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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난 사건은 되돌릴 수 없다, 범죄 '막는' 경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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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담=양영권 사회부장, 정리=김주현 기자, 사진=이기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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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0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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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창룡 경찰청장

머투초대석 김창룡 경찰청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머투초대석 김창룡 경찰청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경찰이 75년 역사상 가장 큰 변곡점을 맞았다.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수사종결권을 갖게 됐다. 수사 역량이 결집된 국가수사본부는 최근 첫 발을 내디뎠다. 반면 '공룡경찰' 출범을 두고 우려의 여론도 적잖다.

지난 4일 서울 미근동 경찰청 집무실에서 만난 김창룡 경찰청장(사진·57)은 새롭게 태어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했다. 김 청장은 "'일관성이 없다'거나 '공정하지않다'는 경찰에 대한 비판과 불신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며 "국민들에게 인정과 공감을 받기 위해 '법과 원칙'에 의한 법집행 관행을 정착시키겠다"고 했다.

김 청장이 제시한 경찰의 새로운 패러다임은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이다. 범죄가 일어난 이후 범인을 검거하더라도 사건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릴 순 없다. 경찰이 미리 범죄 징후를 파악하고 위험을 제거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으로 중심축을 바꾸자는 것이다. 자칫 과도한 공권력 남용이라는 문제로 불거질 수 있지만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위해선 적극적인 경찰활동이 필수불가결한 요소라는 게 김 청장의 신념이다.

김 청장은 이번 인터뷰에서 범죄 피해자를 신속하게 지원하기 위한 경찰의 역할을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히는 한편 '법집행 공정성'에 입각해 진보단체 집회에 대해서도 보수단체 집회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논란이 첨예한 수사권 조정에 대해서는 검찰이 기소권을, 경찰이 수사권을 갖는 것이 '사법체계가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다음은 김 청장과의 일문일답.

-취임 후 약 8개월이 지났다. 기억에 남는 것과 고치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많은 일이 있었다. 코로나19 위기상황이 계속되며 전국 경찰관들과 비상대비 체계를 유지했고 지난 1월1일부터 개정 형사소송법이 시행되면서 온전한 수사주체로 거듭났다. 조직도 국가·자치·수사의 3원 체제로 변했다. 경찰개혁과 굵직한 현안 대응에 매진하면서도 나름의 소신으로 경찰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조직체질을 개선하고자 노력했다. 지난해 경찰활동 성과로 5대범죄·교통사고 사망자 등 치안지표가 개선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양천서 사건'(정인이 사건)이나 업무 과오, 비위사건으로 실망을 안겨드리기도 했다. 깊이 성찰하고 변화의 전환점으로 삼아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나가겠다.

-경찰 역사상 가장 큰 변화가 있는 해다.
▶올해는 '제2의 창경'이라고 할 정도로 조직과 시스템이 대대적으로 변화되는 시기다. 새롭게 태어나는 경찰에 대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다. 이를 위해 경찰수사의 중심 축을 국민 권익보호와 피해자 회복에 두는 '국민중심 책임수사'로 패러다임을 전환한다.

범죄가 일어나기 전에 위험요인을 감지해 차단하는 '선제적·예방적 경찰활동'에 역점을 두고 있다. 말로만해서 되는 건 아니고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 필요한 조치를 곧바로 할 수 있고 지시·명령할 수 있는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경찰활동이 통제된 상태에서 소극적으로 이뤄진다. 범죄가 발생한 이후 신속 대응해 범인을 검거하는 것에서 나아가 피해자 보호를 지원과 범죄 예방을 사전에 강구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범죄피해자 지원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은.
▶범죄피해자 지원기금은 법무부가 운용하는데 약 1000억원 중에서 경찰이 사용하는 건 1.6% 정도다. 이밖에 피해자보호기금 배정 비율은 △법무부(검찰청) 40.5% △여성가족부 30.9% △보건복지부 27% 등이다. 1차적으로 현장에 출동하고 초동수사를 하는 경찰이 범죄피해자를 지원하는게 효과적인 부분에선 과감하게 경찰에 지원기금 운용을 이관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범죄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피해 직후' 지원하는 것이다. 지금은 피해자지원을 요청해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위원회가 한두달에 한 번씩 열려 시기를 놓칠 우려가 있다. 범죄 피해발생 직후 필요한 부분은 경찰 단계로 이관을 하고, 법률지원 등 장기적인 것은 현행대로 시간을 두고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도 방법이다.

-'공룡 경찰'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나 '법집행 공정성'에 대한 불신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경찰청장의 구체적 수사지휘권을 원칙적으로 폐지했고 수사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강화했다. 일각에서 '법집행이 공정하지 않다', '일관성이 없다'는 비판과 불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의지를 갖고 '법과 원칙'에 의한 법집행 관행을 정착시키겠다. 특히 광화문 등 대규모 집회·시위를 차단하는 과정에서 진보성향 단체에 경찰이 무르다거나 또는 보수성향 단체에는 엄격하다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안다. 경찰의 법집행은 법과 원칙에 의해 일관되고 동일한 기준을 이뤄져야 한다는 것을 청문회때부터 강조해왔다. 국민들이 공정하고 일관된 경찰을 인정하고 수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수사권을 두고 논란이 진행 중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사퇴하기 직전 검찰 수사권을 박탈할 경우 부패가 판친다고 하기도 했는데.
▶수사권뿐 아니라 국가 공권력은 언제든지 남용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분리를 시켜야한다. 한 기관이 가지고 있으면 제대로 견제와 균형에 의한 통제가 어렵다. 권한남용으로 인한 국민들의 인권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것이 수사권분리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수사와 기소, 재판을 경찰·검찰·법원으로 나눈다. 이것이 기본적인 근대 형사사법체계다. 대의를 생각한다면 권력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수사권분리 흐름은 바람직하고 사법체계가 정상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머투초대석 김창룡 경찰청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머투초대석 김창룡 경찰청장 인터뷰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최근 아동·청소년 디지털 성범죄에 한해 '위장수사'를 허용하는 법안이 통과됐다. 국회 계류 중인 법안 가운데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건.
▶위장수사는 인권을 중시하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폭넓게 사용하는 일반적 수사기법이다. 법안 통과 과정에서 진통이 있었지만 디지털 성범죄 수사를 위해선 도입이 필요했다. 오남용을 막기 위해 신분 위장과 잠입 수사 가이드라인 등을 차질없이 준비해나가고 있다.

'스토킹 방지법'이 아직 국회에서 계류 중인 부분은 안타깝다. 지금은 지속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따라다니더라도 경범죄로 밖에 처벌할 수 없다. 스토킹으로 인해 피해자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는 어마어마하다. 스토킹방지법이 통과되면 단순 스토킹 행위에 있어서도 경찰이 접근 금지를 명령하는 등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스토킹뿐 아니라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등 현장에서 실효적이고 적극적으로 선제적 예방조치를 하는 데 법적 뒷받침이 중요한 이유다.

-'자치경찰' 시행 앞두고 일선 경찰들은 지자체 업무를 떠맡는다는 불만도 나온다.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자치경찰제도는 기존에 경찰이 수행하던 업무를 국가경찰사무와 자치경찰사무로 나누고 지휘·감독권을 분산하는 것이 취지다. 국회 논의에서도 '노숙인 보호' 같은 경찰 본연의 사무가 아닌 지자체의 사무로 해석될 수 있는 업무는 '자치경찰사무'에서 제외했다. 자치경찰사무가 많아지면 국민의 생명과 직결된 긴급하고 중요한 사건에 우선 대응이 어려워진다. 각 시·도경찰청 실무추진팀에서 조례 제정안을 협의 중이다. 법령상 규정된 경찰의 임무 범위를 넘어서는 사무가 자치경찰사무에 포함되는 사례가 없도록 살펴보겠다.

-정인이사건을 계기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경찰은 '양천서 사건'으로 미흡했던 현장조치를 반성하고 다시는 재발되지 않도록 전면적인 쇄신책을 마련했다. 경찰청 차장과 국수본부장이 공동 주관하는 아동학대 종합대응 TF(태스크포스)를 설치했다. APO(학대예방경찰관)의 전문성 강화와 장기근무를 독려하기 위한 근무여건 개선도 병행한다. 아동학대 현장에서 고의·중과실 없는 조치 결과는 징계나 민형사상 면책을 주는 규정도 추진한다.

-백신 접종 등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 경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경찰은 백신의 수송·보관·접종 등 전 과정에서 안전관리를 수행한다. 백신 수송은 규모와 단계별 중요도에 따라 3단계 수송지원체계를 구축했고, 보관·접종시설도 등급을 분류했다. 특히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허위조작정보(가짜뉴스) 유포 행위는 사전 모니터링으로 적극 차단한다. 생산·유포자는 엄정 수사하고 접종 후 사망자 발생 시 국과수 등과 협조해 신속하게 원인을 규명하려 한다. 치안유지에 더해 코로나19 대응과 백신관리, 접종 지원까지 가중되는 업무에도 묵묵히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는 전국 경찰관들께 감사드린다.

-남은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보다 경찰 활동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높여 '존경과 사랑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경찰개혁을 위한 새로운 제도가 현장에 제대로 뿌리 내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로 이어지는데 중점을 둘 것이다. 경찰활동 패러다임을 '사전 예방'으로 바꿔 법과 원칙에 의한 일관된 법 집행을 확고하게 정착시키고 국민의 인정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경찰로 거듭나는 게 목표다. 아울러 경찰관의 열악한 처우 개선과 복지 증진에 힘쓰고 일선 경찰의 원활한 일처리를 뒷받침 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역량을 쏟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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