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판]"정문에 장애인 세워 두지 마" 한마디에 해고당한 호텔 주차요원

본문과 관련 없는 이미지입니다/사진=머니투데이

호텔 주차요원으로 일하던 경증 장애인 A씨가 갑자기 일터에서 쫓겨난 이유가 알려지며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경증 지체장애를 앓고 있는 A씨는 올해 초 주말마다 나가던 호텔 주차요원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었습니다. A씨는 자신을 고용한 위탁업체에게 해고 이유를 물었습니다. 그리고 분노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호텔 측이 장애인은 일을 그만두게 하라고 요구했다는 게 해고의 이유였습니다.

지체장애인이긴 하지만 경증이라 A씨는 주 업무인 차량 유도하는 일을 하는 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호텔 측은 A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해당 호텔 지배인은 A씨의 해고에 앞서 '정문에 왜 장애인을 세워두냐'며 A씨의 근무 위치 변경을 지시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텔 측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으로 인해 A씨를 해고했다고 해명했습니다. A씨가 장애인인 사실과 해고 사이에는 아무 연관성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해명과 달리 호텔 측은 A씨의 해고 이후 비장애인을 새롭게 채용했습니다. 경영상 어려움은 핑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A씨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상태입니다.


◇"장애인이라서 해고?…부당 해고!"

A씨 사례는 부당해고일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뿐 아니라 노동위원회에도 구제를 신청하는 등 노동자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행법상 사업주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을 해고하지 못합니다. 호텔 측은 코로나19로 인해 사업이 어려워졌음을 A씨 해고 사유로 들었는데요. 이처럼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합니다.

여기서의 '긴박한 경영상 필요성'이란 회사 전체의 경영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돼야 할 사안입니다. 일시적이거나 지엽적인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할 수는 없습니다. 기존 판례를 보면 △수년간 이어진 적자 △경영 악화 방지를 위한 사업의 양도·인수·합병 △사업의 부분적 폐지 등의 경우에 한해 해고의 정당성이 인정됐습니다.

A씨가 근무한 호텔은 현재까지도 별다른 자금 문제 없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호텔 측은 심각한 경영난으로 A씨를 해고했다고 말하면서도 해고 직후 곧바로 다른 직원을 새로 채용했습니다. 호텔 측의 주장은 정당한 해고사유로 인정되기 어려워 보입니다.

또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직원을 해고했다면 이 역시 당연히 부당해고입니다. 장애를 주된 사유로 해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근로자가 해당 업무를 할 수 있는 노동능력이 있는지, 사용자가 장애 근로자를 충분히 배려했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봐야 합니다.

즉 장애 정도가 심각해 주어진 업무가 불가능하다거나 사용자가 장애를 입은 근로자의 업무를 배려해 담당 업무를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했는데도 근로자가 적응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경우에만 해고가 가능합니다. (대법원 1996. 12. 6. 선고 95다45934 판결)

실제로 모 사업주가 업무 외 상황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부분적 사지마비의 장애를 갖게 된 근로자를 면직처분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당시 법원은 "해당 근로자의 업무는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데다, 설령 종전과 동일한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하더라도 사용자가 업무 내용의 조정이나 전보 등과 같은 근로자를 배려한 조치를 고려해 보지도 않고 면직처분을 한 것은 부당하다"며 근로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있지만…

A씨는 호텔로부터 장애를 이유로 부당한 대우를 받았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이처럼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차별하는 행위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입니다.

현행법은 모집이나 채용, 임금 및 복리후생, 교육․배치․승진․전보, 정년․퇴직․해고에서의 고용상 차별을 명시적으로 금지합니다. 나아가 사용자는 장애인이 해당 직무를 비장애인과 동등한 근로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집니다. 따라서 호텔 측이 A씨를 해고함에 있어서 업무 재조정이나 업무적합성 검토 등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위배되는 행위일 가능성도 있는 셈입니다.

만일 이 법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행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차별을 한 자에 대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49조)

지난 2018년 장애인고용노동지원센터에 접수된 장애인 노동 상담 사레 중에선 부당 처우와 관련한 상담이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임금 체불과 부당 해고 등의 문제가 그 뒤를 이었는데요. 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애인을 근로자로서 대하는 비장애인 사업주와 동료들의 인식 개선부터 선행돼야 하는 시점입니다.

글: 법률N미디어 정영희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