소를 기록했다.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사망자 수는 예년과 비슷했지만 출생자 수가 가파르게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한국의 출생자 수는 전년 대비 10% 줄었고 대만과 홍콩도 각각 7%, 18.5% 감소했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 역시 인구 자연감소에 바짝 다가섰다. 출생자 수가 15% 감소한 1003만5000명을 기록해 사망자 수인 약 1000만명과 비슷해졌다.

니혼게이자이는 동아시아 전역의 인구 감소 추세는 갑작스러운 코로나19 팬데믹 영향이라기보다 결혼 자체가 줄어든 게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집값 상승 등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 젊은층의 결혼 감소는 팬데믹 이전부터 꾸준히 나타나던 현상이라는 것. 여기에 팬데믹으로 지난해 결혼 건수가 급감해 올해에는 출생자 수가 더 줄어들 수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니혼게이자이는 특히 다른 동아시아 국가의 저출산은 놀라울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본은 2000년대부터 인구감소가 시작되긴 했어도 합계출산율이 1.3명 이상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지난해 0.83명, 대만은 1명까지 줄었다. 이대로라면 한국이나 대만이 일본보다 더 가파른 인구 절벽에 마주할 수 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를 말하는데, 2명일 때 인구가 유지된다고 본다.

인구 감소시점도 예상보다 훨씬 빨라졌다. 2019년 유엔은 한국이 2025년부터, 대만이 2030년부터, 중국은 2032년부터 인구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었다. 인구 감소가 급격히 진행된다면 미래 경제 예측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일본종합연구소의 노기모리 미노루 아시아 경제 선임연구원은 "완만한 일본에 비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인구 감소는 모두 가파르다"면서 "인구 증가에 힘입은 경제 성장은 종말을 맞이하고 있다. IT(정보기술) 이용 등에서 생산성을 극적으로 향상시키지 않을 경우 일본보다 더 심각한 장기 저성장 국면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