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년]이재명 있어도 '포스트文' 찾기…계속될까

【창원=뉴시스】박진희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에서 열린 중소기업 스마트 제조혁신 전략보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와 대화하고 있다. 2018.12.13

집권 여당의 최대계파지만, 확고한 대선주자가 없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노·친문 그룹 얘기다. 비주류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차기 대권주자 1위로 치고 나왔지만, 여당 내에서 "아직 누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될지는 모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안희정, 조국, 그리고 이낙연2017년 대선을 앞두고 여당 핵심 인사는 "적폐청산의 문재인이 우선 정권을 잡고, 통합의 안희정이 다음 정권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경선 과정 중 ‘대연정’ 등 통합의 가치를 앞세운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를 필두로 '20년 집권'의 첫 단추를 끼울 것이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안 전 지사는 '미투'로 일찌감치 낙마했다.

2019년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미래권력'으로 주목받았다. 검찰개혁의 '아이콘'으로 성과를 낸다면 유력한 대선주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문재인의 페르소나'라는 평가도 나왔다. 조 전 장관이 부산을 방문해 '대선·진로·좋은데이' 소주병 사진을 올린 것도 이슈가 됐다. 그러나 '조국 사태'로 이 기대도 꺾였다.


이후에는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친문 그룹의 기대를 받았다. 한 때 지지율 40%에 육박할 정도로 대세였지만, 올해 들어 그 기대가 완전히 꺾였다. 연초 제시한 '이명박·박근혜 사면론'은 친문 '성골'이 아닌 이 대표로부터 지지층이 등을 돌리게 된 계기가 됐다. 스스로 적자로서의 입지를 좁힌 결과다.

/사진=페이스북 캡처

선두로 나선 이재명, 친문은 '글쎄'최근에는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대선후보 지지율 1위에 올랐다. 지난해 7월 대법원 무죄판결로 정치적 부담도 던 상황에서 이 지사는 기본소득 등을 내세워 정책적 선명성을 강조, 지지율을 30% 내외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 지사는 친문의 '적자'가 될 수 없다. 지난 19대 대선 경선 때는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강도 높게 비판했던 '원죄'가 있다. 또 3년 전 지방선거를 앞두고 친문 핵심 전해철 의원(현 행정안전부 장관)과 당내 경선에서 격돌했고, 그를 원색적으로 비난한 SNS 계정 주인이 이 지사 아내 김혜경씨라는 의혹이 일었다.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이다. 친문이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새 정권이 들어서면 친문을 싹 엎어버리고, 국정운영의 책임을 물어줄 사람이어서, 이들(친문)도 거기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고 있다"며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적으로 돌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친문 세력에) 있다"고 평가했다.
'13룡' 춘추전국시대1위 후보인 이 지사에 대한 불신, 친노·친문 적통 후보의 부재 등은 일종의 춘추전국시대를 만들었다. 여당에서는 이른바 13룡(龍)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누구든 '친문 대선후보'의 타이틀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기 때문에 나온 현상이다. 13룡에는 이 지사와 이낙연 대표 외에 정세균·임종석·이인영·김경수·김부겸·김두관·최문순·추미애·이광재 등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대선후보 경선에 '친문 후보'가 빠질 수는 없을 것이다. 민주당 내에서 영향력이 좀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은 모두 자신이 (친문 후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4월 보궐선거 이후 대선을 대비한 움직임이 보다 본격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서울=뉴시스】고승민 기자 =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이재명 경기지사, 김경수 경남지사가 28일 저녁 경기 수원시 모처에서 저녁식사를 함께하면서 정부 국정과 경기-경남 도정 성공 및 민주당 총선 승리를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9.10.29. (사진=민주연구원 제공)

관건은 '김경수 재판', 그리고 '이재명 대세론'
친문이 가장 주시하는 인물은 김경수 경남도지사다. PK(부산경남) 출신으로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 '문재인의 입'이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친노·친문의 완벽한 적자다. 젊고 참신한 이미지까지 갖췄지만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2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게 족쇄다.

이에 김 지사가 다음달 대법원 판결에서 무죄를 선고받을 경우 이 지사의 대항마로 급부상할 수 있다. 여당 내에서 불거진 '9월 대선후보 경선 연기론'도 김 지사를 위한 시간벌기의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김 지사는 여러 번 '경남도지사 재선'에 관심을 드러냈지만, 상황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게 친문 그룹의 계산이다.

그러나 이 지사가 '대세론'을 만들면 친문 그룹도 대안을 만들기는 어렵다. 지지율에는 장사가 없다는 정치판의 속설이다. 이 지사가 '확실한 대선승리 카드'로 부각될 경우 정권 연장을 위해 친문계가 손을 잡을 수밖에 없지 않겠냐는 것. 이명박 전 대통령이 사이가 나빴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차기 주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과 비슷한 맥락이다.

이 지사의 당내 입지도 넓어지고 있다. 그가 지난 3일 여의도 호텔에서 개최한 정책협의회에는 30여명에 달하는 여당 의원이 참석했다. 친문으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은 이미 공개지지 의사를 밝혔다. '친조국' 성향의 김남국 의원은 "새벽 4시에 일찍 일어나서 (이 지사가 주장한) '기본주택'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