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안철수와 손잡을까…분위기 묘한 국민의당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현관에서 총장직 사퇴 의사를 발표하고 있다. 윤 총장은 최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문제를 두고 여권과 날카롭게 대립해 왔다./사진=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전격 사의를 밝히자 정치권의 셈법 계산이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야권 제3지대를 표방하는 국민의당과 윤 총장의 향후 관계 설정을 둘러싸고 가장 많은 '설'들이 흘러나온다.


윤 총장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검찰에서의 제 역할은 이제까지다. 그러나 앞으로도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 보호에 온 힘을 다하겠다"며 사실상의 정치 선언을 내놨다.

윤 총장의 사퇴 가능성이 언론 등에서 언급된 직후 정치권 안팎에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윤 총장의 '비밀 협의설'이 나돌았다. 안 대표와 윤 총장이 추후 각각 서울시장 선거와 대통령 선거에서 서로를 돕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같은 전망은 윤 총장이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 합류하기 어렵다는 분석에 기초한다. '국정농단' 수사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선 윤 총장이 국민의힘에 입당하면 지지층과 마찰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윤 총장이 곧바로 국민의힘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이면 총장 시절부터 국민의힘과 내통해 수사 등을 진행했다는 공격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다.

국민의당은 윤 총장의 행보에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영입과 관련해선 직접적 발언을 삼가는 분위기다. 안혜진 국민의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살아있는 권력에도 굴하지 말라는 대통령의 반어적 속내를 이해하지 못한 윤 총장이 오늘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며 "입으로는 공정이니, 정의니 남발하며 위선과 가증스러운 행태로 내로남불이 당연히 여겨지는 세상을 만들어버린 현 정권에 맞서서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일에 남은 일생의 모든 힘을 보태어 주기 바란다"고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또 "점점 범법자 소굴이 되어가고 있는 부패 정권에 대항하여 피 끓는 국민의 열망을 위해 검찰총장으로서 다 하지 못한 소임을 다해달라"며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선한 국민을 보호함에 최선봉에 서겠다는 약속을 반드시 지켜내시길 당부한다"고 강조했다.


안 대표도 윤 총장과 함께하고 싶은 마음을 꾸준히 표현해왔다. 안 대표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끝없는 정치 공세와 노골적인 찍어내기에도 불구하고 의연하게 직무를 수행했던 윤 총장이 직을 버리면서까지 지키려고 했던 것이 무엇인지 국민들은 똑똑히 알고 계신다"며 "상식과 정의를 위해 치열하게 싸워 온 윤 총장님 그동안 수고하셨다. 하지만 진짜 싸움은 이제부터다. 헌법정신과 법치주의를 지키려는 윤 총장님의 앞날을 국민과 함께 응원하겠다"고 적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 행보에 당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안 대표가 이미 윤 총장에게 손을 내밀었다는 등 풍문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섣불리 안 대표와 손을 잡지 않을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윤 총장은 그렇게 작게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안 대표와 함께하면 하나의 정파가 돼 버린다"면서 "문재인 정권이 헌법을 파괴한다고 지적하며 사표를 낸 만큼 현 정권의 헌법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든 세력과 함께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국민의당으로 가면 추후 국민의힘과의 관계를 어떻게 할 건지는 계속 정치적 숙제로 남는다"면서 "보수 진영의 여러 원로들이 소위 '판'을 깔아줄 수 있다. 윤석열을 내세워서라도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원로들이 그를 밀어준다면, 당이 아닌 인물을 중심으로 한 야권 개편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