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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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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0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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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배의 이슈 인사이트]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2.19/뉴스1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초청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2.19/뉴스1
#1. 미국에서 1인당 1200달러(약 135만원)씩 전국민 지원금이 처음 지급된 2020년 4월.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파리를 날리던 뉴욕주 우드버리 아울렛에 주말마다 인파가 몰리기 시작했다. 이 가운데 가장 길게 줄이 늘어선 곳은 단연 구찌·버버리 등 명품 매장.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직장을 잃어 먹고 살기 어려울까봐 나라가 쥐어준 '공짜돈'이 해외 명품을 사는 데 쓰였다. 돈벌이에서 이전과 차이가 없는 이들에게까지 똑같이 돈을 뿌린 결과다.

#2. 미국에서 미용품 사업으로 큰 성공을 거둔 한국계 기업인 A회장은 얼마 전 개인 전용기를 구입했다. 요즘은 사업 못지 않게 개인 주식투자에 푹 빠져 있다고 한다. 투자하는 돈의 규모가 남 다르니 수익도 남 다를 터다. A회장은 "작년에 내가 사업해서 번 돈보다 혼자 휴대폰 들고 주식투자해서 번 게 더 많다"고 했다.

코로나19 위기에서 빠져 나오는 길은 K자다. 임대료도 못 낼 정도로 매출이 줄어 눈물을 머금고 폐업을 선택한 자영업자들이 수두룩하다. 반면 비대면 등 수혜 분야나 주식 투자에서 큰 돈을 번 이들도 적지 않다. 양극화된 회복이다.

몹쓸 역병으로 벼랑 끝에 몰린 백성들을 구제하는 건 나라의 마땅한 도리다. 수조원의 재난지원금을 4번째 나눠주는 이유다.

하지만 모든 국민에게 똑같이 '위로금'을 뿌리는 건 다른 문제다. 문재인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면 '국민위로지원금' 또는 '국민사기진작용 지원금'이다.

코로나19로 인해 국민들이 겪은 정신적 고통을 위로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 그러나 경제적 피해가 없는 이들까지 지원금을 받아가면 정말 어려운 이들에게 돌아갈 몫은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당장 농민들과 전세버스 운전사들이 "우리는 왜 안 주느냐"며 재난지원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 않나.

우리의 나라곳간이 비교적 넉넉해 괜찮다는 주장도 있다. 일부는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다른 선진국들보다 양호한 건 사실이다. 미국은 130%, 일본은 250%가 넘는데 우리는 48% 수준이다. 4차 재난지원금을 위해 약 10조원의 국채를 더 찍어도 그렇다.

하지만 미국과 일본은 기축통화국이다. 나라살림이 아무리 어려워도 국채를 찍는대로 각국 중앙은행 등이 줄지어 사간다.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와는 사정이 다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7개 회원국 가운데 우리처럼 기축통화를 쓰지 않는 나라는 멕시코를 비롯해 14개국이다.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이들 중 6번째다. 이들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약 50%로 현재 우리나라와 별 차이가 없다.

더 큰 문제는 나랏빚이 늘어나는 속도다. 외환위기 전 10%선에 머물던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004년 20%, 2011년 30%를 넘더니 지난해 40%까지 돌파했다.

나랏빚은 쌓이기 시작하면 이자 탓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고령화 문제가 겹치면 더욱 그렇다. 돈 벌어 세금 내는 젊은이는 줄고, 나라의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은 늘어난다.

일본이라고 처음부터 이랬던 건 아니다. 일본의 국가채무비율도 1990년대까진 60%대에 그쳤다. 하지만 2000년 130%대, 2010년 180%대로 오르더니 급기야 이젠 200%를 훌쩍 넘어섰다.

세계에서 고령화 속도가 가장 빠른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이 200%를 넘어서도 일본처럼 국채를 내놓는대로 팔릴까. 국채가 안 팔려 금리가 오르면 그 부담은 누가 질까. 대출금리 인상의 피해는 결국 빚 많은 서민들에게 돌아간다.

시한폭탄인 국민연금 문제까지 터지면 재정 문제는 걷잡을 수 없게 된다. 통일이란 잠재 변수도 무시할 수 없다. 당장 곳간이 넉넉하다고 덮어놓고 풀 순 없는 이유다.

기축통화 가운데 하나인 파운드화를 가진 영국조차도 나라곳간을 다시 채워놓을 궁리를 한다. 리시 수낙 영국 재무장관은 거의 반세기 만에 법인세를 올리자고 했다. 팬데믹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나랏빚을 다시 줄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공짜돈'을 싫어할 사람이 있을까. 문제는 그게 진짜 공짜가 아니라는 점이다. 세금이 됐든, 이자가 됐든 결국 청구서는 날아온다.

정말 국민들에게 베풀고 싶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로 경제적 고통을 받은 분들에게 좀 더 많이 드리면 어떨까. 월급쟁이로서 금전적 손해를 본 게 별로 없는데도 어려운 분들에게 가야 할 돈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민망해서 하는 말이다. "대통령님, 마음은 감사합니다만 저는 괜찮습니다."

"문재인 대통령님, 저는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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