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생긴 스쿨존 단속카메라 3대 중 2대는 먹통?

광주 북구 운암동 '세남매 가족 참변'이 발생한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 설비 강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 News1 DB

(광주=뉴스1) 허단비 기자 = '민식이법' 시행 이후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중심으로 과속 단속카메라가 집중 설치됐지만, 카메라 3대 중 2대는 단속을 하지 못하는 '먹통'으로 드러났다.

폭발적인 단속카메라 설치량에 비해 검사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8일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광주와 전남 스쿨존에 설치된 과속 단속카메라는 광주 160대, 전남 282대로 총 442대다.

이 중 광주는 46대, 전남은 89대 등 135대만 단속이 가능해 평균 운행률은 30.5%에 불과하다. 도로를 주행하며 마주치는 단속카메라 3대 중 1대만 실제 단속이 가능한 셈이다.

이처럼 저조한 운행률은 제한된 검사 인력에 비해 과속 단속카메라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게 원인이다.

실제 운행을 위해서는 카메라 설치 후 도로교통공단에서 '인수 검사'를 진행해 최종 운행 승인이 나야 한다.

인수 검사는 정보시스템 검사로 단속 시스템이 실제 운영 환경에 사용될 준비가 됐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단계다.

공단 측은 카메라 설치 후 스쿨존에서 30㎞ 이상으로 주행하는 차량 126대를 포착한 후 시스템이 이들의 과속 여부를 제대로 판단하는지 값을 산출, 정확도 여부에 따라 최종 승인을 내린다.

하지만 이를 담당하는 도로교통공단 광주전남지부 안전공인검사부 인력이 부족해 제때 시행하지 못하고 있다.

담당 인력은 10명 남짓이다. 이마저도 5명에서 두배 늘어난 수이지만 연평균 200대 늘어난 검사량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검사에 필요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시험과 교육 절차를 필수 이수해야 하고,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까지는 6개월가량이 소요돼 여전히 검사인력이 빠듯한 실정이다.

한 트럭이 초등학교 인근 도로 어린이보호구역을 지나가고 있다. © News1 DB

공단은 광주에서만 연평균 100대 정도 검사(정기 검사와 신규 검사 대상)를 진행했지만 민식이법 통과 이후에는 평균 300대 정도를 처리하고 있다.

정부의 '안전속도 5030'정책(도시 지역 내 일반도로 50㎞, 주택가, 스쿨존 등 30㎞로 속도를 제한하는 정책) 시행으로 일반 도로에도 과속 단속카메라가 추가 설치되면서 전체적으로 운행률이 저조해졌다.

공단 관계자는 "민식이법 시행 이후 스쿨존을 중심으로 단속카메라가 폭발적으로 늘어 전보다 3배 이상의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기존 카메라 유지검사보다 신규 검사를 우선으로 실시해 이른 시일에 운행률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운행률이 저조하다는 것을 악용해 과속하는 차들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되지만, 사실 스쿨존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단속카메라 운행 여부가 아니라 스쿨존에서 서행하는 시민들의 안전의식"이라며 "직제개편과 인력 충원으로 운행률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식이법'은 스쿨존에서 어린이 교통사고를 줄이겠다는 취지로 개정된 도로교통법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 2개 법안을 지칭하며 지난해 3월25일부터 시행됐다.

2021년까지 광주에서는 40대, 전남에서는 191대의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가 추가 설치돼 2021년까지 스쿨존 과속단속카메라가 광주는 200대, 전남은 473대로 늘어날 예정이다.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